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2주

   2월 11일부터 24일까지, 중앙 시네마에서 <마지막 스크린, 추억을 만나다>란 기획전을 진행한다. 2년 전, 크리스마스에 <화양연화>를 재상영하더니, 올해 초엔 더 특별한 기획으로 '지난 10년간' 개봉했던 영화 중, 다시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엄선해 상영한다고 한다(아니 이미 하고 있다). 

   홈씨어터나, TV, 컴퓨터 모니터, 휴대 전화 등, 요즘엔 여러 경로로 쉽고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를 꼭 극장에서 돈내고, 시간들이고, 불편한 의자에 꼼짝없이 앉아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꼭 그래야할 영화들이 있다. 커다란 스크린, 온 몸을 떨리게 하는 음향 효과, 불이 꺼지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로운 경험. 아마도 이제는 회고전이 아니면, 결코 극장에서 볼 수 없을 영화들. 중앙 시네마가 준비한 13편의 영화들은 다 나름 볼 가치가 있으나, 어디 그게 쉬운가? 그 중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세 편의 목록을 골라봤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는 '무조건' 스크린에서 봐야한다. TV나, 컴퓨터 모니터, 혹은 PMP같은 것으로 본다면, 그의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 그는 시네마 스코프 사이즈(2.35:1)의 영화를 즐겨 찍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굉장히 뛰어하다. 씨네마 스코프 사이즈는 TV에서 구현되기 힘들다. 위아래 블랙바가 화면을 절반이나 잡아먹던가, 아니면 영화 양 옆이 잘려나가던가.  

   두 번째 이유. 그는 자신이 만드는 영화의 사운드를 직접 믹싱한다. 그의 영화에서 사운드는 영상과 거의 동등하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소다. 만약 그의 영화를 집에서 본다면, 최대한 모니터의 볼륨을 한껏 높여서 감상해 볼 것. 별별 희한한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가 얼마나 보는이를 '떨리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원주택에 살지 않는 한, 옆집의 항의를 무시하며 영화를 감상할 순 없는 일이다.  

   굳이 이런 환경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진짜와 가짜, 현실과 환상이 정신없이 넘나드는 이 영화는, '결과가 원인을 규정해버리는' 경악할만한 30여분의 결말 때문이라도 꼭 한 번쯤은 볼 가치가 있다. DVD로 본 것은 이 영화를 절반만 감상한 셈이다. 이 영화는 오감으로 체험할 영화다. 

 

   <지옥의 묵시룩:리덕스>는 전쟁영화 답게 스펙터클한 장면이 꽤나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전쟁영화와 달리 스펙터클의 쾌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발퀴리처럼 수많은 네이팜탄을 쏟아붓는 엄청난 화력의 미군들이 오히려 '정글'이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 눌리는 느낌이 든다.  

   미군의 통제를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은 윌리엄 대위(마틴 쉰)와 그의 부하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마치 오디세이아처럼 수많은 전장터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점차 알 수 없는 공포로 인해 이성을 잃는다. 

   이 영화는 베트남전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오히려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공포'가 어떻게 이성을 망각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원작이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니 당연하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물리적으로 눌려지는 듯한 느낌은 TV에서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효과다. 여러 장면이 있지만, 미군 폭격 장면과 커츠 대령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꼭 스크린에서 봐야할 장면이기도 하다. 조그마한 TV에서도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면, 스크린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볼 일이다. 

 

   마치 <엘 토포>의 PG-13 버전(!) 같은, 이 영화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몇 컷의 이미지만으로 대신한다. 타셈 심 감독은 거의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이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스크린이 아니면, 이것은 제대로 감상한 셈이 아니다. 

 

   이 외에도 10편의 영화가 더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클릭)로 가서 자신만의 영화를 선택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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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o 2010-02-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 폴, 정말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이죠^^

Seong 2010-02-16 09:13   좋아요 0 | URL
그 밖에 좋은 영화가 많이 재상영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