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닷가에 다녀왔다. 

따지고보면, 뭐 그렇게 '오랜만'도 아니구나. 서울에 살면서 일년에 바다 한번 보기 쉽지 않으니까. 도쿄에 있을 적에 바닷가에 수시로 갔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 살면서 바닷가에 다녀온 것은 오랜만이다'가 되겠다. 
어제, 토요일, 아는 언니네 식구들과 천리포 수목원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수목원 바로 옆에 있는 만리포 바닷가에 잠시 들렀다. 바닷바람이 꽤 쌀쌀해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한 20분 정도 머물렀을 뿐. 십수년 전에도 어딘가에 다녀오는 길에 그렇게 잠시 만리포에 들렀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기억에는 갯지렁이들만 남아 있다. 갯지렁이들이 꽁무니인지 머리인지(어디가 머리인지 구분을 못하겠음) 모래에 콕콕 박고서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모습. 걔네들, 꽤 오래 사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그대로였다. 물 빠진 모래밭에는 구불구불 물결 자국이랑 갯지렁이들, 쥐며느리처럼 생긴 물벌레와 새끼손톱 반조각만한 껍데기동물(갑각류는 아니고 뭐라 해야 하나 달팽이처럼생긴 것들)이 꼬물꼬물 기어간 자국들.

모래밭 윗부분이 말라서 굳어있었다. 손으로 두드리면 껍질처럼 바스락거리며 부서진다. 아이랑 남편이랑 앉아서 잠깐동안 '모래 과자 있어요' 하는 놀이를 했다. 아이는 더 놀고싶어했지만 일행이 있었던데다 바람이 차서 그냥 올라왔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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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4-1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좋네요. 오후에 찍으신 건가요?

딸기 2005-04-18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사진은 제가 찍은 건 아니고요. ^^ 동생이 찍은 거랍니다.

비로그인 2005-04-1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