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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ㅣ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회화는 감정이다. 아니, 감정의 발산을 캔버스라는 틀 안에 가두어 놓은 것이다. 화가가 누구건, 어떤 화풍이건 간에 우리는 그림을 보는 순간 설명하기 힘든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머리로 하는 회화도 존재하고, 권위를 조롱하는 회화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회화는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울리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붓과 물감을 통해 투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일상과 소재를 향해 자신을 투영시키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음악 또한 감정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리 중에 화음을 발견하고, 그 화음을 조화시켜 음악을 만들어낸다. 회화와 달리 음악은 순간적이다. 우리는 음악을 볼 수 없고 잡을 수 없다. 시간 속에 흐르는 음률과 화음을 느낄 뿐이다. 음악엔 실체는 없지만, 연주되고 흐르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 이유는 회화와 마찬가지로, 작곡가와 연주가가 음률과 화음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음악 또한 예술이다.
눈으로 보는 회화와 귀로 듣는 음악은, 감상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감정의 고양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장르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혀서 그린 그림과 작곡한 음악이 있고, 질투의 감정, 공포, 새로움의 열망, 발상의 전환 등 여러 이유로 창작된 그림과 음악이 있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의 저자 노엘라는 같은 감정에서 출발한, 혹은 같은 감정을 느꼈던 그림과 회화를 서로 연결한다. 회화의 역사, 음악의 역사를 통해 지식으로만 예술을 접했던 나로선 꽤 신선한 접근이었다. 감정의 고양, 마음이 흔들리는 것. 그게 예술의 가치가 아닐까?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저자의 회화와 음악을 연결하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너무 강렬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음악과 미술의 인문학적 접근을 원했던 내게 에세이에 가까운 감정의 과잉은 초반에 책을 견디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과 소재를 향해 자신을 투영시키는 것이 예술이듯이 그녀 또한 책에 언급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자신을 강렬히 투영했다는 점에서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예술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인문지식을 모두 동원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느냐 이고, 그런 감정의 고양을 설명하기 보다는 같이 느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을 우리의 일상으로, 우리의 보편적 감수성으로 내려놓았다. 설명은 부차문제다. 일단은 접근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썩 괜찮은 입문서이다. 항상 처음이 중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