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에브, 말해 줘.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을까?"
너는 책을 읽다 말고 입을 꼭 다문 채 곰곰이 깊은 생각에 빠졌어. 넌 고사리와 귀뚜라미와 벌을 생각하며 적당히 대답할 말을 찾았던 거야.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지.
"음, 벌들도 사랑 때문에 죽거든."
아, 우리는 그제야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준비에브, 애인이 뭐야?"
우리는 네 얼굴이 빨개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어. 우리가 그 질문을 하자마자 넌 달빛을 받아 반짝이던 연못의 수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지. 그런 네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물에 비치는 달빛 같은 사람이라야 너의 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준비에브, 애인 있어?"
이번에는 네 얼굴이 정말 빨갛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아니었어. 넌 깔깔대고 웃으며 고개만 내저었지.
네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한 계절은 꽃을 피우고, 한 계절은 열매를 맺고, 다시 어떤 계절은 사랑을 가져다주었지.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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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 있다면, 정말로 인생은 그렇게 쉬운 것일까.
생텍쥐페리, '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에서 한 구절.
"네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한 계절은 꽃을 피우고, 한 계절은 열매를 맺고, 다시 어떤 계절은 사랑을 가져다주었지.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어쩌면 인생은 정말로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