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화의 윤리 -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의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카넷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국제뉴스를 보다 보면 생기는 의문들이 있다. 인권, 윤리와 관련해 가장 큰 난제는 ‘개입’에 관한 것. 개입은 언제, 얼마만큼 필요하며 그 필요성은 누가 판단하는가. 두 번째, 지구 반대편 가난한 아이보다는 내 이웃을 도와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화의 윤리는 어떤 답변을 내줄 수 있는가. 보편적 인권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지구화된 시대에 ‘책임’은 어떻게 규정되고 지켜져야 하는가. 국제관계에서 윤리란 현실적, 실리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되며, 특히 세계화 시대의 국제관계에서는 그 모든 맥락이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지는가.
저자는 호주 출신으로 미국 영국 호주 등 여러 곳에서 강단에 섰던 사람이다. 이 책은 세계화 시대의 윤리라는 것에 대해 몇가지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깊이가 있으면서도 핵심을 딱딱 짚어놨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고 재미도 있었다. 이런 작업은 아직 초창기 단계인지라 좀더 정교해지고 또 현실적인 맥락에서 토론이 진행될 필요가 있지만 어쨌든 철학 사회학 윤리학 등등을 종합해 이론적인 작업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고 이것저것 생각하는데 도움도 많이 됐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강대국들의 횡포를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미국의 힘’을 과대평가한다거나 다국적 기업들 혹은 ‘자본의 힘’을 과대평가해서 패배적인(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기회주의적인) 결론을 내놓아서는 안된다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저러는데 힘없는 나라들이 무슨 방법이 있겠어?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건, 어차피 결과가 빤해서야,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잖아, 그러면서 사실은 ‘강대국/대기업/미국인/무책임한 소비자/에너지 낭비꾼’의 대열에 편승하는 행위 말이다.
환경 문제만 해도, 미국이 버티고는 있지만, 유엔이 무력하다고 하지만, 분명 어떤 형태로든 ‘탄소 관리를 위한 글로벌 체제’가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체제를 어떻게 해서 더 친환경적이고 더 근본적인 것으로 만드는가 하는 점이지, “미국이 반대하는데 교토의정서가 무슨 의미가 있어” 이런 차원은 아니라는 점.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패배주의를 이야기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저자는 국제기구/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변화의 조짐이나 윤리의 위력에 대해서도 평가를 놓치지 않는다.
번역이 꽝이긴 하지만, 참 ‘안 팔릴’ 책이긴 하지만 볼 사람 만이라도 좀 봤으면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