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읽고 있다. 서평을 나중에 올릴지 안 올릴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훌륭한 책은 아니다)
멍청한 질문 같지만, 나는 이 저자가 이렇게 열심히 파헤친 카길보다는 그래도 몬샌토 쪽이 훨씬 무섭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성격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난 몬샌토가 더 무서운 걸.. 덜덜덜...
정말 안타까운 게 뭐냐면-- 지금부터 중구난방으로 늘어놓을 이야기는, 언론에서 '빼먹고 지나가는 몇가지'에 대한 나의 단상들이다.
'인간배아 연구'를 중단시키는 문제는, 여러가지 차원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자세한 얘기는 나중에)만... 문제는 정작 현재진행형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너무 없다는 거다! 줄기세포 연구 반대할 시간에, 이미 현실화된 터미네이터부터 경계하라고 목놓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참고로 터미네이터 자체는, 몬샌토에서 이미 98년에 사용치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실제로 중단했다)
신문방송에서도(울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 언론이든) 저런 문제를, 기자들이 참 잘 모른다. 알아도, 구체적인 것들을 취재하기 어렵기 때문에(몬샌토를 어케 취재하겠나) 기사를 못 쓰는 경우도 많을 거고.
그래도 생명공학 업계 소식지를 잘 보면, 단편적인 소식들을 열심히 모으다 보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작물에서 전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GM)작물의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 콩 중에 한 종류는, 이미 재작년인가, GM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 GM 비율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선 작물로는, 저 콩 종류가 아마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지만, 실제로 GM은 너무 많이 파고들어서 이미 찬반을 얘기하기에 늦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런 것도 있다. 쌀의 경우-- 유전자 조작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 몬샌토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GM 쌀을 생산해왔다. 그럼에도 쌀의 경우 GM 작물 문제가 그동안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주곡작물로서 쌀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볼때, 대단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GM 옥수수의 경우는 유럽쪽의 반발로 해서 엄청 크게 문제가 됐었는데 왜 쌀은? 일단,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이 멍청하다! 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나라의 멍청한 국민의 한 사람인 내가 볼때-- 몬샌토에서 이런 자료를 낸 적이 있다. "그동안에는 농민들을 위해 GM쌀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부터는 소비자를 위해 GM쌀을 만듭니다". 뭔 얘기냐면, 그동안 몬샌토가 만든 GM쌀들은 제초제에 강하다/수확량이 많다 등등, 농민들의 수확을 늘려준다는 핑계로 유전자를 조작한 것들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몬샌토는 '영양이 풍부한 GM쌀' 종자를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생산자 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해서도 GM 쌀을 만든다'는 같잖은 소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론 이런 문제는 잘 다뤄지지 않았고, 사회적인 관심을 받을 일이 없었다.
몬샌토에 대해 알아볼까 했던 적이 있었다. 우연히(는 사실 아니지만) 몬샌토 코리아의 홍보직원이라 스스로를 밝힌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뭘 좀 물어볼까, 해서 "한번 만날까요" 했더니, 자기는 몬샌토 직원이 아니라 '몬샌토 코리아'의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대행사 직원이란다. 한마디로, 몬샌토에 대해서 실제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단 얘기다. (여담이지만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토마호크 미사일 만드는 미국의 레이시온사... 악마의 기업... 거대군수업체다. 여기서 언젠가 한번 나한테 항의성 전화가 온 일이 있었다. 한번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자고 했더니, 역시나 '홍보대행업체 직원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러다이스트는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우호적인 쪽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의 공개'에 있다는 거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정책결정/상품화 과정에 어느 정도나 참여할 수 있는가, 이런 기본적인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과학자들과 생명공학기업들이 경계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언론도 의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황우석 신드롬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점은, 황우석을 영웅시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나라 언론이든 그건 똑같다. 영웅을 좋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왜냐면 그것이 독자(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참여연대 등등에서 배아복제 연구 중단시켜야 한다고 난리를 쳐대고, 그래서 생명윤리... 어쩌고 하는 위원회에서 사실상 연구를 금지시키는 짓거리를 했을 때,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민족주의' 언론들의 그런 행태야말로 웃긴 거다. 언제나 '국익'을 외쳐온 우리 언론들이라면, 성장가능성 있는 분야를 팍팍 밀어줘야지! 언제부터 생명, 윤리 이런거에 관심있었다고...
그러다가, 황우석이 뜨니깐 또 우르르... 쯧쯧쯧... 그게 웃기다는 거다.
더 한심한 것 한 토막. 울나라 어느 교수가, 뭔 분야에선가 전세계 논문 인용도 1위를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2002년이었던 듯). 대략 단신(인물동정) 정도로 언론들이 취급했다. 왜냐? 뭣에 대한 논문인지 몰랐기 때문에... ㅋㅋㅋ 아마도 애기장대에 대한 논문이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애기장대는 벼과 식물일 것이다. 다시 추측컨대, 애기장대 게놈에 대한 논문이었을 것이다. 어째서 이런 추측이 가능한가? 애기장대는 고등생물 중에 아마도 처음으로 유전자지도가 완성된 생물이었을 것이다. 애기장대나 옥수수나 벼나 그넘이 그넘이란다, 유전자를 까보면. 하기사 사람과 초파리가 그넘이 그넘이라는데... 아무튼 저간의 사정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는 언론은 '논문 인용도 1위'라는 것의 의미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사실 '국익' 차원에서 말하자면(과연 국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생명공학 분야에서 한국은 제법 가능성이 있는 편일지도 모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울나라가 천체물리학에서 경쟁력이 있겠냐구... 띠띠띠...
국익 차원에서 뭐든 허용하자, 이런 소리를 나불거릴 생각은 없다. 제대로 연구하게 하고, 제대로 감시하자는 거다. 그러려면 우선, 무슨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좀 알아야 한다. 근데 알려주는 넘들도 없고 제대로 알아보려는 넘들도 없다. 큰일이다, 큰일... (노벨상만 해도, 과학분야에 누가 상을 받는지를 몇해만 눈여겨 보면, '동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벨상 받은 사람들 약력만 소개하는데에 그칠뿐, 정작 의미를 알려주는 신문기사는 거의 없다.)
* 정말정말 여담-- 몇년전부터 신기하게 생각했던 일이 있다.
제약회사들(세련된 말로 생명과학기업들) 움직이는게 석유회사들(역시 세련미를 더하면 에너지기업들) 움직이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이유가 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