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1주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 중 관심있는 영화는 단연 <의형제>이다. 송강호, 강동원 두 배우의 앙상불도 관심있고, 장훈 감독이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가 아닌, 자신의 시나리오로 얼마나 매끈한 영화를 만들었을지 또한 관심이지만, 진짜 관심있는 것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남파간첩과 국정원 직원간의 이야기라는데 있다. 간첩이라니! 간첩이라니!

   53년 휴전 이후 계속, '간첩'이란 단어는 늘 우리와 함께 따라다녔다. 북에서 친히 내려온 황태성같은 거물 간첩도 있었고, 때로는 정권 유지를 위해 국가가 무고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만들기도 했었다. 간첩은 분명히 지금 이곳에 우리들과 함께 있으나, 우리의 눈에 띄지는 않는다. 김훈의 표현을 빌려, 간첩이란 우리에게 있어 '길삼봉이란 허깨비'와 같은 것이다.  

   어찌보면, '간첩'이란 참으로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적국의 비밀을 캐가거나, 그 체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선동을 하는 자들. 외국영화에서 '스파이'이란 존재는, 그들의 행동이 비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비윤리적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매력적이었는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휴전 중인 분단국가에 살고 있고,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상업영화에 그리는 것은 아직까지도 금기시 되고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해적 이야기가 인기를 끌더라도, 왜구(倭寇)영화는 한국에서 상영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첩 영화 혹은 북파 공작원 영화는 반공영화의 영역에서만 다뤄졌다. 북한 사람을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90년대 말에서야 시작 됐다.  

 

   그런 의미에서 장진 감독의 <간첩 리철진>은 가히 충격이었다. 살인기계로 훈련을 받은 리철진 동무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택시강도에게 총과 공작금을 빼앗긴다. 겨우 어찌해서 접선한 고정간첩은 이미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무늬만 사회주의자'가 된지 오래고, 그들의 가족은 부모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개의치도 않는다.  

   리철진이 접선한 고정간첩의 모습은 지금껏 여러 매체에서 떠들어 댄 이미지가 아니었다. 장진 감독이 묘사한대로, 아마 이들은 소련의 붕괴와 독일 통일을 TV로 시청했을 것이고, 또 IMF로 인해 대한민국의 지배 이념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돈'이라는 사실을 뼛속까지 체험했을 것이다. 변절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세상에 물들어 간 게 아닐까. '주체사상'이란 종교를 가진, 대한민국을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 그게 장진 감독이 묘사한 간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적 호불호나 완성도를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남한에서 만들어진 간첩 영화 중 가장 발랄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얼짱 간첩이라니. 남북 화해무드로 이런 영화도 만들어 질 수 있구나. 물론 이당시 만들어진 기획 영화 중 가장 기막힌 영화는 <휘파람 공주>였지만... 그저 발랄한 간첩을 다룬 영화라 올려봤다. 이 영화에 대해선 솔직히 '할 말 없음'이다. 

 

         

   <쉬리>와 <이중간첩>에서 그린 간첩은 너무나 전형적이었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각 영화에서 간첩역을 맡은 김윤진, 한석규의 연기는 뛰어났으나, 그들의 고통, 고뇌에는 이입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소재를 너무 익숙하게 풀어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쉬리>는 간첩의 기존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버무려 매끈한 상업영화로 만들었지만, <이중간첩>은 간첩을 두 개의 삶을 사는 분열증을 겪는 자아의 이야기로 풀었기때문에,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언더커버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액션을 동반하지 않는 언더커버 이야기는 지루하다.  

 

   영화는 아니지만, 근래 접했던 '간첩'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이었다. 미드같은 빠른 템포와 적절한 플래시백, 손에 땀을 쥐게하는 추적과 하루키를 능가하는 베드씬 등, 정말 엄청난 이야기였다. 이번주는 간첩과 같이 보내는 게 어떨런지? 그들도 이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이란, 어디나 다 힘든 법이니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vio 2010-02-06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첩, 스파이... 참 매력적인 존재이군요.

Tomek 2010-02-08 09:32   좋아요 0 | URL
제3자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겠지만, 당사국 입장에서는 아니겠죠.

novio 2010-02-11 02:10   좋아요 0 | URL
당사국 입장 ㅎㅎㅎㅎ

2010-02-09 0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9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