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뒤 차기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의원 등 민주당 상·하 양원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의 바램과 달리, 내년 초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백악관과 의회의 정면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인준과 미-인도 핵 협정, 러시아 관련 법안들을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잇달아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2일 보도했다.


첫 번째 대결은 볼턴 대사 인준을 둘러싸고 이미 시작됐다. 부시대통령은 선거 이틀 뒤인 지난 9일 부랴부랴 볼턴 대사 인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국무부 차관 시절부터 `거친 입'으로 유명했던 볼턴 대사는 대사 지명 때부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비판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부시대통령은 의회의 반대를 피하려 지난 8월 의회 휴회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볼턴 대사가 내년 이후로도 계속 대사직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의회에서 정식 인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부시대통령은 내년 1월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인준을 관철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이젠 좀 가지...


백악관 정치자문 댄 바틀런,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 등 부시대통령 측근들은 12일 연달아 언론과 만나 볼턴 대사가 유엔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해왔다고 강조하며 인준 필요성을 선전했다. 그러나 이라크정책 등을 놓고 백악관과의 협의를 강조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볼턴 대사 인준안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외교를 망친 `네오컨'의 핵심 인물이 유엔에서 미국을 대표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는 것.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의원은 "볼턴은 공화당이 장악한 현 의회에서도 투표에조차 부쳐지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상원 군사위원장 후보인 칼 레빈 의원도 "볼턴은 유엔 대사직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이른바 `레임덕 회기'로 불리는 이달 회기 동안 인준안을 후다닥 처리하려는 백악관의 의도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의원은 "인준안은 이번 회기에 논의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이 `대사 대리' 등으로 격을 낮춰 볼턴 대사 인준절차를 피해갈 수도 있지만, 볼턴 대사측은 그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처럼, 볼턴 대사도 이번 중간선거가 불러온 `네오컨 퇴진' 행렬에 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언론들은 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인도 간 핵 협정도 백악관과 민주당 간 힘겨루기의 또 다른 테마가 될 전망이다. 미 의회는 13일부터 인도와의 핵 협정을 비준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시작한다. 부시대통령은 지난해 7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이란 핵문제 등등에서 인도 측 협력을 얻는 대가로 인도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기로 하고 이를 전격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가입을 거부한 채 핵무기를 보유하고 실험까지 강행한 인도에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기술이전'까지 약속해줬다. 이 결정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을 샀다.

백악관의 결정은 이란·북한 등 미국이 `불량국가'로 규정한 국가들과 인도에 자의적인 핵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핵무기 비확산에 결정적인 흠집을 낸 것이어서 국제사회로부터도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핵 협정 비준 여부를 놓고 조목조목 따져보자며 벼르고 있다. 백악관과 인도 정부는 이번 회기에서 협정안이 무사히 통과되기를 고대하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러시아 관련 무역법안들도 관심거리. 러시아 경제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일 나란히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둘러싼 미-러 간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WTO 가입 신청을 한지 13년만이다.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온 덕에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러시아는 WTO 가입을 통해 한 차원 도약을 할 꿈을 안고 있으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또다른 정치적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FT 등은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과 몇몇 싱크탱크들은 러시아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미국엔 또 다른 패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또 러시아가 최근 에너지기업 재국유화 등을 추진하는 등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개혁에 어긋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에도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매년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재검토, 러시아의 무역상 지위를 결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WTO에 가입할 경우 미 정부는 이 법안을 비롯해 관련 법규들을 개정해야 하는데 의회에서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6-11-1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크전 관련해서도 부시와 럼즈펠드 청문회에 설 수도 있겠지요.

물만두 2006-11-1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빡세게 부시게이트가 되기를...

딸기 2006-11-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예 전범재판에 세워야 하는데 말이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