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반드시 키보드로 쳐서 어딘가에 저장을 해놓는다. 그런데 정작 그런 용도로 알라딘에서 '밑줄긋기'라는 것을 만들어놓으니 이용을 하기가 싫다.
지난번에 레지스 드브레와 프란츠 파농의 책 중에서 좋았던 구절을 '밑줄긋기'에 넣어봤다. 그것도 '마이리뷰'로 올라가긴 하는 모양인데... 사실 그건 뭐 '리뷰'는 아니잖아. 리뷰쓰기 뭣한 책들 밑줄 쫙쫙 그어서 리뷰 점수 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이것 때문에 밑줄긋기 유혹이 생긴단 말이다!) 바람구두님이 언젠가 올린 페이퍼에서 밑줄긋기에 대해 코멘트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하긴, 대부분 책들은 그렇다 -- 리뷰 쓸 것 없이, 그냥 좋았던 구절을 기억해놓는(기억 보조장치를 이용해서라도)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런데 우습게도, '밑줄긋기'라는 코너까지 있는데 굳이 그것이 싫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코너가 싫어서 나는 페이퍼에 '책갈피, 낙서 한 줄'이라는 카테고리까지 만들어놓고 있는데.
첫째는 '밑줄긋기'에 올리면 내가 아끼는 구절이 네모칸에 들어가고, 페이지 숫자가 옆에 나온다는 점. 싫잖아, 이런 건. 보기 싫어. 숫자+네모칸이라니. 아우라가 팍팍 떨어지는 느낌. 둘째, 아무래도 그걸 '리뷰'로 넣긴 쫌 거시기하다. 셋째, 밑줄 긋고 아주 짧게라도 느낌 따위를 적어놓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혹시 알라딘에서 이것도 개선해준다면-- 밑줄 긋고 소감도 쓰세요~ 뭐 이렇게. 그래도 뭐랄까, 책을 읽고 뭔가를 끄적이는 데에는(그것이 리뷰가 됐건 줄긋기가 됐건) '나만의 양식(서식)'이 필요하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