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를 뒤져서 10년전 독서노트를 찾아냈다. 컴퓨터 의존증이 없었던 시절, 파란 펜글씨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작은 공책. 실은 연말부터 이 노트를 꼭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래전 어느 친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10년 뒤에는 무얼 읽을까'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다시 읽어보고, 10년 뒤가 아닌 10년 전을 생각했다. 1995년, 사회생활 시작하고 정신없었던 반년, 그리고 아주 잠깐 '느슨한' 일을 하면서 줄기차게 책을 읽었던 반년. 책 읽기에 매진하기엔 엉덩이가 너무 가벼운 나에게는, 1995년과 2004년이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해였다.

그 때의 독서노트에 들어있는 책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정말 재미있었던 시집. 당대를 풍미했던 이 시집을 펴낸 뒤 저 시인이 벌어들인 액수를 전해듣고, 생각보다 너무 적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국 불교사회연구소, 21세기를 여는 일곱 가지 이야기
김정환, 희망의 나이 (이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도 전혀 기억이 안 남 -_-)
윤대녕, 은어낚시 통신 ('실망스럽다'라는 독후감이 남아 있군요)
공선옥,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매키언, 세계와 결혼한 여자
김인숙, 칼날과 사랑
공선옥, 피어라 수선화
강홍구,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이야기
이청준, 흰옷
박태견, 조지 소로스의 핫머니 전쟁
호영승, 내 영혼의 적들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김용운 외, 아이디어 깨우기
(대체 이런 책을 왜 읽었을까 -.-a)
이혜경, 길 위의 집
송두율, 역사는 끝났는가
유영제 외, 실험실 밖에서 만난 생물공학 이야기

당시만 해도 '생명공학'이 아닌 '생물공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던 모양이다. 생소하다. 생명과학, 생명공학, 바이오테크, 지금은 이런 말들이 횡행하다못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10년 전만 해도 그런 말이 영 생소했던 모양이다. 독후감 첫머리는 "생물공학이라는 낯선 학문에 대해 전문가드이 비교적 자상하게 설명한 책"이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독후감의 내용은 참으로 순진하다. "선진국에게는 큰 무기로 작용하겠지만 인류를 위해 쓰이지 않고 말 그대로 '무기'가 된다면 21세기 지구의 해결사로서의 생명공학(음... 이 말이 나오는군)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모든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는 기술결정론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이 지점에서 나올 법하다". 내가 내 글을 인용하니 좀 웃기군. ^^;; 

박승관 외, 드러난 얼굴과 보이지 않는 손-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이 책은 며칠 전에 버렸는데)
김혁, 장미와 들쥐(뭔 책인지 전혀 기억 안 나는군)
엘리야스 샤쿠르 외, 피를 나눈 형제(팔레스타인 기독교도들에 대한 책... 음... 기억이 나는 것 같네)
브리지트 오베르, 철의 장미(세상에, 이런 책도 있었나보지)
유현종, 들불
롭 넬슨 외, 이끌어라 못하겠으면 떠나라
(그 시절 잠시 유행했던 미국 X세대 집단 Lead or Leave 라는 것이 있었다. 일종의 '새로운 진보'랄까, 사회주의 망하고 나서 이런저런 새롭다 싶은 운동방식은 모두 눈에 들어오던 시절이었다. 저 단체의 지도자 두 명이 미국의 현실과 '젊은이들의 역할'에 대해 쓴 책이었는데,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나카 나오미, 나오미의 깜장고무신
김민준, 옴니버스
김자야, 내사랑 백석
(백석이라는 시인과 만나게 해주었던 다정다감한 에세이집)
현실문화연구, 회사 가면 죽는다 (이 책 보고있는데 국장이 지나가다 책 제목 슬쩍 보더니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한마디 했던 기억이... 당시만 해도 OECD 시대였다. 얼마 안가 IMF시대가 왔고, 실업난 높은 지금은 이런 책 써냈다간 돌 맞을거다)

저런 책이 있었던가, 완전히 기억에 없는 것들이 꽤 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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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3-0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많이 다르네요..
전 복잡한 책보다는 수필집 소설등을 많이 읽었는데..
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정리해논 노트를 보면 알수가 있더라구요...

마냐 2005-03-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 최영미, 박태견 이외에는 겹치는게 없구만유. 나와는 참 다른 당신.

딸기 2005-03-0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중의 대부분이, 제가 생각해도 왜 읽었는지 모를 책이라니깐요.
아마 시기적으로 봤을 때... 선배들 심부름 하느라고 읽은 책이었던 듯해요. ㅋㅋ

2005-03-10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5-03-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는 월요일 빼고 대충 저녁땐 괜찮아요. (낮에도 가끔 괜찮지만, **님이 낮엔 안 되니깐) 다음주 금요일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