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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평점 :
소수의 매니아들만 기억하는 괴팍하고 끔찍한 만화를 그려온 이토 준지는 이제 거장이 되었다. <헬 보이>와 <판의 미로>를 감독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또한 그의 이름을 알고 언급할 정도이니, 그의 영향력은 일본을 넘어 전지구적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87년에 「토미에」로 데뷔해 90년대 전성기를 누리고, 2000년대 또한 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수작을 발표하고 있는 이 호러만화가가 이번에는 의외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는 그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물론 그는 여러차례 자신의 일상을 만화로 풀어놓았다. 대부분 '저자 후기'에 2~4 페이지 정도로 짧게 그린 경우지만, 짧은 분량의 단편 또한 풀었었다. 「논논 두목」과 「논논 두목의 숨바꼭질」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그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15년을 함께 살아온 논논이라는 이름을 지닌 개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그 만화를 보면 그가 엉뚱하지만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를, 그리고 그와 어머니가 논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만화는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권 오시키리의 괴담 & 프랑켄 슈타인』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다.
그런 그가 고양이를 소재로 삼았던 적이 있다. 『어둠의 목소리 궤담』에 실린 「소이치의 애완동물」편에서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면과 공포스러운 면이 다 담겨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아마도 이토 상이 고양이에 관심이 생겼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줄은 몰랐다.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양면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 책 『욘&무』는 호러만화가 J와 그의 아내 A코가 친정에서 데려온 욘(四)이라는 고양이와 새로 맞이한 무(六)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이다. 굳이 비슷한 형식을 찾자면, 메가쇼킹 작가의 『탐구생활』시리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토 준지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평범한 일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이 어디 가겠는가? 이 만화는 강아지를 사랑하던 평범한(?) 사람이 고양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 '무'를 만났을 때의 모습. 저 표정이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는 모습이다. ㅡ.ㅡ;;;
'욘'의 등에 있는 점. J는 이 모양이 해골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해서 욘이 악마의 고양이라 생각한다. 이 만화의 내용은 J와 욘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았다.
J의 부인인 'A코'의 모습은 상당히 "괴기스럽게" 그렸다. 그녀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눈동자가 없이 흰자위의 모습으로만 나오고 바지는 항상 쫄바지만 입고 나온다. 하여간 악취미다. ^.^;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일반 만화책의 절반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는데 가격은 1.5배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토 준지의 팬이라면 뭐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니 뭐 그렇게 억울한 생각은 없다.
'고양이'라는 애완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구입할만 하고, 이토 준지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당연 구입해야 하고, 이토 준지의 기존 작품에 있는 극단적인 묘사를 감당할 수 없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토 월드"에 입성할 수 있는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이토 준지의 본령인 공포와 코미디가 섞여 있으니까. 공포와 웃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덧붙임:
1.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두 분 참 닮으셨습니다. ^.^;
2. 이미지는 구글에서 검색해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