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루이기 루카 카발리-스포르차 지음, 이정호 옮김 / 지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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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사는 모든 현생 인류는 아주 복잡한 언어를 사용한다. '원시적인' 언어라는 것은 없다. 오늘날 사용하는 5천여 언어들은 똑같이 유연성과 풍부한 표현을 지니고 있다.
... 다섯살이나 여섯살 이후부터는 다른 한 언어를 완벽히 유창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되고, 이 시기가 지난 뒤에는 언어 습득 능력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사춘기 이후에 배워서 익히는 두번째 언어를 완전한 발음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의 인간 언어가 지금의 발달 상태에 도달한 때가 5만년 전에서 15만년 전 사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다. - 구석기 문화의 지역적 분화-99쪽

인체측정학적 데이터를 적용한 계통수는 유전적 계통수와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를 드러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사람들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겉보기에는 아주 비슷해 보이고 따라서 인체측정학적 계통수에서는 이 두 집단이 같이 묶였다. 하지만 유전적 연구에서는 이 집단들이 가장 큰 유전적 거리를 보여주었다.-106쪽

피부색을 포함한 인체측정학적인 특징들은 현생 인류가 지구 표면 전면에 걸친 이주 경로에서 노출되어 왔던 다른 여러 기후들이 끼친 선택적 영향을 나타낸다. 이런 형질들은 특히 위도에 따라 변이를 보인다. 유전자들은 대조적으로 인간 진화의 역사, 특히 인간 이주의 역사에 대한 표지로서 더욱 유용하다. 유전자는 위도보다는 경도에 따라 더 큰 변이가 나타난다.-107쪽

이주에 대한 연구는 유럽인 유전자들의 중요한 부분이 중동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원후 450년 쯤에 동아시아 집단인 훈족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도래하였다는 것도 진실이다. 18세기 말엽에 터키인들이 오스트리아 변경에 도달하였다는 것도 진실이다. 그러나 유라시아 전체 유전자들의 분포는 이러한 이민족의 침입이 큰 유전적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사이에 놓여 있는 유럽인의 중간적 위치는 훈족이나 터키인들과의 혼합보다 엄청나게 더 오래된 혼합의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124쪽

(미토콘드리아 이브 관련)
하지만 그 시기에도 많은 수의 여자들이 생존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지 그들의 미토콘드리아가 생존하지 못한 것뿐이다.

- 작년에 나온 연구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7명 정도, '다수' 존재했다는 쪽이었는데. -128쪽

여기서 다시 유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동아시아인 가지와 유럽인 가지는 미토콘드리아 DNA 상의 돌연변이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 집단들의 실제적 분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129쪽

(남성보다 여성이 먼 곳으로 시집가는 경우가 많다)
Y염색체 돌연변이들이 염색체나 심지어 미토콘드리아의 변이들보다 훨씬 지리적 집적성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다른 말로 하면 남자들이 유전적으로는 별로 이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132쪽

(계통수의 유용성)
나는 1951년부터 계통발생나무를 재구성하는 것을 인간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로는 계통발생나무, 또는 계통수가 만들어내는 과도한 단순화에 대해서도 더욱 큰 경각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통수는 인간 집단들이 분화하는 과정과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단순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그 단순성에 기인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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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1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이런 어려운 책을 읽으셨어요??
해석이 안되옵니다ㅠㅠ

딸기 2006-03-11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료 삼아 띄엄띄엄 써놔서 해석이 안 되시는 걸거예요.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어요.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내가 일 때문에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을 좀 찾아서 읽어봐야지, 했을 때만 해도 관련서적이 많지가 않았다. 외대 아랍어과에서 나온 책들 몇권과 버나드 루이스의 ‘중동의 역사’ 뭐 그런 정도였기 때문에 아주 고파하면서 읽었다.

그러다가 2001년에 9·11 테러가 나니깐 우르르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데, 옛날 책이 새 책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암튼 좀 우스웠다. 노엄 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이 그 거지같은 번역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엄청 올라가는 ‘사고’까지 있었으니 말 다했지. 3년 전 이라크 전쟁 때에는 ‘이라크’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1991 걸프전 뒤에 쓰인 책이 최근 것처럼 출간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중동 전문가들이 그렇게 ‘대접’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언론에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은 외대 아랍어과가 아닌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의 이희수교수였다. (나는 외대 아랍어과랑 아무 이해관계 없음;;) 국내에서도 이슬람 책들이 몇권(이 아니고 많이) 나왔는데 개론서로 많이 팔린 것이 이교수의 ‘이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그런 종류의 개설서를 외대 아랍어과 버전으로 읽은 적 있어서 ‘이슬람’은 그냥 목차만 훑어봤는데, 목차는 외대 버전과 거의 똑같았다.


이교수님은 (물론 직접 아는 분은 아닙니다만;;) 글도 잘 쓰고 시각도 좋고 한 것 같은데, 언론에서 갑자기 대접받고 하다보니깐 자기 페이스를 좀 벗어난 것 같다. 특히 터키에 대한 책을 보면 책 속에 이교수 본인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여행 정보는 전혀 안 되고, 그냥 저자의 에세이로 보면 될 것 같다. 아주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질적인 여행 정보가 담긴 것도 아니다. 기대 많이 안 하고 보면 꽤 괜찮은 책일 수도 있고, 동시에 그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분이 무슬림이고 터키 전공인데 아랍에 대해서도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신문 보면서 넘어가지만, 이란을 전공한 분이나 터키 전공한 분이 아랍에 대해 기고하는 것 보면 아는 사람들은 얼굴 찡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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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 Insight Guides
제니 레인포드 엮음, 김현정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곧 지중해 여행을 떠날 친구가 어제 집에 놀러왔다. 내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여행책 중에서 예담에서 나온 진순신의 ‘인류 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과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 기행’, 그리고 이 책 ‘인사이트 가이즈’ 시리즈의 터키편을 빌려주었다.

재작년 터키 여행을 했었는데 20일 정도, 꽤 길게 그곳에 있었던지라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갖고 간 것들이 저 세권이었는데, 터키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인사이트 터키편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여행 책자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고, 일본에서 돌아다니느라고 국내에서 출간된 일본 여행책자 몇 가지를 들춰봤었다. 쇼핑에 먹고마시기 일색...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것을 일본에서살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여행책자들은 좀 뭣하지만 굳이 평가하자면 ‘수준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세계를간다 시리즈는 너무 단순하고 책도 촌스럽고... 요새 큐리어스 시리즈가 나오는 모양인데 그건 안 봐서 모르겠다. (큐리어스 시리즈는 그동안 국내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책들이 많은 것 같아서 조만간 몇권 사다가 훑어볼 작정이다.)

인사이트 가이즈 터키편은 정보가 충실하면서 글도 잘 썼다. 도움도 되고 읽는 재미도 있다는 말이다. 알찬 정보와 수준있는 읽을거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여행서는 흔치 않은데 이 책이 딱 그렇다.

 

터키 여행 가실 분들 이 책 읽고 가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좋은 책이 왜 품절;;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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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을 촌장님을 만나다


바삼바 마을에서 제일 큰 집, 야판타 앙투안(60) 추장의 집을 찾아갔다. 집앞에는 `예침포게이'(도저히 이 발음을 따라서 한글로 적을 수가 없다;;)라고 부르는 액막이 흙무더기가 있었고, 그 위에 하얗게 바랜 소 머리뼈가 걸려 있었다. 마당에서는 한 청년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 채 음식을 저장하기 위한 커다란 토기를 만들고 있었다.

야판타 추장은 1985년 추장이던 아버지가 숨진 뒤 자리를 이어받아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아버지의 아버지 대에 지은 것으로, 추장은 이 집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왔다. 마당에는 햇볕과 모래바람에 시달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여인들과 아이들이 있었고, 추장은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두꺼운 점퍼를 나름 멋내어 덧입고 있었다. 야판타 추장은 9명의 아내를 두었는데 2명은 죽고 2명은 집을 나갔으며, 현재 5명의 아내와 살고 있다고 했다. 그들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15명. 결혼한 맏아들이 며느리와 손주들을 거느리고 이 집에 같이 살고 있다.




액운을 쫓는 소머리뼈.



마당에 진흙을 벌려놓고 그릇을 만들고 있다.



주인공들은 까매서 잘 안 보이고 나만 보이네;;

야판타 추장은 전기도 전화도 없는 이 곳에서 평생을 살았고, 외지로 나가본 일도 없다고 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첫 경기를 펼치게 될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이라는 나라도, 월드컵도 모른다며 웃었다. 대가족을 거느린 그의 주수입원은 목화 농사. 목화를 팔아 1년에 50만 세파(약92만원) 정도를 벌어 온 식구가 먹고 산다. 나이든 추장의 바램은 오직 하나였다. 바삼바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정부에서 자신들을 배려해주는 것. 그는 "아무라도 좋으니 우리에게 전기를 주고 우리도 제대로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토고 정부는 1970~80년대 대규모 개발 정책을 펼쳤지만 90년대에 들어와 에야데마 냐싱베 전대통령의 장기집권이 국내외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유럽 쪽에서 오던 지원이 끊기고 유럽계 기업들도 떠나버렸다. 정부는 현재 유럽연합 측과 원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원조가 다시 재개되지 않으면 이 오지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요원하다. 야판타 추장은 "아이들은 외지로 공부하러 나가면 일자리가 없는 이곳으로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한국은 잘 사는 나라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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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3-1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딸기님이세요? ㅎㅎ
정말 머나먼 곳을 다녀오셨네요.

딸기 2006-03-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자이크 할 걸 그랬나요 헤헤
제 얼굴까지 팔았는데, 빨랑 추천해주세요!

urblue 2006-03-1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ㅎㅎ

딸기 2006-03-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땡큐, 유어블루님.

chika 2006-03-1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딸기보다 훨씬 이쁘쟎아요! ;;;

딸기 2006-03-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옆자리 후배가 그러는데요, 뱃살 겹친거 다 보인대요 -_- 나쁜년

로드무비 2006-03-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깔끔한 인상이시네요.^^

paviana 2006-03-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저도 추천 했어요.ㅎㅎ

딸기 2006-03-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근데 로드무비님 제가 원래 깔끔한데요, 실은 저 때에는 무지 드러웠답니다 ㅋㅋ

반딧불,, 2006-03-1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컷트 사진을 본 듯 한데.
그 사진보다 더 살은 있는 듯 한데요.
더 부드러워 보여요^^

딸기 2006-03-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반딧불님... 살이 마구마구 찌고 있어요. 지금은 더욱~ 부드럽;;답니다.

반딧불,, 2006-03-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래봤자 66이 충분하시면서^^
흑흑..제 앞에서 살얘기 하심 미버요ㅠ.ㅠ
 

서아프리카 토고 북부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이 원시적인 모습으로 부족생활을 하는 원주민 마을이 있다. 14일(현지시간) 수도 로메에서 500㎞를 달려 탐베르마 지역에 있는 바삼바의 오지 마을을 방문했다.


바삼바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남단 해안에 있는 수도 로메를 벗어나자 겨울철 계절풍인 모래바람 하르마탄이 짙게 깔렸다. 북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하르마탄이 벌써 로메까지 이르고 있었다. 초원 저멀리 모래바람 속에 메마른 나무들이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바나에는 짙은 모래바람이 안개의 층을 이루듯 하얀색으로 초원을 한꺼풀 씌우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잘 뚫려있었지만 아무 제한표시도, 표지판도, 차선도 없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들을 스쳐지나며, 자동차는 갓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를 곡예하듯 달려나갔다. (바오밥 나무는 뿌리가 아주 깊어서, 이 나무를 뽑은 곳에 잘못 갔다가는 구덩이에 빠져 못 나오고 죽는 수도 있다고 한다)






바오밥 나무

 

나를 홀딱 반하게 만든 망고나무.



곡식 빻는 여자들.



아 졸려~ 어디에서나 아이들은 잠이 많다. 나도 졸려...

바삼바로 가는 길, 지나쳐온 마을 풍경은 한국의 옛 시골풍경과 비슷했다. 길가에 곡식을 널어말리는 모습, 아기를 업고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들, 하얀 소떼를 몰고 가는 사람들. 마을 어귀마다 커다란 망고나무들이 새파란 잎사귀를 햇빛에 반짝이며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중부의 소코데를 지나자 초원은 끝나고 구릉성 산지가 나타났다. 현지인 가이드는 독일에서 친구가 보내줬다는 모바일폰으로 남부에서는 볼 수 없는 산과 숲을 연신 찍어댔다. 에야데마 냐싱베 전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카라를 지나자, 차는 어느새 비포장도로에 들어와 있었다. 로메를 떠난지 7시간. 토고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티크목(木) 재배장과 화전민들이 시커멓게 태워놓은 밭을 지나 바삼바 마을에 들어섰다.


원래 이곳은 17세기 서아프리카를 장악했던 아보메이 왕국의 노예사냥을 피해 들어온 주민들이 숨어 지내던 곳이다. 시대가 여러번 바뀌었지만 이곳 주민들은 오래전의 흙집에서 오래전의 삶의 방식 그대로 살아오고 있다. 주민 수는 계속 줄어 현재 235명, 28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동그란 원통모양 집에 초가지붕, 집 안에는 염소들이 자는 방과 침실, 부엌이 모두 이어져 있었다.

볼록 솟은 원추형 지붕에는 곡식창고가 있고 화장실도 지붕 위에 있다. 주민들은 벼와 잡곡 등을 재배하거나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토고 북쪽 부르키나파소에 기원을 둔 지타마리히족으로, 토고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극소수 부족이다. 북부 사람들은 다수 종족인 남부의 에베족에 비하면 거칠고 사납다고 했다.

마을을 돌아보자니 배꼽이 볼록 튀어나온 아이들이 곳곳에서 발가벗고 취재진을 쳐다봤다. 캄캄한 흙집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아기에게 젖을 물린 젊은 여인이 취재진을 몰래 불러세워 다급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동전 한 개를 집어주자 웃음을 던지며 돌아섰다. 기자를 안내해주던 마을청년 무수쿠(21)는 "전기는 들어오지 않지만 휴대용 라디오로 월드컵 소식을 들어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다"며 웃었다.










바쌈바 마을 풍경.


이곳 주민들은 토고를 대표하는 것도, 토고인들의 전형적인 모습도 아니며 관광안내 책자에 나올 정도로 이 나라에서도 드물게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를 그럴싸하게 속여 넘긴 사악한 원주민도, 서양의 생태론자들을 매혹시킨 `고상한 야만인'도 아니었다.

주민들은 외지인을 보자 모두 모여들어 손을 벌렸고, 돈을 주지 않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앞을 막아섰다. 차가 지나가는 길목에 빨랫줄을 쳐놓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코흘리개 꼬맹이들까지 무언가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지만 일거리가 없는 청년들이나 여자들은 마을에 남아 주로 취재차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손벌려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해질 무렵 마을을 나섰다. 가이드는 "밤이 되면 외국인들은 물론 토고 사람들도 마음대로 지나다닐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마치 중동 몇몇 지역의 베두인들처럼, 낮에는 관광지처럼 호객을 하고 밤이 되면 강도로 돌변하는 것이 이 마을이라는 것. 가이드는 "밤이 오면 여기는 그야말로 암흑천지"라며 길을 재촉했다.




얌을 파는 사람들

 



수수를 이고 가는 여자들

 



초원에 불을 놓는 화전민들.


`문명세계'에서 온 이방인들을 동경하듯, 질시하듯 바라보던 눈길들을 떠올리자니 "제발 우리에게도 전기를 넣어 달라"던 마을 사람들의 하소연이 귀에 걸렸다. 로메로 돌아오는 길, 도로변에는 화전민들이 불을 놓아 메마른 초원이 따닥거리며 불타고 있었고 불길에서 도망나온 동물들을 노린 독수리 떼가 하늘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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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3-1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오밥 나무와 망고나무가 정말 예뻐요. 그곳도 나름 삭막한 사람들이 살긴 사는군요.

딸기 2006-03-1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삶이 척박하니, 어느새 성격들도 삭막해지는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3-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오밥 나무는 뿌리가 아주 깊어서, 이 나무를 뽑은 곳에 잘못 갔다가는
구덩이에 빠져 못 나오고 죽는 수도 있다고 한다)

바오밥나무는 정말 매혹적이네요.
망고나무 그늘도 좋고, 아낙들의 표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