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멕시코 오아하카주)의 커피 수확기는 12월에서 3월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십대 초반 아이들을 포함한 온 식구가 함께 일을 한다. 커피 수확에는 수개월이 걸리며 무척 힘들다. 일하는 날은 아침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일한다. 그 일은 중노동이었다. 커피나무는 날씨가 좋은 해에 세 번 꽃을 피우기 때문에 채취하는 사람은 같은 나무에서 세 번 열매를 딴다. 커피 열매는 빨갛게 익자마자 채취된다. 채취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열매는 땅에 떨어져 쓸모없게 된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가정들이 갖고 있는 커피밭은 그 높이가 서로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열매들은 같은 시기에 익지 않는다. 낮은 곳에 있는 밭의 열매들을 다 채취할 무렵이면 높은 지역의 언덕에 있는 밭의 열매들을 채취하는 시기가 된다.

아침 일찍 햇빛이 나자마자 온 가족이 커피밭에 간다. 어린 아이들을 등에 업고 점심으로 먹을 콩과 토르티야를 냄비에 간다. 가끔 제일 어린아이를 위해 해먹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나머지 가족들은 배 위에 바구니를 받쳐 들고 커피나무로 간다. 그리고 커피나무 줄기의 한가운데를 붙잡고 배 쪽으로 굽혀 갈고리로 고정시킨 다음 손가락으로 붉은 열매들을 훑어 딴다. (중략)


많은 커피재배 농부들과 그 가족들은 너무 힘든 일을 하기 때문에 수확기가 끝나고 나면 몸이 무척 야윈다. 채취한 커피를 광주리에 채워 운반하는 일이 끝난 후에도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커피열매는 당나귀에 실려 집으로 운반된다. 대부분 짐을 나르는 당나귀는 한 마리 밖에 없기 때문에 당나귀는 무겁게 쌓은 짐을 서너번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운반해야 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풍로로 커피의 과육을 제거해야 한다. 익은 열매들을 풍로 안에 넣고 열매의 바깥 껍질이 벗겨져 저장 상자에 알갱이가 떨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돌려야 한다. 풍로의 유속을 촉진하기 위해 자주 물을 붓는다. 이런 작업이 끝난 후 남는 커피 과육은 커피밭에 퇴비로 쓰인다. 커피 열매 안에는 두 개의 초록 커피 알갱이가 들어 있다. 이 알갱이들이 당밀층에서 벗어나도록 커다란 물통에 25시간에서 36시간 정도 두어 발효시킨다. 커피 알갱이가 잘 세척된 다음에는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시멘트로 만든 건조장에서 말린다. 말린 커피 알갱이를 페르가미노 pergamino 라 부른다.

 

 

나는 날마다 커피를 몇잔씩 마신다. 커피 맛에 곰곰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블루마운틴 자바 등등 이런 이름들은 잘 모르고, 그냥 우리식 구분법대로-- 원두커피, 다방커피, 자판기커피 중에서 자판기커피를 자의반타의반 선호한다. 원두커피는 얼마전에 하와이안 코나커피를 선물받은게 있는데, 내가 티백에 넣어 우려먹기 좋게 만들었다(집에서 원두커피 우려먹기는 참 힘들고 번거롭다). 그 티백을 회사에 가져와서 한잔씩 마시는데, 보통 티백 하나로 3~4컵 분량을 우려내 먹는다.

그런데 커피가 커피나무 열매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디 커피 뿐일까. 어떤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선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농촌에서 자라지 않아서;; 라고 쉽게 말해버리면 안 될 것 같다. 다시한번 마음에 새기는 후지따 쇼오조오 선생님의 교훈- 생각하라, 생각하라, 또 생각하라.

올초에 사놓고 지지부진 못 읽고 있던 '희망을 거래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무역회사 하벌라르'를 다시 펼쳐들었다. 커피는 저런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구나. 알고 마시자, 알고 마시자... 알고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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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2005-10-2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 농가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르 본 적이 있는데요, 커피열매를 말리고 껍질을 날리기 위해 '키질'을 하더군요. 70년대의 풍경으로 커피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작 생산자들은 커피를 즐기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80이 넘으신 커피 감별사 할아버지는 냄새만으로도 어느 지역에서 언제 생산되었는가, 그리고 어느 나라로 수출될 것인가까지 맞추시더군요.

딸기 2005-10-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생산자들은 즐기지 못하는 아이러니.

바람구두 2005-10-2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무슨 책 있던데...

blowup 2005-10-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부제가 붙은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도 우리가 몰랐던 '생산의 비밀'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죠. 깊지는 않으나 넓게 다루고 있어서 보기 편해요. 딸기 님은 이미 보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딸기 2005-10-2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안 봤어요. 이름은 들어봤는데...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추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