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버티고
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 김병욱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831년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 여행을 좇아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애틀랜틱 먼슬리 후원으로 미국을 돌아다닌 뒤 생각나는 것들을 적었다. '유럽에서 태어나 유럽을 내리누르고 그러면서도 유럽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집나간 자식 미국'을 바라보는 유럽인의 시선이 책 전체에 깔려 있다. 저자 스스로 밝힌대로 책은 유럽인과 미국인 사이의 이야기이고, 양쪽의 차이와 관계와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티브나 저자나, 구색 잘 갖춘, 명품지향 브랜드지향 기행문이다. 프랑스식 말장난 겸 말꼬기로 우아한 척 한껏 폼을 잡았다.

바락 오바마, 워렌 비티 등에 대한 인물평이라든가 촌철살인하는 맛이 있어서 읽는 동안 재미는 있었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프랑스인의 관점이랄까, 크리스토퍼 히친스나 무브온 시민운동 같은 것들에 대한 감각 같은 것들도 눈에 띄었다.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과연 그렇게 중요했을까?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의 혼외 성관계를 놓고 도덕성을 운운하다니! ‘무브온’ 같은 웹 기반 시민운동에 대한 앙리 레비의 비판은 주로 그런 것에 맞춰져 있다.

크리스토퍼 히첸스에 대한 부분이 나오길래, 히첸스에 대한 아주 약간의 관심 때문에 눈여겨 보았는데 딱 떨어지는 내용은 없었다. ‘키신저 재판’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히첸스는 키신저를 늘 따라다니면서 다리를 거는 모양인데, 한때 미국 좌파 지식인의 대표 중 하나였지만 이라크전에 참전하면서 지탄을 받았다고 들었다.


정작 히첸스에 대해 아는척하던 앙리 레비는 히첸스의 ‘이라크전 찬성 논란’에 대해서는 뭉개고 넘어간다. 앙리 레비는 처음부터 중간부분까지 이라크전에 대해서 은근히 비판적인 양, 그렇지만 뭐를 비판하는 것인지 하나도 알 수 없게 말을 비비꼬더니(글 쓰면서 몸도 비비꼬았는지도 모르겠다) 뒤에 가서는 “사악한 후세인 그냥 내버려두는 놈들보다 부시가 더 나쁘다고 볼게 뭐 있어” “그래도 백악관은 도덕적인거야” 궤변을 늘어놓는다. 오만 잘난척은 다 해놓고는 뒷부분에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예찬하는 꼴을 보니 참으로 재수가 없어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더욱이 한두 마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이 거의 결론 전체를 이루고 있다. 헌팅턴은 이게 틀렸네, 후쿠야마는 이게 틀렸네 하더니 이 자의 논리는 후쿠야마(이 사람은 ‘정통’‘자유주의’‘보수파’로서 이라크전에 반대했다)만 못하다. 이슬람 테러집단 욕하는 걸 보면 문명충돌론 그대로인데 스타일은 ‘프랑스식’이니 더 밥맛없다.
게다가 글 중간중간 드러나는 (유대계 지식인들이 쓴 다른 글들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노골적인 ‘불쌍한 유대인’ 시늉은 꼴불견이었다. 토크빌 따라한다고 여기저기 미국 감옥(관타나모까지 추가해서) 돌아다니며 미국의 모지락스러움을 비판하더니 전쟁 예찬이 웬말이래? 잘난척 하면서 못된 놈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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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메리칸 버티고 American Vertigo
    from Unfinished Work 2007-08-27 15:01 
    이 책.. 나에겐 너무 버거운 당신이었다. 제목대로 현기증이 날 정도.. 내용은 베르나르 앙리 레비 미국 감상문이랄까.. -_-a 요컨대, 미국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의 그 무생물적 중립성과 거기에서 유래하는 표상들을 유럽의 거친 동물, 즉 사르트르가 [알토나의 사형수들]에서 사악한 국가의 상징으로 본, 그 감각과 피와 교만을 먹고 사는 털없는 추한 짐승과 비교해보면 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 일인가. 물론, 미국에 교만이 없다는 얘기는 ...
 
 
blowup 2007-03-2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 님. 아침부터 큭큭대면서 읽었어요. 비위가 확 상하셨나 봐요. 잘난척하며 못된 놈은 진짜 재수없어요.>,<

로쟈 2007-03-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사길 잘했군요.^^;

딸기 2007-03-2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아침부터 저의 꼬인 글을 읽고 웃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

마냐 2007-03-3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뛰....지금 주문하려는 참인데 마침 눈에 확 들어오는 이 리뷰는 머야. 그래도 일단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음...궁금하기도 하고...후회되면 어쩌지 싶기도 하구...음..

딸기 2007-03-3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서 사람들 모두 하나씩 갖고 있으니깐 아무에게든 빌려서 보세요~

딸기 2007-03-3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내 생각에, 아무래도 마냐님 취향은 아니지 싶어. 아마 나하고 거의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

지원 2007-08-2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딸기님.
책 읽으면서 뭔가 울컥 울컥 했었지만 정확히 뭔지 몰랐었는데, 딸기님 리뷰 읽어보니 과연~ 이런 부분이 기분 나쁘구나 싶네요.
트랙백하는데, 혹시 불편하시면 얘기해주세요...

딸기 2007-08-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괜찮아요. 트랙백 따라가볼께요. :)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게서 배우는 비폭력
마리 아네스 꽁브끄. 귀 들뢰리 지음, 이재형 옮김 / 삼인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짧은 책인데 사놓고 2년이 넘어서야 읽었다. 간디와 마틴 루터 킹. 간디에 대해서는 전기를 읽고 나서 ‘(존경심을 한껏 담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킹 목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새로웠다.

역시 간디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 킹 목사는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 하지만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비폭력. 어쩌면 폭력적인 저항은 그 자체가 비폭력보다 비겁한 마음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것, 알 듯 모를 듯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압제와 불의가 나를 누를 때 분연히 주먹을 들고 떨쳐 일어나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겐 참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맞으면서 싸워라”라니.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간디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감동과 비전을 주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문장이 좀 꼬여있어서 부드럽게 읽히는 책은 아닌데, 무시 못할 장점이라면 책이 작고 얇다는 점. 비폭력에 대해 다룬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맛뵈기 플러스 약간의 고민을 얹어 시간 내 읽어볼만한 수준인 듯.


▶ 가스실은 존재했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스실의 비효율성을 폭로해야만 가스실이 다시 세워지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간디에 따르면 살인은 비효율적인 행위의 전형 그 자체다. 앙드레 말로는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시 정부 때의 레지스탕스 활동가들과 합류하는 것을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거부했던 것이다.

“죽이고 싶다는 욕망은 비겁한 자들의 감정이다. 당신은 살인까지 해가면서 도대체 누구를 해방시키겠다는 것인가?” - 간디, <힌두스와라지> (12~13쪽)


▶ 말하자면 레닌과 간디는 달리고 있는 열차에 올라탄 셈이었는데, 레닌은 이미 그의 마음 속에 있던 계획에 따라 열차의 궤도를 바꿔놓기 위한 것이었고, 간디는 소외당한 계층과 함께 여행하면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한 것이었다. (113쪽)


▶ 페스트가 유행하는 바람에 아슈람은 아름다운 풍경이 공장 굴뚝에 가려진 사바르마티 강가의 아흐메다바드 지역으로 옮겨졌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민감한 적이 결코 없었던 간디는 중앙교도소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특히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앞으로 감옥에 자주 들락거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감옥은 아슈람에서 겨우 몇 발자국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21쪽)


▶ 2002년, 권력을 잡고 있는 군인들 패거리에 의해 반역자로 기소당해 1989년부터 박해를 받아왔던 아웅 산 수지가 석방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이래 티베트 체류가 금지되어 있고, 그의 조국은 점령자 중국에 의해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저지른 죄는 비폭력이다.

비폭력은 하나의 조국이며, 그 시민들은 이 세계의 모든 국가와 모든 종교, 그리고 인류의 모든 세대에 속해 있다. 우리는 이 이상의 가장 오래된 증거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한다. 칸다하르에서 걸어서 서너 시간 가량 걸리는 곳에는 기원전 260년 경에 아소카 황제가 불교로 개종하고 난 뒤 암벽에 새겨놓은 칙령이 존재했고, 만일 탈레반의 몽매로 인해 파괴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열 두 번 째 칙령은 이렇다.

‘바로 이것이 신들로부터 사랑받는 황제의 바램이니: 모든 종파의 신자들은 또한 그들의 종파와 다른 종교의 신앙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진실로 만일 누군가가 다른 종파들을 희생시켜가며 자기 자신의 종파를 찬양한다면 그는 그 자신의 종교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이 칙령은 잘랄라바드 근처의 라미얀과 페샤와르 근처의 샤브아즈가르히에서 발견된 다른 칙령들 속에도 들어있다. 위치에 따라 이 문구는 그리스어, 아르메니아어로도 쓰여 있으며 인도어 계열의 프라크리트어로도 쓰여 있다. 불교는 기원후 3세기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지배적인 종교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6백년이 넘도록 아프가니스탄은 비폭력 전도의 활기찬 중심지 역할을 해냈던 것이다.

동쪽에서 온 대상(隊商)들이 불교를 퍼뜨리기 전에, 이미 서쪽에서 온 다른 낙타몰이꾼들이 이곳에 평화의 메시아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간절한 기대를 바랑 속에 넣어 들고 나타난 사람의 이름은 자라투스트라였다. 그는 말년에 칸다하르 남서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아문 호숫가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 호수에서 멱을 감던 그는 이곳에 예언의 정액을 몇 방울 남겨놓았다. 파시교의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젊은 처녀가 이곳에 멱을 감으러 왔다가 장차 천 년 동안 지상의 인간들을 선정(善政)으로 다스리게 될 평화의 왕 사오시안트를 낳았다는 것이다. 근처 야산에는 불의 사원이 남아 있고, 여기서는 지금도 승려들이 그가 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별이 떴는지 보려고 하늘을 살펴본다. 기독교의 전설에 따르면 동방 박사 세 사람이 여기서 출발하여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신의 아들을 경배하러 갔다고 한다. (164~166쪽)


▶ 몽고메리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만든 것은, 버스에 타기를 거부하는 형태의 직접적인 비폭력과 법정에서의 사법적 압력 수단을 결합시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통합 투쟁 모델은 곧 정치의 영역에서 선거권과 권리 평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항상 정치와 사회의 영역에 개입하는 길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비폭력 운동의 특징 중 하나다. 왜냐하면 비폭력은 단순히 투쟁 방식을 묘사하는 도구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입장을 취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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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놈이 바보지”

“그러니까 왕따가 되는 거 아냐”

“일어나, 싸워! 힘을 기르는 거야!”

“일본군이 강제로 끌고간 게 아니었다니까”

“미국보다 후세인이 더 나쁜데 미국이 이라크 공격한 걸 왜 욕해.”


첫 번째와 두 번째, 일상생활에서 흔히 듣는 말이지요. 세 번째, 일본 만화나 드라마에서(특히 청소년물에서) 많이 보이는 대사랍니다. 네 번째, 오늘 일본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의회 답변서입니다. 다섯 번째는 프랑스의 지식인이라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아메리칸 버티고’라는 현기증 나는 책에 써놓은 글이고요. 다섯가지 주장엔 약간씩의 차이는 있습니다. 적용될 수 있는 상황도 조금씩은 다르고요. 하지만 '가해자의 죄'를 묻지 않는다는 점에선 똑같습니다.

어떨까요.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랍니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건 정말 싫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던 것이 언제였더라... 아마도 국민학교 5학년 때 ‘성교육’ 이라면서 어느 여선생님이 여학생들만 교실에 모아놓고 얘기했던 것이 제게 ‘피해자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을 씌운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기 통닭이 있어. 지나가던 사람이 먹었어. 그럼 그 사람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여자들은 통닭 같은 거야, 자기가 조심해야 해” 라고 했던 선생님의 그 말은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통닭 아니거든요. 모든 여자들, 모든 남자들, 모든 어린이들이 통닭이 아닌 것처럼.


뭔가 참 잘 잊어버리고, 또 잘 잃어버리는 편이어서요. 언젠가 잔뜩 도둑맞고 풀죽어 있을 때 선배가 했던 이야기, “아무나 도둑맞냐, 너한테 문제가 있으니까 도둑맞지.” 이런 말 들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만(그러니까 저에게 문제가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아무나 나와서 ‘자유발언’을 하게 하는, 그러나 내용은 자유이되 한명씩 돌아가며 의무적으로 말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바로 그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도둑질한 사람이 나쁜데 왜 피해자를 탓하느냐고, 물건을 찾아주고 훔친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왜 당한 사람을 욕하느냐고요.

① 사람들은 항상 강자의 편에 붙어 ‘약한 사람’을 탓하는 것이 본성이기 때문에 ②당한 사람이 억울해 해봤자 법이나 제도는 강자의 편이니 얻을 것이 없다는 체념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 ③인간은 원래 악하니 피해를 입지 않게끔 스스로 방어하는 것은 개인의 의무이므로. 어느 쪽일까요. 세 가지 다, 라고 답하는 사람들도 개중에는 있겠지요.


당하는 사람이 문제야!


(이야기가 좀 길어지네요)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는 것 같은데, 특히 일본 드라마나 만화엔 그런 논리가 참 많아요. 이지메하는 아이들을 야단치는 대신 피해 학생에게 “너도 힘을 길러서 싸워 이겨!” 하는 선생(고쿠센의 귀여운 여선생이 동그란 눈을 하고 이렇게 말하지요) 같은 그런 종류 말입니다.

일본이 한국인, 대만인, 네덜란드인 등등을 군 위안부로 끌고 가서 말로 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해놓고 언제 한번 진실한 사과, 속 시원한 이야기 한번 하는 적이 없는데요. 어디에선가 읽은 내용인데 2차 대전에서 패배한 뒤 일본 정부는 자기네 여성들을 ‘미군 위안부’로 내보내려고 준비를 했었다더군요. ‘진 놈은 당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나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힘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죄악시하는 사람들에게 식민지 여성들을 위안부로 끌고 간 따위는 별 문제가 아니겠지요.


일본 정부가 16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1993년에 고노 요헤이라는 사람(당시 관방장관)이 그나마 ‘사과와 반성’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걸 ‘고노 담화’라고 부르는데,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아베 신조 총리가 고노 담화를 부인하듯 “강제로 끌고갔다는 증거는 없더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망언 파동’이 다시 불거져 나왔는데, 거기 대해서 일본 사민당 의원이 질의를 했대요. 그랬더니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고노담화 때 나온 자료들 다 둘러봐도 일본 군인이나 관리들이 위안부 끌고갔다는 ‘속칭 강제연행’ 증거는 없더라”라는 답변서를 내놓은 겁니다.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담화 발표 전에 "정부가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연행했다는 문서는 없었지만 본인 의사에 반해 모집한 것을 `강제성'이라 정의한다면 그런 사례는 많았다"는 발언을 했었는데, 이번 각의 답변은 그 중에서 `문서는 없었지만'이라는 문구만 뽑아낸 것인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가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에는 변함없다”라고 하니, 각료회의가 무슨 ‘말장난 연구모임’도 아니고 말입니다. 강제로 끌고 간 게 아닌데 자기 의사에 반해 끌려간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대체 어떻게 그 끔찍한 곳에 발을 딛게 된 걸까요?


항상 이런 일 보면서 내 문제, 그리고 ‘우리나라 문제’를 생각하게 돼요. 저같은 경우 우리나라 우리민족 하는 말이 참 싫은데, 간간이 그런 생각 할 때를 돌아보면 대개 ‘우리나라가 저지른 나쁜 짓’을 생각할 때인 것 같습니다. 먼저 ‘내 문제’부터 보자면, 피해자를 욕하면 안돼! 라고 하면서도 나 자신 피해자를 욕하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냉정하게 따져 봐야지,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어쩌구 하는 논리를 끌어대면서 피해자 탓을 은근히 해대는 그런 짓.

우리나라의 행태로 보자면, 우리가 당한 것에는 이를 갈면서도 또 우리가 저지른 짓에 대해서는 ‘못난 놈’(월남 놈들 얼마나 못났으면 베트콩들한테 나라를 뺏기고) 탓을 하는 것, 너무 많아 꼽기도 힘들 것 같네요. 나도 쯧쯧, 세상도 쯧쯧. 낮에 앙리 레비가 오만 잘난 척 다해놓고 결국엔 전쟁예찬 하는 걸 보고 속이 좀 뒤틀렸는데, 저녁에 야근하면서 일본 얘기 듣고 있자니 기분이 좀 나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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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7-03-16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닭이라니. 참.;;
끔찍한 비유군요.
딸기 님의 이런 글이 참 좋아요.
양비론에 빠지기 쉬운 지점인데 제대로 '툭' 치고 지나가잖아요.
멋져요.

딸기 2007-03-1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끔찍한 비유지요. 도대체...
그런 식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참 얼마나 많았을까요.

마노아 2007-03-17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딸기님 생각에 동의해요.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전도되고 인과관계도 뒤바뀌고... 참으로 요지경이에요 ㅠ.ㅠ

비로그인 2007-03-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기분 좋게 월요일 시작하시라고.. :D


딸기 2007-03-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나카타의 IXY 광고 이래 가장 좋은 광고로군요. 역시 타쿠야상... ㅠ.ㅠ
테츠님, 상큐~ (잘 모르시겠지만... 타쿠야 버전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바다밑 길이 열린다.


남유럽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모로코 사이 지브롤터 해협에 해저터널을 뚫는 계획이 진행돼 내년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 터널이 유럽-북아프리카 간 활발한 경제적 융합과 이주를 불러 `유라프리카'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BBC방송은 이 터널이 태초의 지각변동 이래 수억년 만에 유럽과 아프리카를 다시 잇는 대역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로코 관리들은 14일 스페인과 모로코 양국 정부가 지브롤터 해저터널 건설계획 세부안에 거의 합의를 했으며 이르면 내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널은 스페인 남단 타리파와 모로코 북단 탕헤르를 잇는 40㎞ 구간에 만들어진다. 건축비로는 130억 달러(약 11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쯤 개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과 모로코 정부는 이 터널이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간 경제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터널이 완공되면 일본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 사이 세이칸(靑函) 해저터널(50.7㎞), 영국-프랑스 간 유로터널(50.4㎞)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해저터널이 될 전망이다.

터널은 스페인 남단 타리파와 모로코 북단 탕헤르 사이에 3중으로 만들어진다. 승객과 화물, 차량을 동시에 이동시킬 수 있는 철로용 터널을 양쪽에 만들고 그 가운데 소형 터널을 놓아 양쪽 터널 간 통행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해저터널 설계는 스위스 알프스의 고타르 터널과 프랑스-이탈리아 간 몽블랑 터널을 만든 스위스의 베테랑 공학기술자 지오바니 롬바르디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브롤터 해저터널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슬람국가인 모로코와 반이슬람 정서가 강한 스페인의 사이가 좋지 않아 `상상 속 아이디어'에 그쳐왔다. 그러다 2003년부터 건설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이듬해 스페인에 호세 로드리게스 사페테로 총리의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정계 일각에서 무슬림 이주민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터널 건설을 경제적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우세해진 것. 서구문화 유입을 우려해 터널 건설에 반대했던 모로코 이슬람 정치세력의 입김도 약해졌다.


양국 정부의 의지가 굳어진 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어느 지점을 뚫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브롤터 해협의 유럽과 아프리카쪽 최근접 지점은 스페인의 타리파와 모로코의 시레스곶으로, 두 지역 간 해협 폭은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이야기를 따서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도 불리는 이 두 지점 사이 지역은 폭이 좁은 만큼 물살이 빠르며 수심이 900m에 이르는 곳도 있어 후보에서 제외됐다.

터널 위치가 정해진 이후에도 기술적인 난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설계를 맡게 될 롬바르디는 BBC 인터뷰에서 "유로터널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터널이 놓여있는 영국-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은 수심이 45∼40m 정도로 얕은 반면 타리파-탕헤르 구간에는 수심이 300m가 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지브롤터 터널은 깊게는 해저 450m까지 내려가야 한다.

또하나는 지각의 운동. 지브롤터 터널은 유럽판과 아프리카판이라는 서로 다른 지각판들 사이를 잇는 것이기 때문에 지각변동이라는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모로코 정부 지질조사팀을 이끌고 있는 질랄리 샤피크는 "공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올 연말에 공식 조사보고서가 제출돼야 정확한 진단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대륙간 철도가 놓이면 연간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30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공사비를 어떻게 충당할지도 문제다. 스페인과 모로코 모두 재정이 탄탄하지 않아 막대한 투자를 유치해야 하며, 공사 기간도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유로터널의 경우 1994년 개통 이래 내내 적자에 허덕여 운영업체인 유로스타가 파산지경에 몰려 있다. 세이칸터널도 일본 정부가 엄청난 보수 비용을 들여가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국가·지역 간 경제 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해저터널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간 한일해저터널 구상을 비롯해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베링해 해저터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간 순다 해저터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재정적, 정치적 이유 때문에 논의만 무성한 형편이다.


■ 남유럽-북아프리카, ‘가깝게 더 가깝게’?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최근 아프리카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다.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 13일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를 방문, 양국 간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경제협력을 다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같은 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아니발 카바코 실바 총리와 튀니지의 자인 알 벤 알리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려 역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 8일 유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소피아 왕비가 주최하는 아프리카 여성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국가원수인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설리프 대통령과 모잠비크의 루이사 디오고 총리 등 여성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이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세력권이었던 아프리카, 특히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 때문.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리비아는 산유국이고 모로코, 튀니지, 모리타니 등도 정치가 안정되면서 경제발전 도상에 올라 있다. 이들 국가들은 스페인의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는 동시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말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2004년 마드리드 열차테러를 일으킨 뒤 스페인에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한때 강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페인 정부와 여론은 이미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력에 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국들 중 북아프리카계 노동이민을 받는데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며, 이 때문에 이주민들에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다른 유럽국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스페인-모로코 간 해저터널이 만들어지면 유럽의 남쪽과 아프리카의 북쪽을 묶는 연결고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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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혼슈와 홋카이도에 지하터널이 있는지 몰랐어요. 딸기님 덕분에 알게됬네요^^

딸기 2007-03-1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기 지나가봤어요, 기차타고 ^^
 

 


세계 수면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많이 유통되고 있는 미국 제약회사들의 수면제가 몽유병과 수면중 이상 행동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미 식품의약국(FDA)이 14일 경고했다.


AP통신은 FDA가 사노피-아벤티스사(社)가 제조한 수면제 암비엔(Ambien)과 파마시아의 핼시온(Halcion) 등 수면제 13종에서 몽유병과 비슷한 증상과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FDA는 이 약들의 처방·복용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약품에 복용안내문을 동봉할 것을 지시했다.

암비엔을 비롯해 이 수면제들을 복용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가(假)수면 상태에서 일어나 폭식을 하거나 전화를 걸고, 물건을 수리하고, 심지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들은 모두 잠에서 깬 뒤에는 자신의 수면 중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면제를 알콜이나 다른 진정제와 함께 먹거나 적정량을 넘어 과다복용한 경우 수면중 행동의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레르기 반응인 과민증과 혈관부종 같은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비엔은 졸피뎀이라는 성분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1993년 출시된 이래 전세계적인 제약업계의 블록버스터가 됐던 제품이다. 처음 판매될 때만 해도 이전의 수면제들보다 내성이 약하고 의존성과 금단증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대히트를 쳤다. 2005년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22억달러(약 2조원) 어치가 팔려 전세계 수면제 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약은 일본에서는 `미스리', 한국에서는 `스틸녹스'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스틸녹스는 1999년 국내 판매가 시작된 이래 한국 수면제 시장의 50%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지난해말 특허기간이 끝나면서 국내 제약사 4곳에서 제네릭약품(카피약)들도 같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스틸녹스에 이어 많이 팔리는 수면제는 역시 이번 FDA 경고대상에 들어 있는 핼시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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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면제 이름들이 재미있네요.
우리 나라가 세계 수면제 시장의 60% 라니...놀랍습니다.

딸기 2007-03-15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전세계 시장의 60%를 저 약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 :)

hnine 2007-03-15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제가 잘못 읽었군요 ^ ^

딸기 2007-03-1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놀라운(그리고 무서운) 일이지 않나요? 자면서 운전을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