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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과학편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순한 세계 여행기가 아니라 숨겨진 세계사까지 배울 수 있어
tvN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특히나 세상을 바꾼 과학 관련 사건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시청했기 때문에
벌거벗은 세계사 과학편을 모아서 다시 볼 수 있어 아주 유익했다.
사라지지 않을 공포의 존재, 벌거벗은 세균 전쟁은 다시 봐도 끔찍했다.
지구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가장 단순하지만 대단한 생명체 세균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를 초토화할 만큼 위협적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인류 역사에서 치명적인 감염병을 일으켜왔고,
항생제의 발견으로 물리치는 듯 했으나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한데다
아직도 2% 정도밖에 밝히지 못해서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성병 매독은 피부 궤양이 매화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교환을 통해 두 세계가 접촉하면서 무역품만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감염병도 교환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천연두, 홍역 등의 바이러스가 전파됐고
아메리카에서는 매독균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페스트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던 유럽에서는 현재를 즐기자는 쾌락주의가 만연했다.
군인, 귀족뿐만 아니라 교황까지도 방탕한 생활을 했고, 많은 예술가들이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매독은 수치스로운 병으로 여겨져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이름을 붙였는데, 신대륙 발견 이전부터 매독균이 유럽에 존재했다는 증거도
제시되고 있다. 매독의 신대륙 기원설과 유럽 내재설 모두 충분한 근거가 없어서
여전히 논쟁 중인데, 20세기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감소하다, 최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매독 환자가 급증했다니 의외였다. 치료를 받으면 없앨 수 있음데도 불구하고,
은밀한 감염 경로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그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다니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인도의 풍토병이던 콜레라를 세상 밖으로 퍼트린 영국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제국주의 정복욕 또한 인류가 잊어서는 안 된다.
1817년 1차 팬데믹을 시작으로 150여 년간 7차 팬데믹을 일으키는 동안,
다행히도 국제적 공조를 통해 감염병을 인간이 정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얻게 되었지만,
여전히 위생시설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며 콜레라균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가슴이 아프다.
산업혁명 시기 열악했던 근로환경에 의해 결핵균이 활개를 친 것처럼 가난한 자들의 질병이
여전히 유명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결핵균은 자외선에 약해서 햇빛을 받으면 전염력이 떨어지는데,
환기도 안 되고 햇빛이 차단된 공장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결핵이 발병했는데, 결핵에 걸려 살이 빠지고 창백해진 외모를
미인상으로 동경하여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결핵을 아름다운 질병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니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참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OECD 가입한 이래 2021년까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를 우리나라가 차지했다니
좀 무서웠다.
백두산 괴담과 화산 폭발, 진화론을 잘못 해석한 우생학의 과오, 퀴리 가문의 과학 DNA, 스파이로 몰린
원자폭탄의 아버지 등 세계사 속 과학 벗기기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했다.
#벌거벗은세계사과학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