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바세린 인텐시브케어 헬씨 핸드 앤 네일 로션 - 450ml
유니레버
평점 :
단종


냄새가 넘 심하다...

워낙에 손이 잘 건조해지고 쮸글쭈글(나이탓일까;;)해져서 핸드크림 좀 열심히 발라보려고 하는데.

지난번에 산 '촉촉 올리브' 핸드크림은, 정말 촉촉하긴 한데(물방울 송송) 보습 효과가 오래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보습 잘 될 것 같은 유니레버 바세린 핸드크림을 샀다.

보습은 잘 된다. 촉감도 좋다.

근데 냄새가... 냄새가... 이건 거의 실험실 수준이다. 머리가 띵~~

낮에 회사에서는 촉촉 올리브 바르고 밤에 자기전에는 보습 잘 되는 것 바르려고 이거 갖다놨는데

냄새가 넘 강해서 잠자기 전에 좀 불쾌해질 정도. 내가 특별히 이 냄새에 민감한 걸까?

암튼 화장품은 종류 막론하고 냄새가 없는 편이 좋다고 보는데.

그래서 그냥 회사로 갖고왔다. 낮에 짬짬이 발라주고, 칙칙한 사무실에 냄새 퍼뜨리려고...

거의 방향제 수준이다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류의 시대 -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것들
조지 소로스 지음, 이진명 외 옮김 / 네모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현실을 예측하고 행동하는 순간 우리의 행동은 현실에 영향을 미쳐 예측을 빗나가게 만들어버린다. 빗나가는 정도는 클 때도 있고 거의 미미할 때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소로스는 그것을 ‘재귀성’이라고 부르면서 법칙의 수준으로 승화시키려 애쓰고 있다. 따지고 보면 별로 특별한 개념은 아니지만, 어, 이건 양자역학이랑 똑같다, 관측자가 관측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아무튼 그래서 현실은 예측과는 달라지는데, 모두가 한 가지를 예측하다보면 거품이 끼게 된다. 저기다 투자하면 돈 번단다! 몰려가자! 그런데 모두가 몰려가다 보면 거품이 끼고 하나하나의 행위들이 모여 예측과 다른 결과(붕괴!)를 이끌어낸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거품과 붕괴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며, 상황은 종종 머리 속으로 생각한 균형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소로스는 인생에 걸쳐 ‘균형과는 거리가 먼 상황’을 접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나치에 점령됐던 헝가리, 소비에트 치하 헝가리, 런던 유학, 미국에서 주식투자가가 되어 모두가 버블의 한길로 일로매진할 때 혼자 거품 터뜨리고 돈 번 일, 소련이 기세등등할 적에 열린사회 재단 만들어 공산권 국가에서 활동한 일, 부시가 기염을 토할 때 “전쟁 안돼!” 하면서 반대운동 벌인 일 등등.

우리 시대의 ‘국적 없는 정치인’(마케도니아 전총리가 했던 말이라는데 본인은 이 말이 맘에 드는 모양이다) 소로스에 대해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은 소로스가 밝힌 ‘열린사회론’ 혹은 ‘사회개혁론’ 정도 되겠다. 강조하자면 이 책은 '투자의 귀재 소로스가 들려주는 성공비결' 이런 종류의 책은 전혀 아닐 뿐더러, 성공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배신감을 넘어 혁명적으로!까지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책 작은껍데기에 '조지 소로스는 말한다 오류의 시대 생존법을'이라고 해놓은 것은 출판사 나름의 홍보 전략인 모양인데 말짱 꽝이다). 책을 읽기 전에 신문 리뷰 제목을 대충 훑어보았고,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구해놓았다. 길지 않은 분량인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다 읽는데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을 아주 소박하게 표현하자면 ‘소로스를 존경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존경’이라는 말은 쉽게 쓸 수 있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하지만, 가장 순진한 의미에서의 ‘존경’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존경하는 선생님~  하는 그 존경.


“나에겐 영국 중앙은행을 붕괴시킨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2004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 입장을 취한 뒤로는 미국 대선을 돈으로 사려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중략) 옳든 그르든 간에, 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내가 이같은 특권적 지위에 이르렀을까? 첫째는 역사, 특히 균형으로부터 거리가 먼 상황들에 대한 특정한 이해력을 갖게 하는 개념의 틀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둘째는 확고한 윤리적,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점, 그리고 셋째는 많은 돈을 벌었다는 점이다.”


소로스가 털어놓는 소로스의 생각과 행동. 소로스는 위에 인용한 것처럼 철학, 사명감, 돈이 자기 영향력의 전제조건이 됐다고 말한다.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소로스의 첫 저작은 아니고 평범한 회고록 따위는 더더욱 아니다. 앞부분은 철학책 같고 뒷부분은 반(反) 부시-반미 정치학 서적 같다. 소로스를 존경하게 된 첫 번째 이유, 생각의 틀이 있다는 점. 두 번째 올바른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점(그가 ‘개같이 벌었다’고 지탄할 사람들이 많을지 몰라도) 셋째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는 점(그가 ‘정승처럼 쓰고 있다’는 걸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책에 담긴 소로스의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이런 걸 요즘 말로 (사실은 일본말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근본 없이 유행하고 있는) ‘진정성’이라고 하나.


“우리의 테러와의 전쟁은 또 다른 민간인 희생자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들은 지난 9/11 당시 우리가 테러리스트에게 가졌던 분노와 똑같은 수준의 분노를 우리에게 가질 것이다. 그 결과 목숨을 바쳐 미국에게 복수하려는 사람들이 2001년 9/11 당시 미국을 공격했던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중략)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9/11 당시 죽였던 사람 수보다 더 많은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 죽인 것뿐만 아니라 이라크인들을 고문하고 모욕감을 줬다. 우리가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할수록 테러리스트들이 떠들어대는 주장에 정당성만 부여한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책은 그렇게 옳은 말들로 가득 차 있다. 옳은 말 하는 사람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구구절절이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미국 좌파 대표선수 중 하나였던 크리스토퍼 히친스, 건전한 이성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같은 자들은 9/11 이후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정신적으로’ 나가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들의 비판적 사고(소로스가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는 그야말로 거품처럼 터져버리고, 그들 입에서 나오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 부시와 똑같은 메아리뿐이었다(히친스의 글은 직접 보지 않아 단언할 수 없지만 요즘 프리드먼 책 읽고 있는데 이 사람 어째 이렇게까지 돼버렸는지 한탄스러울 정도다). 9/11 이후 미국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틀려먹은 노선이다, 남을 죽이지 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마 많지는 않을 것이다. 소로스는 그 중의 한 사람, 그것도 특출한 한 사람이다. 언제부터였던가, ‘헤지펀드의 대명사’였던 이 사람이 ‘반 부시 투쟁의 대명사’가 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미국의 여론이 균형감각을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여론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완전히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마치 범죄의 비밀처럼 우리의 과거 행위가 지속적으로 출몰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부동산이나 증시의 버블처럼 사회현상이 최고조로 솟아올랐다가 꺼지는 과정을 거품붕괴론으로 설명하고 민주주의를 화석처럼 만들어버린 닫힌 사회를 질타하며 자기 스승 칼 포퍼에게서 배웠다는 ‘열린사회’를 주장한다. 열린사회는 형식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포괄하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더 큰 개념이고 그야말로 더 열려있는 개념이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열린사회 정신을 잊어버렸고 1980년대 레이건 시절부터 시장지상주의가 판치면서 아예 내놓고 막가는 나라가 됐다. 조지 W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는데 이는 미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오류였다. 철학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이라크침공은 오류 자체였으며 미국이 지구를 좌지우지하는 나라인 탓에 이 시대는 그만 오류의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로 부시 식의 오류에 맞서야 한다. 최소한 미국인들은 부시와 공화당을 찍어서는 안 되고, 부시에 반대하고 이 시대가 오류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을 수 있게끔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교훈이라고 소로스는 말한다.

소로스가 하는 말이 100% 맞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역사를 보는 통찰력이 분명히 있다. 유럽연합 통합과 터키 문제,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 이란 핵문제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야가 굉장히 넓은 것 같다. 문장가의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자의 정교한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진심’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약간의 감동과 함께.


* 번역은 과히 좋지 않다. 상투메 프린시페를 ‘사오톰’이라고 옮겨놓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고유명사를 한글로 옮기지도 않고 용감하게 영어를 그대로 넣어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사람 몸에 소의 얼굴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등장한다. 훗날 테세우스와 싸워 굴복하기까지 미노타우로스는 미궁 속에 갇혀 인간 제물을 받는 공포스런 존재였다. 한 왕비와 소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우(半人半牛)의 미노타우로스는 물론 상상의 존재였지만, 어쩌면 현대의 과학기술은 이런 존재의 탄생을 허용할지도 모르겠다.

영국 과학자들이 소의 배아에 인간 유전자(DNA)를 접목시키는 실험을 해보겠다며 당국에 허가신청을 냈다. BBC방송은 6일 런던 킹스컬리지와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영국 정부 내 배아복제 연구관할기관인 인간불임·발생학연구국(HREA)에 인간 DNA를 이식한 소 배아를 제작하겠다며 3년간의 실험허가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실험이 허가되면 과학자들은 5일 된 소 배아에서 유전자정보가 담긴 부분을 제거한 뒤 인간 DNA를 이식할 계획이다. 이론적으로 이 배아는 어떤 조직으로도 키울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가 된다. 이 배아는 영양물질만 소에게서 얻었을 뿐, 유전적으로는 99.9% 인간배아가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소의 배아와 인간 DNA를 쓴다는 것 뿐, 핵 이식 과정은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과정과 기술적으로 똑같다. 다만 이번 실험의 경우 생명체 탄생까지 이어지지 않고 배아줄기세포 복제에서 끝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의 목적이 순수하게 줄기세포 연구에 국한될 것이며 만들어진 배아는 제조 뒤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하루 안에 폐기할 것이기 때문에 `인간-소 잡종(hybrid human-bovine)' 같은 생명체로 자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An ampoule containing a medium for stem cell storage is displayed
in front of a microscopic photograph showing a human embryonic stem cell
at the UK Stem Cell Bank in north London, May 19, 2004. /Reuters


이들은 이 연구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같은 치명적인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배아 파괴 등 생명파괴 윤리논란에 부딪쳐 사실상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동물 배아를 이용해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소의 배아로 연구하는 것이 "인간 배아 수천개를 갖고 실험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것.
킹스컬리지의 스티븐 밍거 박사는 "배아줄기세포주(柱) 하나를 만드는데 건강한 여성 난자 수백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대용품으로 소의 배아를 이용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은 인간 난자를 공여받기가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연구가 진전을 보지 못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실제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의 연구에서도 산부인과에서 보관중인 난자의 사용과 난자 공급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영국 국립의학연구소의 로빈 로블배지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인간 난자를 마음대로 실험에 동원할 수 없는 상태에서 동물 난자를 쓰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정서적 반발과 거센 윤리논란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당국이 실험을 허용해줄지는 불투명하다. 영국 정부 산하 과학기술선별위원회의 에반 해리스 박사는 "인간이 이득을 얻기 위해 복제기술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 자체로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유전정보 대부분이 인간에게서 왔다고 하지만 만일 `잡종 배아'에서 생명체가 태어난다면 일부는 인간이더라도 최소한 일부는 동물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핵이식을 할 경우 인간 유전정보 대부분이 보존되지만 미토콘드리아 정보 같은 일부 `소의 유전자'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 스코틀랜드 생명유리학위원회 캘럼 맥켈러 교수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근간은 뒤흔드는 짓"이라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해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

비난하건 옹호하건 양쪽 다 일리가 있고 위험성도 있다. 나는 배아연구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연구가 투명하게, 철저한 감시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본전제는 물론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 ‘투명한 연구’ ‘철저한 감시’ ‘사회적 합의’ 모두 쉬운 일이 아니다. 다수결로 결정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의 ‘정서’를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릴 일도 아니다. 참 어려운 문제다... 세상엔 어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많은지.

미노타우로스를 생각하자니, 어찌 됐든 보르헤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내게 미노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가 아닌 보르헤스 버전으로 각인돼 있다. 보르헤스 할아버지를 경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단편 한 토막. 이 소설은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겼고 둔하기 짝이 없는 나란 존재를 속절없이 흔들리게 만들었더랬다. 어쩌면 내 인생의 어느 시기, 어느 순간을 규정하고 있는지도 모를, ‘아스테리온 집’.


아스테리온 집 (La casa de Asterion)

그리고 여왕은 아들을 낳았는데, 아스테리온이라 불렀다.
아폴로도루스, 『도서관』, III권 1장

내가 오만하다거나,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혹은 실성했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터무니없는 비난이다(때가 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내가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밤이나 낮이나, 사람들은 물론 동물들에게도 문이(무한히 많다) 열려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라. 이곳에서 여성적인 화려함이나 궁전처럼 휘황찬란한 물건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적막과 고독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지상에서는 둘도 없는 집을 발견할 것이다. (이집트에 이와 유사한 집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집 안에 '단 하나의 가구'도 없다는 것은 나를 비방하는 자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다. 또 하나 웃기는 거짓말은 나 아스테리온이 수인(囚人)이라는 것이다. 닫힌 문이 하나도 없다고 되풀이 말할까? 자물쇠도 없다고 덧붙여야 할까? 게다가 어느 날 오후, 나는 길거리로 나간 적도 있다. 밤이 되기 전에 돌아온 까닭은 핏기가 없고, 손바닥처럼 밋밋한 평민들의 얼굴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미 해는 저물었다. 그러나 한 아이의 애절한 울음과 신도들의 거친 기도로 미루어보건대 모두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일장 연설을 하거나, 도망치거나, 무릎을 꿇었다. 어떤 사람들은 '쌍도끼 신전' 기단 위로 기어올라가고, 어떤 사람들은 돌을 모으고 있었다. 바다 밑으로 숨어버린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여왕이라는 게 공연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평민들과 같을 수 없다. 겸손하기 때문에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사실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수할 수 있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철학자처럼 나도 글이라는 기예를 통해서는 아무 것도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머리는 오로지 큰 것만을 생각할 뿐, 성가시고 자질구레한 사항은 담아두지 못한다. 그래서 이 글자와 저 글자의 차이점을 눈여겨본 적이 없다. 고결한 조바심 때문에 글을 배우지 못했는데, 가끔 후회가 될 때도 있다. 밤과 낮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물론, 소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적을 향해 돌진하는 양처럼 석조 회랑을 내닫다가 현기증을 느껴 바닥에 꼬꾸라지기도 한다. 저수조 뒤나 복도 모퉁이에 웅크리고 숨거나, 술래잡기를 하기도 한다. 옥상도 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뛰어내리며 노는 곳이다. 어느 때라도 잠을 자는 놀이를 할 수도 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고 있는 놀이다. (이따금 정말로 잠을 자기도 한다. 눈을 떠보면 하루의 색깔이 바뀌었을 때도 가끔 있다) 그 많은 놀이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다른 아스테리온이 되는 것이다.
그가 나를 찾아와서 집구경을 시켜주고 있다고 상상한다. 나는 정중하게 얘기한다. "이제 우리 지나왔던 네거리로 돌아갑시다" "이제 우리 다른 안마당으로 들어갑시다." "홈통이 마음에 드실거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모래가 가득 담긴 항아리를 보시게 될 겁니다." "곧 지하실이 어떻게 두 갈래 갈라지는 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가끔 나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우리 둘은 마주보고 껄껄 웃는다.
나는 이런 놀이만 상상한 게 아니다. 집에 대해서도 명상했다. 집은 모든 부분은 여러 번 반복되기 때문에 어떤 곳은 곧 다른 곳이다. 하나의 저수조, 하나의 안마당, 하나의 가축용 물통, 하나의 구유통이란 없다. 구유통도, 가축용 물통도, 안마당도, 저수조도 열 네 개[무한]이다. 이 집의 크기는 세계의 크기만 하다. 다시 말해서. 이 집이 세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먼지로 뒤덮인 회색 석조 회랑과 저수조가 있는 안마당을 지치도록 돌아다닌 끝에 길거리로 나왔고, 쌍도끼 신전과 바다를 보았다. 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밤의 비전을 통해 신전과 바다 또한 열 네 개[무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여러 번, 즉 열 네 번 반복된다. 그러나 단 한 번인 것처럼 보이는 게 세상에 둘 있다. 위로는 복잡한 태양이요, 아래로는 아스테리온이다. 어쩌면 내가 별과 태양과 그 거대한 집을 창조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구 년마다 내가 악에서 해방시켜주기를 바라며 아홉 사람이 집으로 들어온다. 석조 회랑 안쪽에서 목소리나 발소리가 들리면 기쁜 마음으로 사람들을 찾으러 달려간다. 의식은 몇 분 안에 끝난다.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사람들은 차례차례 쓰러진다. 사람들은 쓰러진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시체 덕분에 이 회랑과 저 회랑을 구별할 수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른다. 아는 것이라곤, 그들 중 한 사람이 임종을 하면서 언젠가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이 당도하리라고 예언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고독이 고통스럽지 않다. 구원자가 살아 있고, 결국에는 먼지를 밟고 일어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구원자의 발소리도 들을 수 있으련만. 제발 복도도 한결 적고, 문도 한결 적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기를 바란다. "구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황소일까, 사람일까? 인간의 얼굴을 가진 황소일까? 아니면, 나 같이 생겼을까?"

아침 햇살이 청동검에서 반짝거렸다. 이미 피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테세우스가 말했다.
"아리아드네, 믿을 수 있겠어? 그 괴물은 방어도 안 했어.


---

이번엔, 완전히 다른 미노타우로스 이야기 하나. 사이언스타임스에 실린 것이다.

미궁 안에서 싹을 틔운 식물
이성규의 이야기가 있는 과학 이슈

▲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테세우스  ⓒ

아무리 살펴봐도 매번 똑같은 길이다. 어딘가에 출구가 있는 게 틀림없지만 찾을 수가 없다. 허기야 그걸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미궁(迷宮)이 아니지. 크레타 최고의 장인 다이달로스가 직접 만든 그 유명한 미궁 라비린토스의 명성이 그리 허망하게 깨지면 안 되니깐 말이야.

하지만 출구 따위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쭉 살았으니 이곳이 고향처럼 편하기만 했다. 복잡하게 얽힌 미로를 거닐던 미노타우로스는 우뚝 멈춰 섰다. 굵은 목을 갸웃거리는 걸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걸 발견한 모양이다. 목을 가로저을 때마다 머리 위에 달린 두 개의 뿔에서 햇빛이 섬광처럼 반짝였다.

머리는 소의 형상이며, 목 아래부터는 사람과 조금도 다름없이 생긴 미노타우로스는 어릴 때부터 반우반인(半牛半人) 혹은 우두인신(牛頭人身)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심지어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람. 소처럼 강한 힘을 갖고 사람처럼 영리하면 그뿐이지.

미노타우로스는 허리를 숙여 발밑을 바라보았다. 그건 미로 담 아래 봉긋이 열린 오이였다. 미노타우로스는 손을 뻗어 오이를 만지려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녕하세요. 나는 주름을 펴거나 피부노화를 막아주는 오이랍니다.”
오이가 말을 했다. 잠시 주춤거리던 미노타우로스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주 영리한 오이구나. 그럼 나와 서바이벌 퀴즈 놀이를 하자. 네가 이기면 여기서 살게 해줄 것이고, 내가 이기면 널 당장 우적우적 씹어 먹고 말 테야.”
사실 미노타우로스는 소처럼 풀이나 야채를 먹지 않았다. 그의 먹이는 야릿야릿 연한 살이 통통하게 밴 젊은 선남선녀였다. 신선한 사람 고기 맛을 못 본 지 꽤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오이를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미노타우로스에게 필요한 건 심심풀이 땅콩처럼 고소하게 시간을 때워주는 놀이인 것을…….

“좋아요. 그렇게 하죠.”
오이는 의외로 선선히 응했다.

“네가 먼저 퀴즈를 내봐.”
미노타우로스는 큰 눈망울을 희번득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잘만 하면 재미있는 놀이가 될 것 같았다.

▲ 잘 무르지 않는 유전자변형 토마토  ⓒ

“동물과 식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오이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런, 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쉬운 질문에 미노타우로스는 놀이가 빨리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부터 들었다. 그러나 막상 대답하려고 하니 적절한 표현이 언뜻 떠오르질 않았다. 제기랄, 척 보면 알지 그런 걸 퀴즈라고 내다니.

“음……, 동물은 움직이며 돌아다닐 수 있지만 식물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하지.”
“맞아요. 하지만 단세포 해조류 중 일부는 편모라는 채찍모양의 기관을 이용하여 헤엄칠 수 있으므로 꼭 그렇지만은 않죠.”
이런, 이런……. 미노타우로스의 벌렁거리는 콧구멍에서 허연 김이 뿜어져 나왔다. 명색이 왕자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잠깐만, 음……, 식물들은 신경계가 없으므로 자극에 신속한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는 게 동물과 다른 점이지.”

“그렇지만 파리귀신 같은 식물은 건드렸을 때 재빨리 잎사귀를 움츠리고, 나팔꽃의 촉수덩굴은 단시간에 물체를 휘감기도 하는 걸요.”

또 틀리다니, 채찍이라도 있으면 오이를 한방 갈겨주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다. 하지만 미노타우로스는 ‘그럼 네가 답을 알려줄래?’ 라고 말하듯이 미소를 머금은 채 잠자코 오이를 바라보았다.

“식물과 동물은 생장방식이 달라요. 동물은 성숙기까지만 성장하지만, 식물들은 죽을 때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섬유구조도 다른데, 대부분의 식물들은 섬유소를 함유한 질긴 벽으로 세포가 둘러싸여 있지만 동물은 그런 섬유소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차차, 너무 당연한 말이라 빠뜨렸더니 그게 답이었네. 어색한 미소로 미노타우로스의 흉측한 얼굴이 더욱 괴이하게 찌그러졌지만, 오이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식물들이 광합성 작용을 하여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내지만, 동물들은 식물이 만든 양분에 의존해서 살아간다는 점이에요. 물론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하는 식물도 일부 있긴 하지만요.”
갈수록 점입가경일세. 오이의 말을 듣던 미노타우로스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한낱 오이에 불과한 네가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
“사실은 제 몸에도 인간의 유전자가 들어 있거든요.”
“뭐, 인간 유전자라고?”
미노타우로스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자기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동물이 아닌 식물 속에 사람의 유전자가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미노타우로스는 이어지는 오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 제가 주름을 펴고 피부노화를 막아주는 오이라고 소개했는데, 바로 그거예요. 사람의 피부에는 상피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EGF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한국의 벤처기업 넥스젠에서 그 유전자를 저의 DNA 속에 넣은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밭에서 기른 화장품’이라고도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
미노타우로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믿기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실패도 많았죠. 동물만 해도 사람의 유전자로 단백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만, 식물에 넣으면 다른 게 생기거나 유전자가 뒤엉키기 일쑤였죠. 또 처음에는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다가 자라면서 식물 스스로 그 단백질을 파괴시키기도 한답니다. 그건 식물과 동물이 근본적으로 다른 생체 시스템을 가지기 때문인데, 최근엔 과학자들에 의해 인간의 유전자를 식물에 맞게끔 새롭게 합성해서 주입하는 기술이 발전했어요. 저의 경우만 해도 인간의 EGF에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을 붙여서 새로이 만든 유전자가 들어온 거죠.”

이렇게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 단백질 등의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분자농업이라 한다고 오이는 설명했다.
오이의 말에 의하면 분자농업을 이용한 작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이즈를 예방하는 옥수수나 담배를 비롯해, 먹으면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바나나와 치매를 막는 감자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특히 치매 단백질은 위험해 몸에 직접 주사하기 어려운데, 이처럼 먹는 감자 백신이 개발되면 주사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사람에게 흔한 질병 중의 하나인 갑상선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담배 재배에도 성공했다. 이 담배에는 인간의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TSHR) 유전자가 도입되어 갑상선 질환의 진단과 예방에 이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 분자농업을 이용하면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아도 고부가가치의 농작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JPG  ⓒ

“그렇다면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참 좋겠구나.”
“맞아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먹기만 하면 B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감자를 연구 중인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주사 맞을 걱정을 안 해도 되겠죠. 그러나 분자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생산 단가로 고부가가치의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식물을 이용하면 동물 세포 배양에 비해 약 1/30, 미생물 발효에 비해 1/3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유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오이는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아까 미노타우로스가 못 맞힌 퀴즈의 답 속에 들어 있었다. 즉, 식물은 공기 중의 탄소원과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광합성으로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식물을 이용하면 동물과 인간간의 질병 전염 문제의 걱정이 없어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이의 말을 들으니 미노타우로스는 불현듯 옛날 일이 떠올랐다. 자신이 이처럼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태어난 건 순전히 미노스의 욕심 때문이었다. 제우스의 아들인 미노스는 크레타의 왕이 된 후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칠 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포세이돈은 황소를 보내왔는데, 미노스는 소가 너무 맘에 들어 약속을 어기고 소를 숨긴다. 이 사실을 안 포세이돈은 저주를 내려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 왕비가 그 황소를 사랑하게끔 만들어버린다.

황소에게 음심을 품게 된 왕비는 상사병에 괴로워하다가 기술자 다이달로스에게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암소 모양의 틀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결국 그 틀에 들어가 황소와 정을 통해 낳은 아이가 바로 미노타우로스 자신이었다. 비록 괴물이었지만 왕비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를 어쩔 수 없었던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어 버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틀이 지금의 유전공학기술 같은 것이었을까. 미노타우로스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술이 너무 발달해도 가끔 불행한 일이 생긴다네.”
“맞는 말입니다. 분자농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은 유전자변형작물(GMO)이라는 점이죠. 안전성이 확보된 GM 작물이라 해도 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경우 생태계를 혼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입니다.”

오이는 미노타우로스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때문에 요즘엔 한번 파종하여 재배한 작물은 다음 세대에서 종자가 발아하지 못하게 하는 ‘자살종자특허’란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또 지뢰를 탐지할 수 있게 개발된 애기장대의 경우, 생장에 꼭 필요한 호르몬을 생산하는 유전자가 제거되어 이를 보충하는 비료 없이는 자연상태에서 자랄 수 없게 하는 안전장치를 두기도 했죠.”

▲ 분자농업 식물을 재배하는 농가.  ⓒ


“뭐, 지뢰를 탐지한다고?”
미노타우로스는 호기심이 가는지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였다.

“예. 2004년 텐마크의 생명공학기업에서 개발한 이 애기장대 안에는 폭발물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 가스를 감지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 유전자는 가을에 잎 색깔을 붉게 물들이는 안토시아닌 색소를 합성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어서 지뢰가 숨겨진 땅에서 자랄 경우 색이 붉게 변하게 되죠.”

“정말 분자농업의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구나.”

미노타우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밑의 오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오이도 자기처럼 종을 뛰어넘는 유전자를 지닌 존재라고 생각하니 괜스런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결국 미노타우로스는 서바이벌 퀴즈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오이를 이곳에 살도록 허락했다. 하지만 이제 갓 열매를 맺은 오이가 좁은 미로를 헤치며 잘 자랄 수 있을까.

미궁의 담 너머에서 불어온 지중해의 바다 바람 한줄기가 미노타우로스와 오이를 부드럽게 만지며 스쳐 지나갔다.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6-1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의 페이퍼만 다 읽어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유익한 정보가 캡 많으십니다. 그나저나 미노타우로스가 현실화된다... 님 말씀대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겠지요. 보르헤스의 알렙을 분명히 읽었는데 기억도 하나 안나고...... 읽긴 읽은 건지, 줄만 친건지...님처럼 필요할 때 딱딱 떠올릴 수 있음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06-1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누가 벌써 추천했네???

딸기 2006-11-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고맙습니다. 제 페이퍼를 읽고 훌륭한 사람... ㅋㅋ 그런데 훌륭한 사람이 되면 넘 피곤하자나요, 남들이 막 본받고 그러면.
제 페이퍼에 올리는 것들, 당근 제 머리 속에 있지 않지요 -_-
제 홈페이지나 여기 서재나, 암튼 그런 곳 어딘가에 저장해놨다고 꺼내오는 거랍니다. ^^
 

히틀러 시절 나치 독일이 `인종적으로 우월한 아리안족'의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 뽑아 양육했던 아이들이 있다. 금발에 푸른 눈, 창백한 흰 얼굴을 가진 이 아이들이 노인이 되어 한데 모였다.
로이터통신은 나치의 `레벤스보른(Lebensborn·생명의 샘)' 계획에 따라 키워졌던 아이들이 독일 북서부 마크데부르크주에 있는 베르니게로데에서 4일 만나 당시의 상처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나치는 순수 독일 `아리안 인종'에 대한 신화를 퍼뜨리면서 아리안족 순혈로 판명된 가족에게는 다산을 장려하며 정부 보조금을 지불하고, 반대로 정신지체인이나 혼혈아, 유대인 등은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낙인을 찍어 강제 불임을 시키고 학살했다.
나치는 신체적 기준으로 아이들을 선발, 부모에게서 격리시켜 집단양육하면서 순수 아리안 혈통을 선전했었다. 이렇게 뽑혀 `진열'됐던 아이들은 2차 대전 후 그대로 버려져 방치됐으며 상당수는 노르웨이, 옛 소련과 동유럽 지역 등으로 흩어져 숨어살아야 했다.

 

나치가 운영했던 레벤스보른 양육시설

베르니게로데 모임은 타의에 의해 가족과 떨어져 키워지고 버림받아야 했던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레벤스푸렌(생명의 추적)이라는 비정부기구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나치 몰락 뒤 60여년 간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 같은 만행들은 많이 알려졌지만, 또다른 피해자인 `레벤스보른 아이들'은 주목받지 못했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임을 이끈 레벤스푸른의 마티아스 마이스너 사무국장은 "그들을 양지로 끌어내 치유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모임 취재를 설명했다. 모임에 참석한 35명 중 한명인 폴커 하이니케(66)는 "독일 점령 때 고향인 우크라이나에서 히틀러 군대에 끌려가 독일인 부부에게 맡겨졌다"며 "내 인생은 완전히 잘못됐다는 생각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스 울리히 베슈(63)라는 노인은 "가족과 떨어져 처음엔 히틀러친위대(SS) 멤버들과 살았고 그 다음에는 캠프에 수용됐다"며 이후의 인생에 대해선 말하길 피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딸기 2006-11-0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틀러의 암소들... 정말 적나라한 표현이로군

paviana 2006-11-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터라는 만화책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귀신이 산다 SE (2disc) - 초회한정판
김상진 감독, 차승원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간만에 영화 봤다.

차승원... 이승연 세이세이세이에서(당시만 해도 이승연 잘나갔었지) 몸매 좋고 말 잘하는 드문 남자로 눈길 끌다가 배우 된 사람;; 정도로 묘사하기엔 아깝다. 화려한 개인기... '선생 김봉두'에서 혼자 고스톱 치는 모습 증말 재밌었는데. 사실 그 영화는 '차승원이 전부인 영화'였다.

'귀신이 산다'는, 차승원이 전부이면 안될 것 같은데, 전부가 되어버린 영화라는 느낌. 차승원 말고 볼 거 있나? ?.. 장항선 역할 좀더 살리든가... 장서희 & 손태영(맞나 -_-a) 둘다 꽝이었음. 장서희 눈 똥그랗게 뜨고 반짝반짝거리는 거 이제 좀 안 하면 안 될까? 손태영은 어쩜 그렇게 얼빵하게 생겼니... 외모가 아니라 연기를 말하는 거다. 노력을 안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자질이 없는 것이런가. 실은 얘가 요즘도 연예인 생활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영화 재밌을 수 있었는데 참 김빠지게도 만들었다. 첨엔 제법 무서우면서 재밌었는데... 장서희 나와서 "내가 보여? 정말 내가 보여?" 할 때부터 완존 깨더니, 그 담엔 어쩜 그렇게 와르르... 산사태 나듯 무너지는지. 공포와 코믹의 혼합에 억지 감동이라니, 참으로 할리웃스럽다. 차승원 하나 볼만했는데 정말 그걸론 역.부.족. 힘이 모자라... 귀신이 모자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11-0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동감. 짜증이 났을정도. 귀신이 그게 뭐랍니까..그래.
그리고,손태영은 지금 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의 정부인역할로 나와요.
거기서도 깨는 목소리와 연기를 하고 있어요. 얼굴도 비대칭하고 특히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정말 싫어요ㅠㅠ;

딸기 2006-11-0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아직도 연기가 안 되는 모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