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 정약용편 세계철학전집 3
정약용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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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철학을 따라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네는 책이라 도움이 많이 된다.

좋은 품성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갈고닦아야 하고, 의로운 기상은 언제나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을 들으니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느껴졌다.

손톱을 보면 그 사람의 청결함이 드러나고,

체형을 보면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이 드러나고,

성격은 얼굴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으므로

작은 습관과 태도 속에서 사람의 깊이가 드러난다는 말씀에

사소한 것부터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

나의 몸과 얼굴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성공의 운을 불러온다.

진짜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지박약인 자신의 모습을 빨리 인정한 사람은 지금 내게 주어진

작고 소중한 시간을 붙잡아 변하려고 하지만,

외부 탓만 하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문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탓하는 마음이 고집이 되어 버린 사람들은 끝내 변하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그 고비가 길어지면 마음이 쉽게 지치게 되지만

시련이 곧 나를 단련하는 시간일 수 있다. 결과가 늦게 오는 것일 뿐이지,

결코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님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가 파리 같은 사람을 만나면 변소 주위를 함께 거닐게 되고,

꿀벌 같은 사람을 만나면 꽃밥을 함께 거닐게 된다.

꿀벌 같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파리 같은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장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퇴보는 한순간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가치관을 갖고 살아간다 해도, 좋지 않은 사람을 곁에 두면

쉽게 그 영향을 받게 마련이므로 좋지 않은 사람을 멀리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날카롭게 내뱉는 순간 진실인 전달되지 않고 상처만 남는다는

말씀 또한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람에게 말할 때는 반드시 공손하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말의 방식은 내용만큼이나 중요해서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날 선 말은 마음을 닫게 하므로 조용한 목소리로 상대가 듣기 좋게 말해야 한다.

무례함을 쿨함이라 착각하지 말고, 무뚝뚝함을 성격이라 합리화하지 말고

따뜻한 말을 연습해서 말이 결국 나의 얼굴이 되고, 나의 인격이 되고,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향기가 됨을 명심해야겠다.

"사람은 말로써 마음을 드러내고, 말은 곧 그 사람이 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이

집약되어 있어 아주 유익하였다.

#정약용 #세계철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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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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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이다.

10년째 매일 퇴근 후 판다를 그리는 17년 차 직장인인 저자가

처음엔 단체전 하나를 준비하는 것도 벅차했던 자신이

최근엔 1년에 한번은 개인전을 열고

100호 크기의 캔버스가 들어가는 작업실을 갖겠다는 소망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 같게 된

이야기를 조곤조곤해준다. 대단한 성취는 없지만 자신이 되길 바라던

어른의 모습에 한 발짝 가까워지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귀여운 판다 그림과 함께

솔직히 고백하니 호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역시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고흐는 천재였지만 언제나 자기 확신이 부족했다.

놀라울 정도로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고, 대단한 작품들을 완성해 내면서도

계속 자기 자신에게 의심을 품었던 것이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데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자신의 그림이 걸린 미술관에 전화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 척 능청스럽게

"피카소라는 유명하고 훌륭한 화가가 있다던데, 그의 작품이 있나요?"

라고 물었던 피카소는 자기 확신이 가득한 천재였다.

자신이 해낸 일을 자신이 긍정하지 못하면 의심과 불행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완벽하지 못한 날들이 계속되어도 완벽하길 기대하지 않고

그냥 남들이 내게 하듯, 내가 남들에게 하듯,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살아가면 된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오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내일도 그럴 거라는 보장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그럴 수 있었겠다'라고 이해되기도 하는 순간도 온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멈추지는 않는다.

꼭 무언가에 열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세,

나의 평범한 하루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저자의 행복한 판다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니 기분도 한결 좋아져서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탓도 있겠다.

완벽하게 시작해야 오래가는 것도 아닌 게, 대충 시작했다가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시작한 것을 꼭 완성할 필요도 없고, 그냥 도전해 본 경험만으로도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도전의 경험으로 용기가 생겨, 하고 싶은 건 언제라도 해보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면 된다.

대충 시작하면 단념도 가볍게 할 수 있다.

꿈을 이루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삽질을 많이 한 만큼 그 땅은 내 것이 되고,

거기서 싹이 돋고 기회가 열린다는 말이 와닿았다.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맛본 작은 승리가 뭔가를 시작하고 반복하는 즐거움을 알려줬고

새로운 꿈이 찾아왔고, 도전을 망설이는 순간에 느낌표를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저자가 너무 멋있고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어른이지만용기가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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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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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버티고 잘 적응해온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한반도의 야생 동물들이 더 이상 인간의 개입에 의해 멸종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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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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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입담 천재 곽재식 박사의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 팔도 동물열전이다.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

고라니, 멧돼지, 여우, 청설모, 너구리, 붉은 박쥐, 담비, 반달곰 이야기가

지역별로 펼쳐졌다. 해외여행을 갈 때 그 도시를 대표하는 동물들을 보러

일부러 찾아가면서 정작 우리나라 야생동물들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희귀한데 우리나라에는 흔해 로드킬 1위로

저평가된 고라니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초식동물답게 성격이 온순하면서도 언제나 발 빠르고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편안하고, 빨리빨리 정신으로 유명한 한국인처럼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물 사슴이라는 영어 이름처럼 물가도 좋아하고 어떻게든 적응하고 변화하며

살아남는 한국인의 기질도 엿보이는 고라니는 고구려와 백제 역사에도 등장한다.

잡학 다식 박사답게 동명왕편에 나오는 주몽의 이야기와 고라니의

특이하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연결 짓는데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고라니가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매년 정부 방침에 따라

대량으로 사냥당하는 일은 심각하게 고려해서 다른 방안을 찾아야만 할 것 같다.

농민의 고민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국제 자연보전연맹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적색 목록 동물을 합법적으로 사냥하는 나라로 분류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로드킬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고라니가 많지만 막상 고라니 연구를

하려고 하면 기본 자료가 부족하고 살아 있는 고라니를 접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이러니한 현실이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라니가 사는 나라에서

고라니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건 너무 황당한 현실이다.

중국 동물원에 갔는데 판다를 보기 어렵다거나, 호주 동물원에서 캥거루를 보기 어렵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생태에 대한 연구와

보존의 기회를 주는 곳인데 정작 우리나라 동물원에 고라니 같은 한국 토종 동물이 없다는

건 무척이나 서글픈 일이다. 다행히도 국립생태원에 고라니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백제 전설 속의 고라니와 스토리텔링을 잘 해서 고라니를 보러

국립생태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좋겠다.

돼지가 진흙 목욕을 좋아하는 것 때문에 돼지가 더럽다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돼지는 매우 깨끗하게 지내는 공물이다. 덩치가 크면 더운 날씨에

몸속의 지방과 근육에서 생기는 열을 바깥으로 내뿜기 어렵다.

돼지는 땀샘이 부족해서 땀을 잘 흘릴 수 없기 때문에 진흙탕에서 뒹굴며 목욕을 한다.

진흙이 몸에 붙으면 물처럼 쉽게 마르지 않아 열기를 오랫동안 식혀주는 것인데,

진흙으로 더위를 버티는 돼지를 더럽게 여겨 "돼지우리 같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돼지에게 실례인 것 같다.

여우가 사람을 홀린다며 미움을 받게 된 것이 대부분의 갯과 동물과 다르게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세로로 가느다란 모양이라 요사스럽고 사악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여우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사람이 보기에 개를 닮은 몸에 고양이 눈을 한 여우가

낯설어 나쁘고 불길하게 생각했다니 말이다. 고양이와 여우의 눈동자는 밝은 때는 가늘어지다가

어두우면 두꺼워진다. 사람이나 개는 눈동자가 둥글어 빛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려운 반면,

고양이와 여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적응해 사물을 분별하기에 유리해서

사냥도 잘 하고 적을 피하는 데도 능숙하다.

세계 곳곳에서 잘 살아가는 여우가 유독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간접 중독 때문이라니

안타까웠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동안 쥐 박멸 정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어

쥐약이 무분별하게 살포되었는데 쥐약을 먹은 쥐들이 산으로 가고 그 쥐들을 잡아먹은

여우들도 전멸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좋은 일이라며 추진한 공공정책이

무심코 뜻하지 않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파괴를 불러오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니

자연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과학기술에 충분한 투자가 확보되어 과학기술정책이

현명하고 신중하게 펼쳐지면 좋겠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다람쥐 수출 산업이 성황을 이루면서 한국 다람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일부 무역 회사에만 수출 허가를 내주게 되자, 허가되지 않아서 수출길이 막힌

다람쥐 9000마리가 방치되어 우리에 갇힌 채 굶어 죽은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니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야생 동물들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힘겹게 살아남은 생명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했던 화전민들이 산속에서 다람쥐 집을 찾아내 다람쥐가 숨겨둔

밤, 잣, 호두 같은 열매들을 꺼내 먹으며 끼니를 이어가고, 다람쥐 집에 있는 어미와 새끼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잡고 전문 다람쥐 사냥꾼도 있었단다.

한국 다람쥐의 귀여운 모습에 반한 일본과 유럽에서 인기 폭발이라 다람쥐가 돈이 되던 시절 때문에

청설모는 인기 없는 나쁜 동물 취급을 받게 되었지만

조선 시대에는 오히려 청설모의 털과 가죽이 명품으로 사랑받았다니

참 인간이 간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희귀하게 생겨서 미움을 받기도 신성시 여기기도 하고

귀엽게 생겨서 이쁨을 받기도 사냥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야생 동물들의 삶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버티고 잘 적응해온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한반도의 야생 동물들이

더 이상 인간의 개입에 의해 멸종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다친 동물, 사고를 당한 동물,

나이가 많은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 안식처를 통해 지역 주민과 방문객 누구나

동물을 가까이 접하여 자연에 대한 관심과 생명 존중 의식을 높이며

협력과 연대의 분위기가 한반도 구석구석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K야생동물 #야생버라이어티

#팔도동물열전 #한국야생동물 #곽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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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말 탐정단 - 2025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I LOVE 스토리
샤넬 밀러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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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25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답게 두 소녀의 뉴욕 양말 탐정단 이야기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세탁소에서 발견된 다양한 양말 한 짝들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놀라웠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세탁소 한켠에 쌓인 양말 무더기를 보고

주인을 찾아주고 싶었던 매그놀리아는 양말 게시판을 만들었다.

그런데 200달러짜리 실크 블라우스가 줄었다며 블라우스로 엄마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영어를 못하면 장사를 하지 말든가 세탁 라벨을 잘 읽어 봐야 할 거 아니냐며

화를 내다 더러운 양말을 장식이라고 걸어 놓다니 역겹다며 문을 쾅 닫고 나가는 손님 때문에

양말 게시판이 떨어졌다. 손님들이 이런 식으로 부모님에게 소리 지르는 상황이 너무 싫었지만,

화도 내지 않고 묵묵히 세탁소 일에 몰두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더 속상했다.

의기소침해 있는 매그놀리아에게 아이리스는 양말 게시판 아이디어는 좋다고,

그 무례한 아줌마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이 찾으러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양말이 주인을 찾아가게 하자고 제안한다.

인생이란 자신을 둘러싸고 알아서 펼쳐지거나 일어나는 일 속에서 그저 관찰자가 되는 것에

만족했던 매그놀리아는 직접 양말 주인을 찾아서 돌려줄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리스 덕분에 8백만 명이 살고 있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양말을 보고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양말의 주인을 찾아 나서는

두 소녀의 앙증맞은 뉴욕 양말 탐정단이 탄생하였다.

질문하기와 대화하기가 특기인 매그놀리아가 자신보다 먼저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 아이리스의

등장은 두 소녀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체스 공원에서 검은색과 흰색 체크무늬 양말을 체스를 두고 있는

칼을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칼의 양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칼은 매그놀리아와 아이리스가 체스 말 중에 가장 많고 앞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폰 같다며 이 도시는 커다란 체스판과 같아서 추측이 틀리거나 되돌아가야 할 때도 생기지만

계속 움직이면서 길을 따라 적응해야 한다는 중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좌절감도 들겠지만 놀라운 일과 소소한 승리를 겪는다고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양말의 주인공은 이발소의 검은색과 흰색의 네모난 바닥 타일을 깨끗이 닦고 있는

루이스의 것임을 밝혔다. 루이스는 이발소 바닥을 쓸어서 돈을 벌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체크무늬 양말을 아빠로부터 선물 받았다.

사실 루이스는 처음부터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서 속상했는데

아빠는 제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법이라며,

이 바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이고 성스러운 공간이라고 했다.

헤어 이발소의 로고는 잘 듣기 위해 커다란 귀를 가진 산토끼인데

가위를 뒤집어 안경 쓴 것 같은 가위 귀를 가진 산토끼에는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었다.

머리를 잘 자르면 좋은 이발사가 되고, 손님 말을 잘 들어 주면 훌륭한 이발사가 된다는 것이다.

연인과 헤어졌을 때나 새로 취업했을 때, 학교 가는 첫날처럼 새 출발을 할 때

사람들은 머리 스타일을 바꾸곤 한다. 사람들의 별의별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선물이라며,

루이스도 그 선물을 받을 준비를 위해 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다니 기특했다.

분홍색 플라밍고 양말의 주인은 예상치 못했던 거칠고 무시무시했던 애스펀의 것이었다.

자신을 멍청하다고 말하는 아빠를 피해 찾아간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태어날 때는 회색이었던 플라밍고가 씨몽키를 먹고 분홍색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아빠의 말이 씨몽키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플라밍고가 먹는 것에 따라 색깔이 변해가듯, 아빠의 말을 흡수해서

자신이 정말 멍청하게, 분홍색으로 변해가겠지만 그 말을 뱉어 버리면

원래 그대로 회색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빠의 말은 자신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애스펀에게는 분홍 플라밍고 양말이 소중했다.

검은 땡땡이 양말이 달마티안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침표를 무서워했던 경비원 아저씨였던 것도 흥미로웠다.

자신에게 검은 물방울무늬는 문장 끝에 찍는 마침표로 끝났다는 의미라니,

모두들 각자의 다짐을 투영하여 양말을 신을 때마다 부적처럼

마음을 다잡았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졌다.

오가는 사람들을 늘 마주치는 경비원 일을 하며

처음에는 언젠가 여기를 떠날 사람이니 정을 주지 않고 경비원으로서

거리를 두고 예의 바르게 사람들을 대하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돌봐 주게 되면서

끝이 있음이 그렇게 끔찍하거나 견딜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는

담담한 고백이 와닿았다. 끝은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냥 함께 하는 시간들을 순간순간 소중하게 생각하면 된다.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쉼표를 찍을 때도 있고

마침표를 찍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때도 있음을

땡땡이 양말을 통해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한 뉴욕에서 양말 주인 찾기를 통해

사람들의 겉모습이 아닌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거기에 예상치 못했던 모습과 수많은 이야기와 그들의 고통, 그리움, 꿈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뉴욕양말탐정단 #뉴베리아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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