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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패션계를 호령하며 이름이 곧 브랜드인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만화로 담아진 책이 나왔다. 근현대 패션사를 굳건히 지켜온 26명의 디자이너들이 지금의 명성에 이르기까지 어떤 철학과 개성으로 무장했던건지 <패션의 탄생>이 담백한 시선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들처럼 생각하지 않고 디테일에 목숨을 거는 디자이너들의 에피소드를 위트있는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니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마음이 두근두근 소란을 일으킬 것 같다. 

 

 

 

 

모든 그림에는 개인사와 시대의 역사가 동시에 숨쉰다. 화가의 사연이든 남의 이야기를 담았든 당시의 인물들과 그들이 얽힌 스토리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마음껏 유영하고 나면 그림은 전보다 훨씬 풍성하게 다가온다. <명작 스캔들>은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고 인물들이 가진 심리를 추리해서 그 안의 이야기를 역추적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소설보다 재미있을 명작의 살아 숨쉬는 스토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거장들이 존경하는 거장은 과연 어떤 감독일까? 잉마리베리만 감독을 알게 된 후 그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보며 '과연'이란 말을 남발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소박하게 응시하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시선이 내내 침묵을 낳고 누가 뭐래도 대가란 이런 사람인 것이다란 무조건적인 수용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 밖의 세상에서 당신은 어떤 분이었죠? 하고 물으면 그는 근엄한 얼굴로 이 책을 건네 줄 것만 같다.    

 

 

 

‘그로테스크한’ 이란 말을 종종 쓰게되면서도 정작 말의 느낌의 정보 이외에 '정의'라거나 '본질'에 대한 정립은 전무한 상태였다. 볼프강카이저는 여러 예술 장르들을 넘다들며 포착해 낸 ‘그로테스크’의 진면모를 제대로 파헤쳐 놓는다. 미지의 세계나 심연의 이미지들이 낯설게 엉겨붙는 ‘그로테스크’의 매력은 언제 어디에서 발현되었나? 이 책이 궁금해진다.    

 

 

 

 

허영만의 <꼴>의 목차를 천천히 읽어내려가며 우리네 인생사를 엿본다. 사람이 하루하루 보내는 자취들이 얼굴의 세밀한 곳까지 주름과 생김으로 침투되는 것일까. 얼굴의 모양으로 각자의 운명을 들여다 보는 일이란 참 생경하기만 하다. <한권으로 보는 꼴>을 읽어내며 나도 좀 사람 보는 눈이 생겨날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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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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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하는 궁금 정도는 매일 보는 뉴스와 신문에서 거의 해갈된다. 접근성을 생각해 볼 때 아마 신문보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편이 쉽고 이해도 빠를 것 같다. 그러나 매체의 특성상 시간이 제약적이라는 것 때문에 종합적인 것을 다 다룰 수 없고 자세한 정보가 전달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여러 채널이 있다해도 그 순서나 논조까지도 거의 비슷하니 이를 보는 시청자가 생각할 여지를 갖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또한 일방적인 전달 수단이란 걸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앵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하는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세뇌라도 당할 기세로 여과 과정 없이 내 생각인냥 그대로 흡수되어 소화까지 될 때가 많은 것이다. 물론 뉴스가 객관적인 사실을 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위험한 발언을 할 확률도 적긴 하다. 다만 다른 어떤 정보력에 비해 훨씬 직접적이라는 면에서 오독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분히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고자 하면, 지면 매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글쓴이의 가치관과 논조를 충분히 고려하고서라도 자신의 기준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나만의 생각'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정도의 기준과 가치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런 의심과 비판 없이 뉴스에 나온 말은 그대로 믿었던 때가 있었다. ‘법’이 전하는 정의와 도덕의 테두리 안에 무조건의 진실일테니 의심의 여지는 결코 없었다. 그러나 점점 앎이 생겨나고 비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고부터는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후지게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다. 집에서 보는 유명 일간지의 사설은 수능 하나 잘 보겠다고 거의 다 섭렵했을 정도인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고 오히려 꽉 막힌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었다 자조한다. 편향된 시각만을 더 각인했을 것이다. 지면 역시 위험한 사람이 쓰면 폭탄을 머금은 것과 같은 것이다. 대중의 편에 약자의 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전달하는 정보는 의외로 많지가 않다. 그것들을 솎아내고 여과해내는 것은 역시 내 눈에 달려 있다. 결국은 각자 안목의 문제인 것이다.   
문득 홍세화 선생님의 <생각의 좌표>에 나오는 질문이 생각난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나의 생각인가?’하는 물음 말이다.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있는 바를 남이 아닌 내 시선으로 보고, 귀를 활짝 열어 제대로 진단하며 따지고 있는가.
우리는 얼마만큼 내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남이 말하는 것에 날을 세워 바라볼 줄 알며 세상이 돌아가는 사안에 끊임없이 질문할 줄 아는 제동을 항상 걸어 두고 있을까? 내 생각의 주체는 '나'로 부터 시작될 때 관점도 생기고 주관이 생겨나는 일이다.
이러한 태도와 맞물려 언론의 주체 역시 '진실의 눈'에 기반할 터다.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전달을 하면서도 글쓴이의 주관이 진실의 무게에 방점을 찍는다면, 이를 읽는 독자 역시 더이상의 유익한 대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소통이 될 것이다. 
 

독자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어내며 굽본좌라는 별칭까지 얻어낸 굽시니스트의 만화는 그래서 좀 특별하다. 2009년부터 시사IN에 연재된 만화를 <본격 시사인 만화>의 이름으로 엮어낸 작품 모음집인데 온전히 '그만의' 생각을 발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페이지의 만화 뒷면에는 ‘못다한 이야기’까지 실어서 말 그대로 컷 안에 다 담지 못한 정황과 에피소드들을 읽게 하는 구성이 흥미롭다. 만화를 읽어내면서 나는 어느 매체를 통해서도 느껴보지 못한 제동의 게으름을 경험했다. 날을 세우고 내 생각화하여 읽으려다가도 이내 굽시니스트의 글과 그림에 감복하고 전적으로 신뢰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나이브함이 오히려 반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굽시니스트는 의외로 폐부를 찌를 만한 강심장은 아니구나 하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분명 조롱할 만한 사람은 마음껏 놀리고, 호되게 역정도 내는 듯 보이지만 그렇게 직접적인 날을 세우지는 않는다. 이는 아마 최악의 상황을 제작한 최악의 사람에게라도 똑같이 응징하지는 않는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처럼 느껴진다. 그의 시선은 심하게 냉소적인 편이 아니어서 가슴이 뻥 뚫릴만한 촌철살인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작가이다. 조근조근 따져내며, 풍자하는 쪽을 택해서인지 자주 피식 웃게 하거나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반응을 유도한다.
또한 이 책은 작가가 주시하고 있는 디테일한 면면의 그림자를 따라가면 좀 더 다른 시각에 도달하게 하는 면이 색다르다. 미처 몰랐던 사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던지게 한다던지, 오해한 부분을 수정하게 하고, 잊혀진 역사를 지금의 현실과 맞물려 생각하게 하는 여지를 세련미있게 던진다. 특히 국민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했던 소식을 전할 때는 자주 정지하게 만드는 진심의 말들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냥 현재의 시점에서 읽어내기 보다 과거와 판타지를 오가고, 젊은 작가답게 유행과 세태를 센스있게 잘 포착해내는 안목은 굽시니트스를 따라 갈 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치와 개성의 뭉치같다. 그래서인지 한심한 뉴스를 볼 때마다 굽시니스트의 만화가 실린 지면의 온도가 항상 생각이 난다.
사람들은 지친 소리로 ‘정치는 쇼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굽시니트스의 무대에 올라온 배우의 연기를 보는 일은 정말이지 개성으로 넘쳐나는 환상의 쇼같다. 다만, 굽시니스트와 우리의 바람처럼 화려한 무대 위 배우들이 좀 더 근사하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거듭나주길 소박하게 기대해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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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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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풍경들이 시시각각 변하여 화가들의 작품과 일치되거나 또 다른 변형체가 되어 아른거린다. 나는 지금 온갖 오브제들이 부유하듯 떠도는 소란의 방에 있다. 프리드리히의 방랑자처럼 안개가 드리워진 꿈의 세상을 내려다보는 꿈을 꾸고, 드가의 발레 소녀들이 금방이라도 나비처럼 날아오를듯한 마루를 보다가, 무심히 빵과 과자가 놓여진 식탁을 바라보며 싱그러운 질감을 상상해본다. 몬드리안의 선과 원색이 예쁘게 장식된 화장실 타일, 뒤샹 사인이 새겨진 샘에서는 연신 물이 쏟아져 나오고, 바닥 위 아메바 같은 피카소의 형상들이 노닌다. 정신을 차리려고 본 거울 속의 나는 어떤가. 저게 나인지 남인지도 알 수 없는 몇 겹의 내가 서있고, 창밖 풍경에는 마그리트의 신사들이 우산을 들고 비처럼 내린다. 꾹 눈을 감았다 뜨니 비로소 고요한 수련이 핀 모네의 정원이 내다보여서 이윽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 오는듯 하다. 모네가 살아생전 정성들여 가꾸었다던 수련이 핀 정원이, 이 봄을 말해주고 이러고 나서야 참 맑은 햇살과 아스라한 향기를 머금은 풍경이 고요하게 펼쳐진다.
때때로 이는 기시감은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반가운 조우을 돕는다. 이내 사라져 버리는 아스라한 기분까지 선사하는 것이 썩 근사한 마무리 같다. 여기 101명이나 되는 화가들의 생애를 조금씩 둘러보며 소소한 감성들이 살아나고, 그동안 미처 몰랐던 삶의 이해를 돕는 여행이 시작된다. 수많은 화가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한 손님처럼 마음껏 향유하고 실컷 수다를 떨고나니, 들뜬 마음만이 남는다. 

 

<101명의 화가>는 단 두페이지 뿐인 8컷 만화 안에 화가의 전 생애를 단축시켜 놓은 독특한 전기책이다. 물론 이 점은 몇몇 장단점을 한꺼번에 아우른다. 개개인의 가정환경을 짧게 소개하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사랑을 하고, 꿈을 쫓아, 죽게 되는지 단순한 대강의 삶을 다룬다. 작가가 집요하게 찾아낸 점이 있다거나, 독특한 시선의 한 지점의 생애만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깊은 맛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많은 화가들의 생애를 다루는 쪽을 선택한 모양이고 때문에 작가의 포괄적인 이해를 돕는 정도로는 유용하다. 만화의 형식이라 이해가 쉽고 전개도 빨라서 그 인물에게 대표되는 대명사나 에피소드들이 왜 그 사람의 명성에 오르내리는지 한눈에 파악된다. 밑단에 곁들여지는 미술사적인 평가나 화가의 성격을 함축시켜 놓은 점 역시 지식함양으로서의 유익함을 쏠쏠하게 전해주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101명이라는 화가들의 알지 못한 삶의 평범한 면면을 알려주는 점과, 철학이랄 만한 근간 같은 것을 어렴풋이 전달해준다는 점 또한 매우 큰 소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두페이지라는 아주 적은 내용만으로 화가의 일생을 다 말한다는 것은 무리이겠다. 그의 전 생애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극히 일부의 내용으로 오도될 가능성도 있겠거니와 이 정보만으로 그를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작가의 주관적 시선 따위가 별로 녹아있지도 않고, 작품세계를 설명해주는 책도 아니라서 깊은 지식이나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적합한 책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포인트적인 생애들이 제대로 된 뼈대를 의식하고 다룬건지에 대한 점도 의문이다. 그냥 가볍게 가십을 궁금해하는 파파라치의 시선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목적은 미술사적인 화가의 업적이나, 기술적인 연구의 디테일에 있지 않다. 오히려 화가 개인의 위대한 면모보다는 그 뒷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한 책 같아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천재라거나, 거장의 업적을 위시하는 장면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이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그림자만을 뒤쫓는 짖궂은 인상을 받게 된다. 과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비하하거나 하는 일 없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들의 생애를 더듬는다. 이렇다보니 워낙 베일에 싸여 알지 못했거나, 그림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에 몇 겹으로 미화된 화가의 성격이나 자취들에 적잖이 기대심이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뭐 그렇더라도 결국은 화가들 역시 우리와 같은 찌질한 삶을 살아낸 사람들이라는 점은 명확해진다. 이 책을 모두 읽고나면 어느 특정한 화가 몇몇은 좀 더 알아내야겠다는 호기심도 인다. 얼마나 찌질한 삶을 살았는지 더 알고 싶고, 그림이 말하는 스토리의 이면을 더 듣고 싶어진다. 그것은 이미 그들이 온 몸을 던져 한 폭에 담아내고자 한 어떤 생의 진실이며, 꿈이며, 그림이 곧 ‘자신’의 증거이기 때문은 아닐까. 언제고 이들의 그림을 보게 될 때마다 여덟컷의 짧은 생이 생각나고, 또 아릿한 기분까지 함께할 거란 예감이 든다.  

 

이러한 장단점을 한 데 아우르는 가운데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책이 극히 일부만의 내용을 가지고 전혀 알지 못했던 화가들의 자취를 상상하거나 이해해본다는 취지로는 꽤나 흥미로운 책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수많은 예술가의 전 생애를 다 알 필요도 없는 일이고, 알 수도 없는 일이며 오늘날의 명성과 비교해보는 일이 꽤나 색다르기 때문이다. 단편적이지만 우리가 그를 대표할 만한 에피소드 정도 하나쯤 알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는데 충분한 이유와 가치를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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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영화를 보고 있자면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엮어지는 스토리 이외에 이를 구축해낸 연출자의 숨은 장치를 찾는 기쁨 역시 크다. 소소하게는 물건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면에는 이유가 있으며 만든이의 사유가 녹아있다. 그러니 그 의미를 찾아내는 일만도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모든 영화에는 그만의 시선이 있고, 철학이 있다. 복잡다난한 감각의 층위에서 노닐고 있기에 여운 또한 제각각 일 것이다. <사유 속의 영화>는 발터벤야민, 들뢰즈, 루돌프 아른하임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들이 영화에 대한 가치관을 풀어 엮은 책이다. 이들의 남다르고도 독특한 시선을 엿보면서 영화와 함께 사유하는 진지한 영화보기를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풍미있는 영화를 보는 일만큼 근사한 일도 없는 것 같다.  

 

 

 

 

근현대사를 지나오며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쓰이거나 사랑받아온 상징적인 물건을 돌아보는 매우 반가운 책이 나왔다. 붕어빵 기계부터 이태리타월, 신라면과 캐릭터 둘리에 이르기까지 근대사와 현대사이 걸쳐 가장 많이 사랑받아온 디자인들의 기원을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런 디자인이 사랑받기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가 걸쳐간 역사의 흔적과 문화, 풍속사까지 아우르는 흥미로운 시간 여행이 될 것 같다.   

 

 

  

 

천문학적인 가격을 위시하는, 그림의 경매 역사는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가능해졌을까?  
<인상파 그림은 왜 비쌀까?>는 아트딜러로 일해온 저자의 삼십년 동안의 고군분투기이다. 인상파 그림을 대표하는 고흐나 세잔의 그림이 오롯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지만, 돈의 가치로서 더욱 그 가치가 발휘된데에는 숨은 실력자 딜러들의 노력이 컸다. 경매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현장과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서 현대미술의 뒷마당에 보이지 않는 아우성을 실컷 들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과학으로 짓고 지혜로 꾸민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이란 문구의 참 바른 마음에 탄복하게 되는 책이다. 이 안에 우리 고유의 건축미학이 다 들어가 있는 듯 하다.  
한국건축은 초석에서 장식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허투로 올려지는 법 없이 섬세하고, 정신까지 빼곡히 깃들어 있다.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어지는 우리 한옥의 역사와, 선조들의 지혜까지 엿보게 된다면 사랑채에 초대받아 더할 나위 없이 융숭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들것 같다.  

 

 

  

여성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전기인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꿋꿋히 그 삶을 걸어간 축제같은 인생이었을 기록의 책이다. 서간문이나 상념들을 엿봄으로써 당시 1900년대를 전후한 작가의 사유의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작가들의 놀라우리만치 혁명적인 가치관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고 자극이 된다. 예술가라는 인생과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삶, 화려함과 그 이면을 동시에 엿보게 되는 매우 흥미로운 책일 것 같다. 운명을 거부하고 세상의 잣대를 무너뜨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화려한 세계 속으로 같이 걸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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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는 맨홀 2011-05-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파 그림은 왜 비쌀까? 저도 궁금하네요. ㅎㅎ
 
8기 활동 종료 페이퍼

- 이곳 알라딘 서재에 들르면 늘 제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물론 이곳이 특별한 곳이니 그렇겠지요. 알라딘 서재는 책을 사랑하는 누구라면 들러서 노는 놀이터입니다. 별 재능이 없는 저이지만 언제라도 들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소개받고, 읽어보고, 나누고 그렇게 공유한다는 기쁨이 참 고맙고 소중하더라구요. 8기 활동을 마치며 그동안의 책을 다시금 상기해보고 정리해보는 시간 역시 참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알라딘 고맙습니다!



1) 신간평가단 활동하면서 좋았던 책 Best3

- 허기의 간주곡 :  

이 소설은 특히 우리나라 체류시 쓴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애정이 듬뿍 가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우리말의 ‘精’에 탄복하고 작품 안에 정서적 바탕을 두었다는 발견 역시 <허기의 간주곡>이 특별한 소설로 다가온 이유일 것이다. 

르클레지오 선생은 평소 소설 안에 우리가 잊고 사는 아픈 역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주제들을 고수해 오셨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명감같은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는데 이러한 의식이 독자에게 주는 여운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 같다. 작품 안에서 왜 소외되고 억압받는 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과거를 바로 알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준다. <허기의 간주곡>은 한 소녀의 일상적인 아픔을 지켜보게 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것이 가벼운 성장통에 지나지 않다라는 걸 목도하게 한다. 역사의 상흔을 조금 더 보듬어볼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 점이 참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 간과 쓸개 :

김숨의 단편집 <간과 쓸개>는 가까운 사람들의 기묘한 얼굴을 보게 하고, 사건이라고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에 그 틈을 발견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것은 마치 미지를 체험하는 듯 매우 낯선 세상이다. 매일 보는 얼굴에서 낯섬을 보게 하고, 어제와 같은 자연스러운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는 재치가 돋보인다. 김숨 작가만이 가지는 독특하고 특별한 색깔들을 보고 있으면 온몸이 파랗게 염색되는 것 같다.

 

- 나라의 심장부에서 :

<나라의 심장부에서>는 ‘거짓말’이 아름답게 빛나는 소설이다. 그녀의 편린처럼 떠도는 의식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해주고,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인상적인 소설이다. 분명함보다는 의식의 환상성과 모호함을 오히려 즐기게 해주는 차분함이 내내 펼쳐진다. 또한 작품에 깔린 여러 상징들, 아포리즘들을 여러번 되새겨보는 시간이 여운을 많이 남기는 소설이다.

 

2) 향후 신간 평가단에 건의하고 싶은 이야기

인색하게 혹은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후한 인심으로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건의할 게 없네요. 다만 알라딘에 들르는 많은 독자분들에게 리뷰가 더 많이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 정도가 있긴 한데, 이건 다같이 ‘잘 써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언제나 수고 많으시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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