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온 짐도 가져올 겸, 맡았던 일도 전해줄 겸, 회사에 들렀다. 일을 전하고 다시 일거리를 받았다. 어차피 2월까지는 회사를 다니는 걸로 하고 월급을 받기로 했으니 별 불만은 없다. 집에서 멍하니 있는 것도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대표님은 여전히 짜증내시는 표정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을 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믿어야하는데, 아직도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불신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뱡향적인데.
내가 그만두기로 한 그 다음날, 회사의 구인 광고가 올라왔었다. 1명이 그만두는데, 2명을 채운다고 했다. 그토록 인원 충원을 요구했을 때는, 올 8월에 1명 충원할테니 견디라고 하시더니만. 내가 두 명 분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자위했다. 대신 몸은 폐품이됐지만서도. 내가 미련했지.
집에 와 책상에 앉아 간만에 일을 조금 했는데, 목과 척추가 또 결렸다. 병원에 가니까 신경성이라고 한다. 교정치료를 받는라 또 신음을 내고, 땀, 눈물, 침이 범벅이 됐다. 2주차가 되면 좀 적응하려니 생각했었는데, 주가 바뀔수록 힘든 것 같다. 재활훈련을 하는데, 내 몸이 워낙 특이한 경우인지, 치료사들(일반병원의 레지던트급들?)이 내 몸을 교보재 삼는다. 첫 주에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2주차인 지금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다른 환자들에 비해 여러 의사들의 치료와 교정을 받는 셈이니까. 주고 받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편하긴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