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바라따 1 - 1장 태동: 신과 아수라와 인간과 영물들의 탄생 마하바라따 1
위야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새물결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마하바라따』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서유요원전』 때문이었다.


당시 난 『서유요원전』을 읽으면서 관련된 원전을 관심있게 찾아보고 있었다. 원전인 『서유기』를 읽으면서, 손오공의 모델이 인도의 『라마야나』 에 나오는 원숭이왕 하누만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을 알게 되면서 『라마야나』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와 관련하여 『마하바라따』를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냥 '이런 "게" 있구나'하는 정도였었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도서관에서 굵은 볼륨의 5권의 『마하바라따』를 발견하고 바로 대출을 해왔더랬다. 1권을 읽은 지 중반부 쯤 되서야, 이 책은 (시간에 쫓기며) 빌려 읽을 게 아니라, 내 책으로 진득하게 읽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책을 덮은 후 도서관에 반납을 했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도서정가제 "덕분에" 『마하바라따』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좀 뭣한 말이지만, 난 책을 '작정하고' 읽을 때 꽤 꼼꼼히 읽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열국지』를 읽으면서 워낙에 큰 골탕을 먹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거의 색인을 만들 정도로 인물과 사건을 꼼꼼하게 정리를 하는 버릇이 들었다. 『마하바라따』 역시 그런식으로 읽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난 『열국지』 도 완벽히 완독했는데, 뭐가 무섭겠는가.


그런데, 세상은 넓고 책은 많았다.


『마하바라따』는 뭐랄까... 비유를 하자면, 마르셸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은 열 명의 김연수가 '작정하고' 베베꼬아 내게 그 소설의 줄거리를 번갈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조금만 방심을 해버리면, 이 이야기의 화자가 누구인지, 도대체 어디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인지, 왜 이 이야기가 튀어나왔는지,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이야기의 미로 속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하바라따』1권의 절반 분량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떠돌이 가객인 우그라쉬라와스가 희생제를 치루고 있는 나이미샤 숲의 선인들에게 자나메자야왕의 희생제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한다. ② 우그라쉬라와스가 들은 이야기는 자나메자야왕의 희생제를 치룬 제사장 중 한 명인 와이샴빠야나가 자나메자야왕에게 한 이야기이다. ③ 자나메자야왕이 희생제는 뱀 희생제인데 이는 부친이 뱀에게 물려 죽었기 때문이다. ④ 자나메자야왕의 부친인 빠릭쉬뜨왕은 성자 끄르샤에게 모욕을 줬다. 그 사실을 안 성자의 아들 슈릉긴이 빠릭쉬뜨왕에게 뱀에게 물려 죽으라는 저주를 내려, 빠릭쉬뜨왕은 뱀 왕 딱샤까에게 물려 죽는다. ⑤ 이러한 뱀 희생제는 브라만 아쓰띠까의 간청으로 멈추게 되는데, 아스띠까는 고행자 자르뜨까루와 뱀 여인 자라드까루(이름이 같다) 사이에서 난 자식이다. ⑥ 뱀 왕 딱샤까에 대한 내력과 족보가 나오는데, 쁘라자빠띠의 두 딸 위나따와 까드루가 그 기원이다. 이 둘은 브라만 까샤빠와 결혼을 하는 데, 위나따는 천 명의 뱀 아들을 낳고, 까드루는 태양의 마부 아루나와 뱀 사냥군 독수리 가루다를 낳는다. (가루다와 관련해서 신들과 아수라들이 합심해 '소마'를 얻는 이야기가 나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끝이 없다.)


복잡한 것은, 이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 ①→②의 순서로 진행이 된다. 이 순서가 끝이 나서야 우린 그제야 와이샴빠야나와 자나메자야 왕의 대화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밑밥인 것이다. 이만큼 풀어놓은 후에야, 비로소 본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1권을 다 읽은 독자들이라면, 1권 마지막에 있는 와이샴빠야나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하바라따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제껏 열심히 읽었건만, 이제 이야기를 시작한다니, 나는 대체 무엇을 읽었나?


이런 밑밥은 ①의 우그라쉬라와스와 나이미샤 숲의 선인들의 이야기에 나온다. 그 이야기들은 『마하바라따』 본편의 줄거리 요약이자, 하이라이트 부분을 요약/압축한 것이다. 패를 다 보여줘도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이야기 자체에 압도 당하고 만다. 아니, 압사당한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기나긴 대서사시 중에 이제 겨우 0.5/19를 읽은 것이다. 내가 만지는 부분이 코끼리 다리인지 몸통인지, 아니 코끼리가 맞는지도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성급하게 평가하고 단정짓기 보다는, 서서히 깨달아 나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부디 완간만 되기를 쏜꼽아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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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4-12-30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마하바라따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죠.50% 세일이어도 워낙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결국 못샀어요ㅜ.ㅜ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봐야 될것 같아요.

Tomek 2014-12-30 23:24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가에 간직할만한 책인 것 같아요. 아쉬운점이 없진 않지만...

고맙습니다. ^^

라로 2014-12-31 0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르던 책이네요,,,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어요!!

둥이들은 잘 자라고 있죠???^^

Tomek 2014-12-31 07:31   좋아요 0 | URL
2022년 ˝번역완결˝ 예정이라 얼마나 기다려야햘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국어로 이런 위대한 서사시가 번역된다는 사실이 기뻐요.

둥이들은 매일 징징대서 힘이... ㅠ.ㅠ

고맙습니다.

2015-01-01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1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