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sycat Dolls - PCD
푸시캣 돌스 (Pussycat Doll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저번 중간 시험이 끝나고 좀 한가해지다보니까,이제까지 구입해왔던 음반들을 쫙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뭐,멋있게 말해서 기회가 생겼다는거지-사실 따지고 보면,씨디 케이스와 테이프 케이스에 뽀얗게 깔려있는 먼지들을 탁탁 털어낼 기회를 그때서야 여유있게 잡아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합니다. 그 동안 돈을 모으고 모아서 샀던 음반들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그렇게 적은 음악을 들었었던 건 아니구나-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무궁무진하게 음악이 많아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그렇게 심하게 깎아내릴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구요. 알라딘에 리뷰를 쓰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음악까지 포함하여 착착 정리되어 있더랍니다. 그러고 보니까 한 가지 아쉬운 점 하나. 제가 듣는 아티스트들은 거의 다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으며,그나마 팝 그룹으로 편성되어 있는 음반은 영국의 웨스트라이프와 블루,이렇게 모두다 보이 그룹이었다는 점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그나마 그룹으로 편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락 계열의 음악도 많이 없었고,있어봤자 그것 또한 남자들로 구성된 밴드 중심이었으니 저는 여성 중심의 그룹에서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곳에서 살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제가 여성 그룹의 팝 음악을 듣지 못한 건 아마도 제 자신의 무의식적 취향이 한 곳으로 쏠려 있었던 경향도 있었겠지만,지금 현재 빌보드와 UK 차트에서 여성 그룹의 음악을 보기란 참 쉽지 않은 팝 음악계의 음악적 성향도 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그 유명한 프론트우먼 비욘세의 욕심 덕택에 데스트니스 차일드가 해체했고,그 전 단계의 선배였던 TLC는 이제 전설로 남아버렸으며,영국에서는 그나마 걸스 어라운드와 슈가베이브스가 차트를 비집고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게 거의 다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어려운 와중에 단비같은 그룹이 빌보드와 UK 차트를 넘나들며 고공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푸시캣 돌스. 좀 많다 싶은 6명의 뇌쇄적인 여성들로 이루어진 자신감 넘치는 그룹입니다.

첫 번째 싱글 'Don't cha'가 버스타 라임스의 걸쭉한 랩핑과 리드 보컬 니콜의 흑인 삘 나는 보이스,규칙적으로 터져나오는 박수 소리와 어우러져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노래해서 여러 차트를 단박에 점령한 기염을 토했다면,두 번째 트랙에 자리잡은 'Beep'은 블랙 아이즈 피스의 멤버인 'Will.I.am'이 직접 작곡을 맡고 랩까지 맡아 인도풍의 멜로디에 풍부한 음색을 얹어 노래합니다. 힙합과 팝의 중간에서 적절히 자리잡고 있는 블랙 아이즈 피스의 색깔과 니콜과 나머지 멤버들의 코러스가 흥겨움을 주도합니다. 세 번째 트랙의 노래는 그 유명한 팀벌랜드가 맡은 'Wait a minute'이라는 노래인데요. 첫 트랙과 두 번째 트랙보다는 훨씬 더 흥겨운 면에서 앞서가 있는,업템포의 노래입니다. 'Beep'이 그리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몸을 조금씩 흔들 수 있었던 노래에 비하면 팀벌랜드의 이 노래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그의 랩과 몸을 신나게 흔들 수 있는 분위기가 노래 전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트랙의 'Stickwitu'는 지금 현재 빌보드 차트와 UK 차트에서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되어 대단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영국에서는 1위로 차트에 데뷔해 그녀들의 커진 영향력이 미국을 넘어서 곳곳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달콤한 팝 발라드인데요,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푸시캣 돌스의 따뜻한 사랑 노래에 잠시 귀를 맡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다섯 번째 트랙 'Button'은 'Beep'의 인도풍 분위기가 한껏 더 강화된 노래입니다.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보컬과 후렴 부분에 간드러지게 노래하는 부분에선 뇌쇄적인 그녀들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들으실 수 있으실꺼에요. 그리고 여섯 번째 트랙 'I don't need a man'은 다섯 번째 트랙까지 영향을 끼친 힙합과 R&B 분위기를 약간 제껴두고 본연의 팝 음악으로 돌아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합니다. 푸시캣 돌스의 음악이 자랑하는 것은 풍부한 코러스와 대단히 폭발적인 음악적 분위기인데요. 어느새 쿵쿵 울리는 심장까지 신나는 비트에 맡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일곱 번째 트랙 'Hot stuff'는 도나 섬머의 옛 고전 명곡이었던 노래를 다시 그들만의 노래로 재해석하여 불렀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후렴 부분인데요. 원곡과는 다르게 약간은 일렉트로니카 느낌까지 풍기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여덟 번째 트랙 'How many time,how many lies'는 전자 피아노 음과 딱딱 들어맞는 비트에 차분한 보컬로 불러냈습니다. 약간은 발라드 쪽에 속해있는 노래인데요,푸시캣 돌스의 폭 넓은 곡 해석력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아홉 번째 트랙 'Bite the dust'는 시작 부분부터 강렬한 비트로 시작되어 곡이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폭발적이고 강한 비트로 청자의 귀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마치,첩보 영화에 수록되어 있는 음악같이 들리고 있죠. 후렴부분으로 치닫는 부분에서 점점 비트를 고조시켜가며 탁-터져나오는 보컬로 멜로디와 조화를 이룹니다. 비트를 고조시켜가는 그 부분에선 듣는 사람이 다 숨찰 지경이니,노래의 스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왠만한 노래 치고 이런 스릴적 만족감까지 제공하는 노래는 매우 드문 데 말입니다. 열 번째 트랙 'Right now'에서는 그녀들의 풍부한 아카펠라 실력을 보여줍니다. 백인 여성들 치고 흑인들 못지 않은 음색을 구사하는데 놀랄 따름이죠. 이 노래는 마치 뮤지컬 트랙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들을 때,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했던 '물랑루즈'가 생각났습니다. 여섯 명이 매혹적인 옷을 입고 물랑루즈라는 공간에서 춤을 추며 신나게 공연하는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열 한 번째 트랙에는 'Tainted love/Where did our love'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이 노래는 다른 노래들과는 차별되는 특이한 구성의 노래입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두 개의 노래가 같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Tainted love'에서는 엇박자 식의 박자 구성에 니콜의 시원한 보컬이 주를 이루고,부드럽게 넘어가는 'Where did our love'는 캐롤 분위기를 연출해냅니다. 달콤한 아카펠라 코러스와 귀여운 멜로디와,어루만지는 듯한 보컬이 노래를 조심스럽게 이끌어 나가고,열 두 번째 트랙 'Feelin' good'에서는 약간은 고전적인-재즈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달이 환하게 빛나는 밤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듣는다면 딱일 듯한 그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제 대망의 마지막 트랙에는 영화 'Shall we dance'에 수록되었던 곡 'Sway'인데요. 이 노래 또한 고전 명곡이지만,푸시캣 돌스가 자신들만의 색채로 이 노래를 다시 불렀습니다. 원곡보다 더 매력적인 노래라고 말씀드려도 무방할 듯 합니다.

처음에 푸시캣 돌스의 음반을 접했을 때,그다지 큰 기대를 안하고 그녀들의 노래를 들었었는데 이게 왠걸요.푸시캣 돌스는 메말라가는 미국 여성 팝 그룹의 의미를 재복원하고 있으며,흑인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던 여성 그룹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푸시캣 돌스만의 음악적 색깔로 대중들과 평단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떡잎을 지닌 신인들을 접한 것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물론,리드 보컬인 니콜의 비중이 너무나도 커서 나머지 다섯 명은 그다지 능력이 없나보다-이렇게 생각하고 상업적 그룹이라고 잠시 멋대로 치부했었던 적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자신의 너무나도 큰 오산이었습니다. 푸시캣 돌스의 라이브 무대를 봤을 때,서로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각자의 개성이 뛰어나고,그 능력을 또 조화롭게 합칠 줄 아는 성숙한 음악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던 매력있는 파워 우먼들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처음에 푸시캣 돌스를 기획했던 사람들이 아예 상업적 의도라는 것을 빼고서 그녀들을 논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그녀들은 그런 상업적 의도란 말을 쏙 들어가게 끔,지금 현재 빌보드와 UK 차트에서 팬들의 전폭적 신뢰를 받으며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푸시캣 돌스가 이 음반과 더불어 앞으로 낼 새로운 음반들까지 합쳐 여성 그룹의 파워를 배가시킬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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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Pei 2005-12-1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디 케이스와 테이프 케이스에 뽀얗게 깔려있는 먼지들을 탁탁 털어낼 기회를 그때서야 여유있게 잡아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합니다"
하이고---, 멋있는 문장. 문학적이다.
그러나 난 이런 음악들은 전혀 듣지 않더라구요.
전 오로지 "이박사". ♪좋아,좋아, 오늘도 신나게 학교에 가보자.♬
.... 그건 농담이고.
대부분 Instrumental. 악기가 좋아해요. 악기.
피아노도 좋구. 기타(집시 기타)도 좋구. 집시음악도 좋구.
기타는 이 Paco de Lucia 가 정말 좋아요.  기회가 있으면 한번 들어보세요.

 


야간비행 2005-12-1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 페이님,과찬이십니다~ㅎㅎ그런데 친 페이님은 악기 음악을 좋아하시는군요..저는 왠지 피아노 연주랑 섹스폰 연주만 약간 좋아하고,다른 건 별로 안끌리더라구요. 하지만 음악을 편식해서 듣는 건 정말 안 좋은 습관이니까,여러 분야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꼭 들어볼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