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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이 책을 어떻게 이야기해야할까? 인문서적으로 묶여있지만, 저자 자신의 에세이로도 볼 수 있고, 명사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잠언들을 모은 책으로도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번잡스럽게 글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말끔히 지웠다. 기억나지 않은 삶의 처음과 아직 경험하지 않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정도의 번잡스러움은 필요하지 않을까?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The Thing About Life Is That One Day You'll Be Dead)』는 크게 3개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하나는 저자 데이빗의 가족(97세의 아버지와 10대 딸의 이야기, 그리고 아주 가끔 전개되는 친척일지도 모르는 명사 조지프 실드크라우트의 이야기)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육체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과학적 지식의 나열, 그리고 마지막은 명사들의 짧은 말을 담고 있다.
책은 '지식(정보)'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고등 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대충은 꿰고 있을법한 평범한 정보들의 나열이다. 사람의 몸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변하고, 노쇠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오히려 이 책의 위력은 개인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있다.
지나치게 건강한 저자의 아버지, 그리고 그 지나치게 건강한 아버지가 결국엔 노화라는 자연의 섭리에 귀속되는 모습과 저자인 아들의 갈등이 책 내내 부딪힌다. 이렇게 부딪히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가 떠오를 정도로 소소한 재미와 작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이야기는 정보적인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 70세에 쓴 아버지의 에세이, 저자의 현재 이야기, 저자의 과거 이야기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애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 그 뒤에 그 시기에 인간의 육체가 겪는 일들을 거시적으로 풀어놓는다.
이렇게 장르를 넘나들면서 독자는 인간의 '한살이'와 '죽음'에 대해 느끼게 된다. 이성의 인식이 아닌 감정의 고양이다. 죽음을 대비하는 상조서비스 같은 책이 아니라, 죽음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오늘의 삶에 더 충실하게 하는 책이다. 인문 서적이라기 보다는 문학 서적에 더 가까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