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1 [dts]
유위강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보는 동안 내내 숨 죽이고, 가슴 졸이고 있었다. 팜플렛에 신감각 느와르(느와르 누보?)라고 돼 있었는데, 사실 나는 '옛날 느와르'도 별로 보지 않았다. 얼마전 TV에서 <영웅본색> 해주는 거 얼핏 보긴 했지만, 역시나 그것이 유행했을 당시의 감성으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고교 시절에 그토록 유행했음에도 불구하고--영웅본색, 천녀유혼 둘 다 보지 않은 희한한 '고집'이랄까.

그런데 한 사람의 스타가 있었다면, 유덕화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가서 <지존무상>을 봤었는데 얼마나 재미있고 서글펐는지. 알란 탐(지금은 뭐하는지 모르겠군)과 유덕화, 진옥련, 관지림. 진옥련은 뒤에 보지 못했고, 관지림은 동방불패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동방불패 한 서너번 봤을걸). 압권은 유덕화였다. 독이 든 술잔을 골라 입에 털어놓고(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살인의 방법) 적의 집을 걸어나오던 장면. 진옥련이 알란 탐의 방 앞에 반지를 놓고 엘리베이터 문 뒤로 사라지던 것도 기억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겠다는 큰 결심을 한 것은 유덕화가 나온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내 기억속의 유덕화는 <지존무상>에서 멈춰 있다. 이제 40대 중후반이 되어 있을 나의 스타가 어떻게 변해 있는지 보고 싶어서 극장을 찾은 것이다. 유덕화는 여전히 멋있었다. 너무 멋있었다. 대체 그 나이에 그 몸매가 나온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구...

양조위와 유덕화가 처한 긴박하고도 엿같은 상황, 두 인물의 고통과 희망, 아주아주 약간의 유머와 극도로 절제된 감정, '일상'이라고는 나타나지 않는 cool하고 세련된 화면 속에 삼합회(최첨단 깡패새끼들)를 우겨넣은 감각. 나는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 따위는 전혀 모르고, 영화평같은 것 할줄도 모른다. 다만 감동이 넘쳐나서 주체할줄 모르고 있다는 말만. 물론 이 감동은 어디까지나, 유덕화를 좋아했던 80년대의 소녀가 아줌마가 되어 느끼는 감동임을 밝혀둔다.
어쨌든 나는 이 영화를 나의 '명작' 리스트에 올리기로 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연사랑 2005-03-1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간도를 못 보긴 했으나, 유덕화와 양조위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한 표!
저는 헐리우드 배우들보다 오히려 이 사람들보면 가슴이 더 벌렁벌렁합지요~ㅋㅋㅋ

marine 2005-03-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딸기님!! 유덕화가 세 개의 술잔 중 독이 든 걸 마시고도 아닌 척 당당하게 악당의 집을 걸어 나가더니, 밖에서 쓰러진 그 장면, 미치죠, 미쳐 ^^ 자기 여자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녀는 형님의 여자였는데 목숨을 바친 셈이죠 (물론 유덕화가 마음 속으로 짝사랑) 저도 무간도 보면서 황당했어요 대체, 저 사람은 왜 나이를 안 먹는 거야?? 그거 아세요? 황국장으로 나온 황추생이 유덕화 보다 한 살 아래랍니다 유덕화 올해 43세, 황추생 42세 ^^

딸기 2005-03-19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나나님! 그 장면을 기억하고 계시군요! ㅠ.ㅠ
세상에, 황국장이란 사람이 유덕화보다 나이가 아래라고요.
유덕화 그 몸매는 정말 시간을 거슬러 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