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ie Cullum - Catching Tales
Jamie Cullum (제이미 컬럼)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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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술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한 번 쯤은 위 그림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해바라기 그림'으로 더 유명한 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고흐의 그림인데요. 그림의 제목을 잊어버렸는데,아마 '밤의 테라스'였나...제가 좋아하는 그림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왜 엉뚱하게 이 그림을 리뷰 첫 머리에 넣었냐고 물으신다면,제가 이 리뷰의 주인공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다가 퍼뜩 이 그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자연스레 그가 이 까페 안에서 피아노를 신나게 연주하고 있을 것만 같아서. 다소 유쾌한 상상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습니다. 여름 밤 하늘에는 별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고,환한 빛으로 가득 찬 까페 테라스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테이블을 꿰차고 앉아 자신의 일상사들을 얘기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다소 통통한 웨이트리스가 주문을 받고 있구요,소시민들의 힘겨운 일상을 대변해주는 듯한 울퉁불퉁한 길바닥은 까페의 조명을 받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에 제이미 컬럼의 허스키한 보컬이 그의 매끄러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까페의 안과 밖을 장식한다면... 어떠세요,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까? 그것도 이번 신보인 'Catching tales'의 음악과 함께 말입니다.

전작 'Twentysomething'이 다소 기교적인 면들을 많이 보여준 다채로움을 발휘했다면,이번 앨범에서 제이미는 좀 더 쉽고 편안한 곡들을 선곡하고 불렀습니다. 'Twentysomething'이 다소 자그마한 클럽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 불렀음직 하다면,이번 신보 'Catching tales'는 좀 더 큰 무대에서,아니-좀 더 공개된 장소,바로 저 고흐의 그림처럼 자신의 실력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시원한 공간을 택한 듯 합니다. 소박한 멜로디와 제이미의 감정컨드롤,그리고 능숙한 피아노 선율이 쉴 틈 없이 주를 이뤘던 전작보다는 멜로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재즈의 특색인 자유로운 표현이 조금은 줄었다고나 해야 할까요. 가성과 진성을 적절히 배치하여 청자에게 제이미 특유의 기교를 선사했던 전작보다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꾸밈없는 진성을 많이 사용한 듯 하고,화려한 관악기 연주가 늘어났습니다. 또한 보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그다지 빛을 잘 못 발한 듯 싶습니다. 그러나 전작의 장난끼 있어보이던 보컬의 색채에서 이제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듯 진지하고 안정적인 보컬을 구사하여 자신이 성장한 모습을 팬들에게 자신있게 증명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작에서는 한 트랙 한 트랙이 스탠다드,재즈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이번 앨범의 곡들은 재즈,R&B,블루스 등의 장르들을 적절히 조화시켜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부터 재즈의 노선만 달리고 싶지 않고 여러 음악을 복합적으로 재즈라는 장르에 소화시키고 싶다-라는 제이미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죠. 앨범에는 15곡이 실려있는데요,첫 싱글은 첫 번째 트랙인 'Get your way'라는 곡입니다. 다소 파격적인 가사와 후렴구로 넘어가기 직전에 파바방-쏘아지는 듯한 관악기 연주가 곡을 이끌어 갑니다. 다소 능청스럽기까지 한 그의 노래에 당황하지 마시고 들어보세요. 초반부에는 잔잔한 연주와 대비되는 후렴구가 이 노래의 매력이죠. 두 번째 트랙은 'London skies'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가 런던의 흐린 날씨를 싫어하는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하더군요. 다소 부드러운 반주가 청자의 귀를 편하게 해줍니다. 그의 말로는 안개와 이슬비의 매력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흘러나오는 제이미의 피아노 연주는 비오는 날의 그것처럼 더 매력있게 들립니다. 세 번째 노래는 'Photograph'라는 노래인데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재즈라기 보다는 약간은 듣기 편한 락 쪽의 노래라고 할까요. 그의 보컬이 기교 처리 없이도 훌륭하게 노래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네 번째 트랙 'I only have eyes for you'는 스탠다드 넘버인데요. 그다지 많이 깔린 반주 없이 적절하게 그만의 색깔로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조용한 듯 해서,제 정서에는 약간 별로였습니다. 다섯 번째 트랙 'Nothing I do'는 정말 기분 좋은 사운드입니다. 경쾌하게 약간의 엇박자로 연주되는 반주는 제이미의 보컬과 꽉 맞물려 있고,여섯 번째 트랙 'Mind trick'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노래인데요. 끝 부분에 제이미의 친구들이 파티를 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노래와 같이 들립니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파티 넘버입니다. 30분 남짓한 시간에 이 노래의 작곡을 끝냈다고 하는데,그리 쉽게 작곡한 노래가 어쩌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요. 그 뒤 일곱 번째 트랙부터 끝 트랙까지는 약간은 그루브한 멜로디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비슷비슷한 노래는 아니지만,그래도 전 앞 트랙들의 노래보다는 솔직히 그렇게 끌리지 않더라구요.

제가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요. 제이미 컬럼의 이번 신보는 제겐 전작 앨범보다는 약간의 만족감과 반가움 밖에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청중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던 그의 소박한 소망은 아직도 이 앨범에서 굳건히 유효합니다. 불안정한 자신의 'Twentysomething'을 노래했던 전작보다 'Cathing tales'에선 앨범 이름과 같이 '마음을 끄는 이야기'를 노래한 곡들에 '스물의 그 무언가(Twentysomething)'를 완성하려 부던히 작업하고 즐기려 한 제이미의 노력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다만,개인적으로 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음 앨범에서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좀 더 그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음악들을 들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아직 그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기에,한 사람의 팬으로써 내심 그를 더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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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Pei 2005-12-1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흐의 사진에서 느낀 것. ... 낮고 늦은 이탈리아의 아코디온의 선율.
...죄송... 전 Jamie Cullum 란 사람 몰라요. 내가 느낀 것 맞았나요?
안맞았죠? ... 죄송...

야간비행 2005-12-1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아뇨,원래 감상하는 면에서는 수학처럼 정답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ㅎㅎ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뭘.ㅎㅎ제이미 컬럼은 아직 우리 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아티스트가 아니라서...아마,일본에도 그런가요? 저는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큰 음반 시장을 가지고 있어서 좀 더 알려져 있을거라 생각했는데요. 친 페이님 취향과는 약간 다른 장르를 하는 사람이라서 잘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