지난번에 웬디양님께서 쓰신다 했는데, 어느 분이 새치기 하셨더군요.
반드시, 가져가실 때는 댓글 남겨주세요. 

쿠폰번호 : A000000000225708
비밀번호(이건 또 뭐죠?) : 63188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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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0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신청을 받으시고 쪽지로 드리면 어떨까요?

turnleft 2009-01-06 09:31   좋아요 0 | URL
뭐, 4천원짜리 쿠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요..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방식을 바꾸도록 하죠;;

마늘빵 2009-01-0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가져갈게요. 감사. ^^

turnleft 2009-01-06 09:31   좋아요 0 | URL
넵, 재밌는 영화 보세요~~ ^^

다락방 2009-01-06 10:25   좋아요 0 | URL
뭘 보시려고요? ㅎㅎ

마늘빵 2009-01-06 17:53   좋아요 0 | URL
아, 요걸로 렛미인 볼까해요. ^^

다락방 2009-01-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번에 아프님껄 순오기님께서 제게 주셨는데 이미 사용한 쿠폰이라고 하더군요. 끙.

turnleft 2009-01-06 11:29   좋아요 0 | URL
흠.. 의외로 하이재킹 하는 사람들이 꽤 있나보네요 -0-

마늘빵 2009-01-06 11:31   좋아요 0 | URL
그거 누가 썼다고 댓글 달았더라고요. -_-

다락방 2009-01-06 11:33   좋아요 0 | URL
-.-

무스탕 2009-01-0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지난달에요,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영화를 무릎 연골이 닳도록 봤잖아요,
그래서 자그마치 알라딘 할인 쿠폰을 맥스무비에 8개나 등록을 했더라구요.
그리고 연말에 또 얻어진;; 쿠폰으로 등록을 하려니 맥스무비측 안내 멘트가 '이 쿠폰은 8개 까지만 사용가능' 하다는 내용의 문구가 뜨는거에요.
허걱- 도 했고 얄밉기도 했었죠..
이번 티켓링크도 그런 제한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turnleft 2009-01-06 13:05   좋아요 0 | URL
허걱, 8개라니요. 그렇게 모으기도 힘들겠습니다.
인덕을 후하게 쌓으셨군요 :)
 

예전에 후배 중 하나가 이런 말을(물론 내 기억 속에서 각색이 좀 되었겠지만)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은 후로 나는 이 후배를 숭배했다.

"전에는 '나'가 있고 '남'이 있고, 그 사이에 '관계'가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관계'들이 바로 '나'더라구요"  

 

사람이라는게 제 몸뚱아리와 제 영혼으로 이루어진 개별 생물체라고는 하지만, 사실 사람은 군락을 이루어서만 살 수 있는 집단 생명체다. 예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람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그 속에서 삶을 꾸리도록 적응해 왔다. 이게 '인간'을 규정하는 큰 조건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군락 속에서 살아간다는건 수많은 '남'들과 마주침을 뜻한다. '남'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이 '남'들이 나와 똑같은 또 다른 '나'들임을 알고 있다. 사자에게 사슴은 '남'이 아니다. 그건 그저 먹거리, 또 다른 사물일 뿐이다. 최소한 '남'을 인정한다는건, 그가 나와 동등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남도 남이 아니다. 

이 '남'들 중에서도 우리는 '너'를 찾는다. '너'는 가능태가 아닌 실재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남'들 중에서 내 앞에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된 당신이 '너'이다. 이름을 부르자 비로서 꽃이 되었듯 말이다. '나'와 '너'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를 '너'로 인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관계' 혹은 '관계맺음'이라고 부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 상당수는 '나'에게 '너'이다. 우리의 관계맺음은, 그것이 얼마나 살갑냐 혹은 살벌하냐를 떠나 이미 하나의 '관계'다.  

 

관계를 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너'를 다시 '남'으로 되돌리는 행위.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와 '나'가 맺은 관계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나'의 한 부분, '너'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관계는 우리 사이를 이은 실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교집합이었으니까. 그 교집합 속에서 모세혈관에서 삼투 작용이 일어나듯 우리는 섞이고 있었으니까. '너'를 보낼지언정 내 안에는 '너'의 일부가, 우리가 맺었던 '관계'가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건 '나'의 문제다. 그리고, '너'를 '남'으로 되돌린다고 '나'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상처주지 말자. 싸울 지언정 마음으로부터 미워하지 말자. 그 미움이 쌓여 '너'를 보내고 나서도 그 미움은 여전히 '나'의 안에 남을 것이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듯 그 미움, 증오는 나를 병들게 할 것이다. 때로는 짜증도 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투정도 부릴 수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때로는 모순적이고 때로는 비논리적이기도 한다. 못마땅 하더라도, 깊게 이해하자. '나' 또한 그러하니까. 그게 '인간적'이다.

진정한 분노는 '관계'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을 향해서 분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사람을 미워하면서 정의를 세울 수는 없다. '정의'란 결국 사람들을 위한 정의니까.

'너'를 미워하면서 '남'까지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2008 년의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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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8-12-3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멋진 글입니다. 어제는 기행문으로 도인의 자태를 보여주시더니 오늘은 도인의 경지에서 쓸 수 있는 글로 가슴을 치게 만드시는군요 :)

맞아요. 미움은 쌓이고 쌓여 자신을 병들게 하지요. 그런데 그 미움을 털어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안 될 때가 있어요. 그건 인격의 문제일 수도 성향의 문제일 수도 노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성향을 탓해보기도 하고 자신을 더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인격수양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사색에 잠기거나 책을 읽기도 하죠. 근데 문득 내가 미워하는 '너'는 무엇을 하고 있나? 엿보기를 시도하다 '너'의 면연력에 감탄을 하게 될 때도 있더군요.

병이 드는 건 미움을 털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보다 강한 면연력을 갖고 미움의 바이러스를 유발하면서도 본인은 감염되지 않는 '너'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될 때, 그리고 그 '너'에게 애초에 나는 '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 때 약한 사람들은 미움을 털어내는 것보다 차라리 감싸안고 병에 드는 게 낫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알면서도 말입니다.

한 해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저는 오늘 신랑이랑 대청소하고 날 꼴딱세고 놀꺼예요! 오늘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고 하잖아요! 크크 해피 뉴~이어(ㄹ)~~!

turnleft 2008-12-31 16:40   좋아요 0 | URL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부모님이 굉장히 엄하셨어요. 제가 잘못된 일을 하면 엄청나게 혼이 나곤 했지요. 그런데, 중학생 쯤 되었나, 머리가 굵어지면서 부모님의 인간적인 약점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무단 횡단도 슬쩍 하시고, 때로는 불의 앞에 눈을 감기도 하시는 모습도 보였지요. 제 도덕적 판단과 삶의 준거와도 같았던 부모님의 그런 면을 보는건 어린 저에게 꽤 충격이었습니다. 당신들도 잘못 많이 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뭐라고 하나 하는 반항심도 생기곤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만, 만약 제가 그 때 부모님의 그런 면을 따지면서 대들었더라면 당신들께 굉장히 큰 상처를 드렸겠구나 싶어요. 그 분들도 인간인데, 그저 평범하게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일 뿐인데, 그걸 약점삼는건 공평하지 않잖아요. 당신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런 모순을 보이며 살아가고 계십니다. 소시민적이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잘못이 없으면 좋겠지만, 있다 하더라도 부모님과 저와의 관계에서 저한테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보기에 얄밉고 얌체 같은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그게 뭐 대수일까요. 사람 사는게 다 그런거다 하는거죠. 안 하면 좋겠지만, 그거 뜯어 고치는 것보다는 관계 전체를 크게 보는게 더 유익하다고 봐요. 뭐, 이 정도는 도인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노력하면 할만하지 않나요? ^^;

어쨌든, 연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조심~

가시장미 2008-12-31 18:45   좋아요 0 | URL
크크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 예까지 친절하게 들어주시니 아주 이해가 잘 되는군요. 친절한 턴형~!! ㅋㅋ

근데요. 얄밉고 얌체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얌체짓을 하는 모습을 보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데, 저한테 그렇게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게 되어버리더군요. 그것 또한 모순이겠죠. 그래서 저처럼 소신민적인 사람은 그런 모순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바로잡으라고 한다면 그건 도인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라는 말하고 싶어진다는 거죠. -_ㅠ

뭐, 대청소 다 하고 또 살짝 들어와서 댓글 달고 있습니다. 아 배도 많이 나왔는데 허리를 많이 썼더니 힘들어요. 헉헉.. 신랑이 요즘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하니깐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른 남자랑 채팅이라도 하나.. 뭐 그런 이상한 눈초리 ㅋㅋ 뭐 채팅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랑 댓글을 주고 받고 있으니 이거 찔려야 하는건지.. -_-;;; 어쨌든, 감사!

turnleft 2009-01-02 07:44   좋아요 0 | URL
헉, 조심해야지. 장미님 남편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수가 있겠군요;;

마노아 2009-01-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전 네꼬님 서재에서 감탄하고 왔는데 여기서도 감탄+감동이에요. 관계를 쭉 이으면 '나'가 된다는 것. 제가 건투를 빈다를 읽으면서 내가 선택한 것들을 다 이으면 그게 곧 나라는 말에서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가 떠올라요. 제게 턴님은 아름다운 '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나는 덕분에 막 힘이 솟고 있어요. ^^

turnleft 2009-01-02 07:4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다 잘 될 거에요 :)

2009-01-0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2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도 쓸 일이 없군요.
저는 앞으로도 아마 계속 쓸 일이 없으니, 종종 기대하셔도 좋아요 :) 

 ZCEP-E4A6-E9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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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2-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제가 감사히 써도 될까요? (__)

turnleft 2008-12-30 09:32   좋아요 0 | URL
넵, 재밌게 보세요~~~ ^^
아, "벤자민 버튼" 영화 괜찮더라구요. 한국 제목은 뭐려나;;

웽스북스 2008-12-3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다른 분이 쓰셨나봐요. ㅜㅜ
벤자민 버튼? 한국에서는 2월에 개봉인가보아요~ 흐
담번에는 늦지 말아야겠다. 흑.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침형 인간은 못된다. 그렇다고 늦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하루 최소 8시간의 수면은 취해 줘야 하루가 편하다. 그러니, 일찍 잤다고는 해도 6시간만에 일어나는건 지독히도 힘들었다. 5시 반.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면 아마 수면부족보다 스트레스로 먼저 쓰러졌을거다. 침대에서 간신히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꾸려 차에 싣는다. 이 모텔은 숙박비가 비싼 대신 간단하나마 아침 식사를 주니 식사를 하고 check out 을 할 생각이다.

이 시간에 일어난건 오직 하나 해 뜨는 시간에 Mesa Arch에 오르기 위해서다. 6시 반 정도가 됐지만 아직 하늘은 깜깜하고 별이 총총 떠 있다. 여유 있을 법도 하지만 모를 일이다. 태양은 내 예상보다 훨씬 민첩하게 움직이는 놈이니까.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공원 관리인(Park Ranger)들은 출근 이전이다. 원래는 여기서 국립공원 연간 출입권을 살 예정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당일 이용 요금을 내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문제는 $10짜리 잔돈이 없어서 $20을 낼 수밖에 없었는 것;; 눈물을 머금고 $20을 집어넣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들어갈까 1.724 초 쯤 고민했다.)

역시나,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약간 늦은 듯 하다. Mesa Arch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니 이미 하늘은 훤해져 있다. 서둘러 장비를 내리고 trail 을 따라 걷는다. 미리 찾아 본 정보에 의하면 10분 정도 거리의 쉬운 난이도의 trail 이라고 한다. 하지만 평소 운동도 안 하고 하루종일 앉아서만 일하던 몸이다보니 이 정도도 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짊어진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운동 부족임이 느껴진다 -_-; 어쨌든, 헉헉대며 오르막을 따라 걷다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Mesa Arch 다. 그 주변으로 10여명의 사람들이 이미 삼각대를 펼치고 진을 치고 있다. 나중에 보니 단체로 기념 사진도 찍는 걸로 봐서 어느 동호회 혹은 학교에서 단체로 온 듯 했다.


Mesa Arch 아래로 보이는 풍경


역광 속에 실루엣으로 지형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다행히 많이 늦지는 않아서 지평선 부근에서 수평으로 들어오는 빛이 붉게 어른거리는 Mesa Arch 를 담을 수 있었다. 사암 절벽에 반사된 햇빛이 Arch 아랫 부분을 붉게 물들인다. 수평 방향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지면 근처의 지형들을 실루엣으로 잘 드러내고 있는데, 붉은 arch 를 프레임 삼아 사진을 담으니 멋진 조화가 이루어진다. 조금 더 있으면서 찍어도 될 법 했지만, 사람들이 내려오기 전에 얼른 장비를 챙기고 다시 길을 내려온다.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각대를 서로 부딛히며 단체로 우루루 걷는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를 다시 뻬서 Canyonland National Park 의 최정상인 Grand View Point 로 향한다. 가장 안 쪽에서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나오면서 둘러볼 예정이다.

Canyonland National Park 은 크게 4 개의 구역(district)으로 구분된다. The Island in the Sky, the Needles, the Maze, 그리고 이들을 관통해 지나가는 두 강(Green River, Colorado River) 유역들이다. 이 중 the Maze 는 off-road 로만 접근할 수 있어 이번 여행에서는 일찌감치 제외를 했고, 강 주변은 카약을 타는 투어가 있는데 역시 시간 관계상 다음을 기약했다. 남은 2 개의 구역 중 오늘 방문한 곳이 바로 the Island in the Sky 구역이다. 이름이 시사하듯, 이 구역은 Canyonland National Park 의 가장 높은 지대에 속한다. 평균 해발 고도 6,100 피트(= 1859m, 대략 한라산 높이다)의 고지대까지 차를 끌고 올라가 주변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Grand View Point 에서 보이는 Canyonland N.P.


깊게 패인 계곡

Grand View Point 는 Island in the Sky 구역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는 Canyonland National Park 전체가 360도 파노라마로 눈 앞에 펼쳐진다. 광대하다. 사실 너무 광대해서,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야 할 지를 모르겠다. 차마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잠시 trail을 따라 걷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다른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혼자 여행다니면 심심하지 않냐고 묻곤 한다. 혼자 다니던 누군가와 함께 하던 각각의 장점이 있겠지만, 혼자서가 아니라면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고독"이다. 이 넓고 낯선 공간 속에 홀로 존재함을 느낀다는 것,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로지 나 자신만이 느껴지는 그 끝없이 깊은 평화로움을 말이다. 그런데, 이 곳은 뭔가가 다르다. 그저 홀로 있다는 느낌을 넘어서 아예 존재에 대한 느낌마저 무뎌진다. 눈 앞에 펼쳐진 저 자연의 광대함과 어우러진 다른 어떤 감각이 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벽한 정적이었다. 바람 소리도, 새 울음소리도, 부스럭거리는 수풀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절대 무음의 세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혹은 읽고 있는 순간 잠시 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라. 혼자 있는 순간조차 우리는 소음 속에 살아간다. 머언 경적 소리나 하수구 물 내려가는 소리, 혹은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해 보라. 그것도 귀를 막아 얻은 닫힌 침묵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침묵의 세계를. 잠시 바위 위에 걸터 앉는다. 나는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곳에서는 "나"를 잊는다. 오직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과, 뺨에 와 닿는 차가운 공기의 감촉만이 나의 육신을 증거할 뿐, 이 곳에 앉아 있는 나는 오로지 사유로만 존재할 뿐이다.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외딴 곳으로 숨어들었던 은둔자들이 갈구했던 평화와 명상의 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것 같다.


아침 식사 중인 chipmunk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뭐, 그래봐야 10분 정도지만;;)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관광객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사진으로 몇 장 담는다. 여전히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야 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몇 컷을 담고 다시 차로 향한다. 아침 식사 시간인지 chipmunk 한마리가 풀숲에서 열매를 뒤지고 있다. 마주친 관광객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차를 돌려 Buck Canyon Overlook 으로 향한다. 이 곳은 사실 Grand View Point 와 거의 같은 조망을 보여준다. 높게 솟은 봉우리(mesa = 탁상 대지)와 붉은 대지, 깊은 계곡들. Overlook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은 어떻게 이런 지형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를 설명해주고 있다.


절벽 위의 덤불.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은 자란다.


서부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다 ^^;

Utah 에서 만날 수 있는 지형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흥미롭게도 이들 다양한 지형들이 생겨난 가장 큰 원인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소금. 오래전, 지금의 Utah 지역은 캘리포니아 지역을 포함한 태평양 판(pacific plate)의 동부 연안에 해당했다. 이 판이 동쪽으로 밀려나면서 북미 판(north american plate)과 충돌을 했고, 이 과정에서 Utah 지역에 해당하는 바다가 양 쪽 판(plate) 사이에 갇히면서 닫힌 바다가 되었다. 이 닫힌 바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물이 증발되면서 바닥에 두꺼운 소금 침전물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강물 등에 휩쓸려 온 토양이 여러 겹으로 쌓이면서 다양한 색의 사암지층을 형성한다.

자, 이제 무대 준비는 끝났다. 서로 부딛힌 판이 지진을 일으키며 두텁게 형성된 퇴적층을 위로 밀어올리면서 본격적인 자연의 조각이 시작된다. 바닥에 깔린 소금층은 여타 암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끄럽기 때문에 그 위에 쌓인 암석층이 지형의 변화에 따라 미끄러지고 부딛히면서 조금씩 갈라지게 된다.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아래 쪽의 소금층에 이르게 되고, 소금이 물에 녹으면서 지하에 커다란 빈 공간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빈 공간이 함몰되면서 그 위의 방대한 지역이 갑자기 땅 속으로 쑥 꺼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만 함몰되면 계곡이 되는 것이고, 일부만 남으면 Island in the Sky 같은 mesa 가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Canyonland National Park 에서 볼 수 있는 스케일 큰 지형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 후에 비바람과 물의 침식작용이 세밀한 부분들을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은 나중에 다른 장소에서 보다 자세하게 보게 되니 그 때 설명하도록 하자.


Green River Overlook 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계곡 부분만 확대한 모습

일단 Buck Canyon Overlook 을 떠나 Green River Overlook 으로 향한다. 너무 늦기 전에 Arches National Park 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 곳이 Island in the Sky 구역의 마지막 방문지가 될 것이다. 이 곳에서는 Canyonland National Park 을 가로지르는 Green River 가 만들어낸 Y 자 모양의 계곡을 볼 수 있다. Green River 는 정말 문자 그대로 녹색으로 보인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건조한 지형 속에 유일하게 물이 있는 곳이나 온갖 식물들이 집중되어 자라기 때문이다. 바위 위에 삼각대를 세팅한 김에 계곡을 배경으로 셀카도 찍어 본다. 이번 여행에서 몇 안되는 내 사진이다.


웃고 있지만 저 바위 너머는 천길 낭떠러지..;;

자, 이제 정말 Arches National Park 으로 떠날 시간이다. 장비를 다시 챙겨 차로 돌아가려는데, 아까 Grand View Point 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 앞에서 걸어오고 있다. 서로 왜 쫓아다니냐고 농을 친 후에 제대로 통성명을 한다. 백인인 Scott과 중남미 계열인 Gabriel이다. 둘 다 Chicago 에서 왔는데, Gabriel 은 원래 고향이 Santo Doningo로 미국에 온지는 얼마 안 된다고 한다. 반면 Scott 은 미국 토박이로 이 지역은 여러 번 여행했다면서 여러 장소를 추천해 준다. 내 일정을 말해줬더니 Bryce Canyon의 Queen's Garden trail 을 강력 추천. 좋은 정보다.

이들과 작별을 고하고 차를 돌려 나선다. 다음 목적지는 Arches National Park 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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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2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름다운 지구에게 인간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죄책감이 드네요.
셀카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찍어오시고, 혼자 여행하는 데에 아무 불편함이 없어 보여요.
그나저나 미소가 참 평안합니다. 지금과 너무 다른 계절도 인상적이구요.

turnleft 2008-12-30 04:55   좋아요 0 | URL
사진 자세히 보시면 얼굴 구겨진게 보이실 겁니다. 제가 셀카는 영 익숙치 않아서.. ㅎㅎ

가시장미 2008-12-2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거 도인의 경지에 오른 분의 여행기 같군요. 이 풍경들 속에서 "나를 잊는다!"라니..으메 멋진거~~! ^^ (상상만 해도 황홀하네요. ㅋㅋ)

여행을 하면서도 새벽에 기상하신다니.. 저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전 여행은 몸도 마음도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을 우선시 한지라 늘 늦잠을 자고 -_-;; 계획했던 곳도 제대로 못 둘러보고 온 적이 많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없었다. 뭐 그런식으로 위로를 했던 것 같은데.. 쩝. 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사진을 클릭해서 얼굴좀 자세히 보려고 했더니 ㅋㅋ 통 알아볼 수가 없네요. 미소 짓고 계신거죠? 다음에는 훈남 턴형의 미소를 잘 볼 수 있는 사진 좀 올려주세요. :)


turnleft 2008-12-30 04:56   좋아요 0 | URL
제가 도인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장소가 그렇다니까요. 장미님도 저기 가면 똑같은 생각 할거에요.

저도 왠만해선 푹 자는 쪽을 택하는데, 위에 써 놓은 것처럼 사진 찍으려고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났어요. 저 날 이후로는 계속 푹 자 줬죠 ㅋㅋ

Mephistopheles 2008-12-2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이롭네요..^^ 2008년의 마지막 여행이시겠죠..??
턴레프트님도 머나먼 이국에서나마 즐거운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사진을 눌러 이미지를 크게 크게 봐야 합니다. 밑에 댓글을 달거나 서재 방문하시는 분들..)

turnleft 2008-12-30 04:57   좋아요 0 | URL
헉, 진정 이 댓글이 메피님의 댓글이란 말입니까? 이리 "얌전"하고 "상식적"이고 "무던한" 댓글을 날리시다니. 연말 특선인가요?

Kitty 2008-12-30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사진이랑 글 잘 봤어요~
저두 브라이스 캐년이 참 좋더라구요. 그랜드 캐년만 많이들 가시던데...안타까워요.
아침잠은 저도 무지 많은데 여행만 가면 새벽 6시부터 눈을 번쩍 뜹니다;;;; 신기해요 ㅋㅋ

turnleft 2008-12-30 04:58   좋아요 0 | URL
브라이스 좋죠. 한국 사람들한테는 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잘 모르는 듯 해요. 이번 여행기에서 제대로 홍보 해야할 듯 ㅎㅎ

BRINY 2008-12-3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 chipmunk가 있단 말인가!하고 한참 찾았네요^^;;

turnleft 2009-01-01 07:28   좋아요 0 | URL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보여요. ^^;;
 





Kitty 님 여행기 보다가 생각나서.. 저는 사진금지 지역에서도 몰래 찍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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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3-1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의 그림중 오른 쪽 아래 귀퉁이 부분이 제가 중학교 1학년일때 수학책 앞에 실렸었던 기억이 나요. 제목이 아테네 학당이라고 붙었던가... 그건 기억이 잘 안나지만요.
금지된 사진을 찍으셨을만큼 기억에 남기고 싶으셨나봐요.

turnleft 2008-12-14 10:06   좋아요 0 | URL
아테네 학당 맞아요. 저도 교과서에서 처음 본 것 같네요. 근데 그게 수학책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기억력 좋으세요~~ ㅎㅎ

사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건 사람들이 플래시를 터뜨리기 때문이에요. 빛=에너지 라서 플래시 빛에 계속 노출이 되면 물감에 화학적 변화가 올 수 있으니까요... 근데 보통은 통제가 안 되니까 아예 사진을 못 찍게 하는거죠. 그래서 저는 플래시는 안 터뜨렸어요.. 라고 변명을..;;

토트 2008-12-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전 기억 나요.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었는데...
다시 가고 싶네요. ^^

turnleft 2008-12-14 10:07   좋아요 0 | URL
라파엘로는 그리 큰 감흥은 없었는데, 시스티나 예배당의 벽화는 압도적이었어요. 벽화가 나를 완전히 둘러싸고 쏟아져 내려오는 느낌이더군요.

마노아 2008-12-13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찍어왔다고 하면 제가 나쁜 건가요? 너무 아름다워요!

turnleft 2008-12-14 10:0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보고 즐거워하시는 분이 있으니 그림 입장에서도 좋아할 겁니다 :)

무스탕 2008-12-1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장 그림은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압도적이네요.
저렇게 입체적으로 보일수가 있을까요?! @_@

turnleft 2008-12-14 13:05   좋아요 0 | URL
벽화는 다른 그림과 달리 사람들이 그림을 보는 환경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그려져서 그런 것 같아요. 주변의 창들에서 들어오는 빛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그림을 그렸겠죠. 역시, 천재는 천재죠?

Kitty 2009-03-1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왜 이 사진은 못봤지? 지금에야 봤어요!!! 사진 ㄷㄷㄷㄷㄷ 정말 잘 찍으셨네요.
근데 시스티나 채플이 사진촬영 금지던가요? 사진 찍었던거 같은데(필름 카메라 시절);;
하긴 워낙 오래전이라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프라도도 몇 년 전까지는 사진촬영 허용이었다고 ㅠㅠ
저 천장화를 보는 순간 진짜 바닥에 덜렁 드러누워 보고싶었어요. 목이 아파서;;;

turnleft 2009-03-17 03:22   좋아요 0 | URL
어랄라.. kitty 님 때문에 올린 사진인데, 정작 본인은 못 보셨군요;; 먼댓글로 달았어야 하나.
바티칸은 다 사진 찍어도 됐는데, 유독 시스티나 채플만 금지더군요.

새초롬너구리 2009-04-0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캠코더를 가지고 갔는데요. 분명 관리하는 분에게 캠코더는 되냐고 했더니 카메라 후레쉬때문에 찍지 못하게 하는거래요. 여하간, 그래서 캠코더로 찍는데, 옆에서 자꾸 어떤 오지랖넓고 눈이 나쁜 사람이 자꾸 찍지말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캠코더고 괜찮다 (영국식으로 또렷하게 말했어요)'고 했더니!!! 관리하는 분이와서 '소리내지 말라고..소리가 커지면 그것도 벽화에 안좋다고'. 그래서 또 찍는데, 그 영어못알아듣는 분이 와서 또 머라하고..정말, 젠장 (흑, 교회안인데..)하고 그냥 딴쪽으로 돌아섰어요.

turnleft 2009-04-03 05:30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 꽤 있더군요. 나름 귀한 작품들 보호한다는 취지니 좋게 이해는 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