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반드시 키보드로 쳐서 어딘가에 저장을 해놓는다. 그런데 정작 그런 용도로 알라딘에서 '밑줄긋기'라는 것을 만들어놓으니 이용을 하기가 싫다.

지난번에 레지스 드브레와 프란츠 파농의 책 중에서 좋았던 구절을 '밑줄긋기'에 넣어봤다. 그것도 '마이리뷰'로 올라가긴 하는 모양인데... 사실 그건 뭐 '리뷰'는 아니잖아. 리뷰쓰기 뭣한 책들 밑줄 쫙쫙 그어서 리뷰 점수 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이것 때문에 밑줄긋기 유혹이 생긴단 말이다!) 바람구두님이 언젠가 올린 페이퍼에서 밑줄긋기에 대해 코멘트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하긴, 대부분 책들은 그렇다 -- 리뷰 쓸 것 없이, 그냥 좋았던 구절을 기억해놓는(기억 보조장치를 이용해서라도)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런데 우습게도, '밑줄긋기'라는 코너까지 있는데 굳이 그것이 싫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코너가 싫어서 나는 페이퍼에 '책갈피, 낙서 한 줄'이라는 카테고리까지 만들어놓고 있는데.
첫째는 '밑줄긋기'에 올리면 내가 아끼는 구절이 네모칸에 들어가고, 페이지 숫자가 옆에 나온다는 점. 싫잖아, 이런 건. 보기 싫어. 숫자+네모칸이라니. 아우라가 팍팍 떨어지는 느낌. 둘째, 아무래도 그걸 '리뷰'로 넣긴 쫌 거시기하다. 셋째, 밑줄 긋고 아주 짧게라도 느낌 따위를 적어놓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혹시 알라딘에서 이것도 개선해준다면-- 밑줄 긋고 소감도 쓰세요~ 뭐 이렇게. 그래도 뭐랄까, 책을 읽고 뭔가를 끄적이는 데에는(그것이 리뷰가 됐건 줄긋기가 됐건) '나만의 양식(서식)'이 필요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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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1-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의견 찬성입니다. 저렇게 형식을 만들어 놓으니 내 맘대로 한두줄 끄적거리는 건 왠지 규칙위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줄 쳐놓은건 그저 내가 다시 보기 위해선데 그걸 리뷰로 검색 가능하게 해 놓은 것도 맘 불편하고....

딸기 2005-01-2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 '밑줄긋기'는 괜시리 쓰기가 싫어진다니까요 ^^

바람구두 2005-01-2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지스 드브레는 무슨 책을 말하는 걸까?

딸기 2005-01-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의 삶과 죽음'이란 것이 나와 있어요. 크게 재미는 없었음.

바람구두 2005-01-2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시각과언어에서 나온 책이네요. 지식인의 종말이던가를 읽었는데... 난 프랑스 아해들과 친하긴 참 어려울 듯....

딸기 2005-01-2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
(그렇다면 난 어느나라 아해들과 친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별로 없네요)

바람구두 2005-01-28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럴 때보면 딸기님이 어째서 식물성 닉네임을 쓰는지 알 것 같다니깐.

딸기 2005-01-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물성이 되기엔 너무 게으르다구요 흐흐

광물성으로 고쳐볼까?
갈탄, 이리듐, 텅스텐, 라피스라즐리... 어느게 좋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