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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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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시간을 분단위로 끊어 사는 정교함 부린 적 없이 용케도 꾸려 살아가는 듯하다. 비록 혀를 내두를 만한 결과물이나 업적, 돈과 담을 쌓기는 했어도 크게 남들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마음을 꾸린 일도 그리 무의미한 시간은 아닐 테니까. 조금 더 말하면 내게 시간이란 달리의 그림에서나 나오는 시계처럼 몹시 변형돼 있고, 한껏 늘어진 상징어에 가까운 것 같다. 수시로 협소해지고 길게 일그러지기도 해서 겨우 원형만을 유지하는, 그런 이미지에 불과하달까. 그래선지 객관적인 시간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보통의 사람처럼 살아가지 못하는 편이라 퍽 게으른 편이다. 그래도 그런대로 나는 한 살 한 살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의 태평한 마음을 가꾼 편이기도 하다. 대게 그런 식으로 시간은 의식하지 않은 채 흘러갈 뿐인 것 같지만, 이게 또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계절마다 피부에 와 닿는 온도들, 가령 해가 떨어지는 일몰의 풍경이나 하루하루 배가 고파지는 때가 찾아올 때, 이러한 순간의 존재하는 시간만큼은 조금 더 기억해보려고 의식한다. 가장 먼저 몸이 알아버리는 감지계를 항상 켜 놓아서인지 그나마 그 시간마다의 유효한 일을 꾸릴 수가 있다.

가끔은 썩 괜찮은 책을 만나는 때도 내 기질과는 상관없이 주어진 객관적인 시간들을 상기해보기도 한다. 이 때는 없던 조바심도 슬쩍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는데 가보지도 못 했구나’ 라든지 ‘끝내주게 맛있다는데 이 맛의 근처도 못가보고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 따위들. 겨우 이 정도의 순간에 시간의 무한함을 생각한다고 코웃음이 절로 나오는 노릇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없던 조바심이 생긴다는데.

 

 

 

책의 목차를 죽 보고 있자니까 어김없이 한숨과 조바심이 드는게, 어떻게 이런 부지런한 삶을 살아보나 싶어서 마음이 자꾸 채근되는 것이었다. 매일 매끼 먹는 것만 잘해도 뭐가 되도 됐을 것을 어느 누구는 한 끼의 양식이 마음을 차고 넘치게 할 만큼 마음의 양식이 되어 돌아오는데 대관절 나란 사람은 입에 맞는 나물 이름 하나도 모르고 사니 한심하다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의 작가는 일일이 궁금해 하고 그 역사를 알아낸 덕분에 쌓아 올린 뒤켠의 광 안에 보고 배울 게 그득해 보인다. 꼭 그처럼 많이 먹어보지 못해서 안달 난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해 탐구하고 그 뿌리를 더듬는 태도의 노력이 멋져서 닮고 싶은 의미에서의 안달이 생겼다. 농담이 아니라.

 

 

 

박찬일 작가는 요리사로서 음식에 대한 추억을 더듬지만 동시에 작가로서도 글의 품위가 뛰어나서 요리일화에 그치지 않는 그야말로 가니쉬가 풍부한 삶의 글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여행을 사랑하고 그곳이 선사하는 자연의 맛을 잊지 않은 덕에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와 같은 책이 나왔으리라. 이탈리아에서 배우고 돌아온 이후에는 안타깝게도 가게사정이 악화된 최근까지 훌륭한 맛의 전도를 해왔다. 그의 가게에 들러 진한 토마토향이 풍기는 파스타 한입 먹어보지 못했다는 게 뒤늦은 아쉬움이지만 대신 2부에서의 이국적인 풍경하며 친절한 비법 소개와 에피소드들을 들여다보노라면 본토의 맛은 과연 어떨지, 그가 만드는 파스타의 맛은 어떨까 침이 잔뜩 고인 채로 상상의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좀 더 인상적이었던 1부에서 특히 바닷가 음식 편에서 그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모든 전말이 나오기도 한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허름한 가게에서 화려하지 않은 단출한 가짓수의 재료만 가지고 그 고장의 고유의 음식을 만들 것, 요란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 아닌 손맛의 진정성이 있는 곳일 것. 이는 먹는다는 것의 의미, 이와 관련한 모든 철학이 모든 재료가 되고 발효가 되어 하나의 음식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부에서 언급한 책들의 언급 역시 가지치기를 도와주는 흥미로운 글이었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쨌든 그 끝이 있게 마련이어서 소중하게 일구고 잘 안배해서 살아가야 하는게 마땅하다. 돌아봤을 때 인생의 추억을 더듬는 맛의 찡한 울림이 전해지는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기에 시간의 영원성을 상기하게 되는 것 같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큼은 좋아하는 사람과 푸짐한 한 상의 음식으로 떠올려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아마 대양과도 같은 미소가 그 끝을 모르고 스르르 번져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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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분야에서 진보에 대한 엄격한 재단과 비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10명의 저자들이 모여 이 시대의 또다른 진보를 말한다. 심보선, 홍기빈, 이택광, 홍세화 등 지금 우리 시대의 진보가 닥친 위기를 말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윤택하게 일구어낼 한걸음의 대안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카페도쿄>의 저자 임윤정이 이번에는 <미미동경>이란 이름으로 새얼굴 새 동경을 말한다. <카페도쿄>를 읽었을 때의 인상은 이렇게 소소한 아름다움을 아는 작가라면 어느 가게를 소개하더라도 다 믿음이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 중 어디라도 찾아가서 느긋한 시간도 누리고 도시의 풍경과 커피의 맛까지 감상해 보리라 했던 인상깊은 책이었다.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에서는 동경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카페에서 만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어떤 향기를 품고 동경을 말할지 임윤정의 동경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진다.  

 

 

 

 

 

 

 

 

 

 

시인은 어쩌다 시인이 되었을까? 훌륭한 시를 만나게 될 때마다 떠오르는 건, 이들이 어쩌다 시인이 되어서 이리 아름다운 말을 쓰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의 숙명같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시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밖에 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여기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하응백 네명이 말하는 시 이야기가 있다. 시를 깊게 사랑하게된 찰나의 고백, 작가들의 시가 아닌 고백의 언어로 얽혀 있으니 기대가 된다. 밀도있고 내밀한 언어를 사랑하는 이들의 특별한 이유들이 사랑을 말해줄 수 있을까. 

 

 

 

 

 

 

 

 

 

 

 

 

작가 최창근은 생김의 그것으로 '종이로 만든 것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모양이다. 대학로 연극무대에 올리는 수많은 이야기, 그의 유년시절, 여행했던 곳, 특별한 사람들에게 올리는 편지 등 <종이로 만든 배>에는 그가 사랑하는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 느리고 섬세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언어가 느린 배처럼 마음으로 슬며시 다가 왔으면 좋겠다.   

 

 

 

 

 

 

 

 

 

 

미국의 이타카라는 소도시에 2년여간 머물면서 이상적인 공존과 공생에 대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송호창의 체류기. 이타카라는 도시는 아주 작은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이 함께 해결해보려는 지혜를 모으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생태주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그야말로 '같이 살자'는 구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라 한다. 모두가 더불어 같이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는 의미있는 체험기인 만큼 정치인 송호창이 앞으로 한국사회가 지향해야할 삶의 진로를 어떻게 제시해 줄지 더불어 기대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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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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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하는 가치조차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 때 비로소 ‘아,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상식과 비상식이 참신한 구호로 떠오른 요즘이야 말로 참 아리송한 일 투성인데, 숱한 논쟁 속에 파묻힌 진부한 상식 논리가 과연 어른들이 이룩해내는 판 안의 일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사실 모든 문제랄 것들은 영원한 명제로 귀결되기 보다는 수많은 가지를 만들 뿐이 아닌가. 더구나 눈으로 볼 수 없는 문제들을 말할 때 사람들은 유독 관대함을 잃고 독해지며 삐뚤어진다. 무형인 가치나 진리 따위같은 진중한 사안 앞에 수호해야 한다는 마음의 조종은 수많은 가지만큼이나 어떨때 참 한심하게 발휘 되곤 한다. 함정에 빠진 홀 안의 문제들은 소위 어른이 하는 말과 행동이라기에 시간의 진보와는 상관없이 나아가기도 또는 퇴보할 수 있는 것다는 것을 참으로 극명히 보여주는 구멍이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어른이 되면 응당 자주적인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 순진함이 있다. 이는 차라리 너무 아름다워서 처연하기까지 한 오해다균형을 지켜내는 절대적인 감각이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의 충격이란 고스란히 어른이 되고 말았다는 흉터 같은 증거로 남는다. 어른이 되어버린 것, 삶은 이런 식으로 실망과 경이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용케 이 시간이 주는 보상이라면 각각의 취향이라는 고유 감각 체계로 나누어 심는 일일 것이다. 이라도 생기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쨌든 타고난 기질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환경에 의해 생성되는 게 대부분이기에 취향의 고착은 아주 서서히 그리고 일순간에도 심어지는 알 수 없는 영역의 일이다. 나쁘거나 좋음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감지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는 민감한 동물로 변화한다. 어른이 된 이상 더는 변화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쯤도 알게 되는 게 유감이긴 하지만 어쨌든 인간을 타자로 다름을 인식하는 첫 번째 기준이 취향인 것만은 확실해지니 이는 살면서 참 중요한 개인 요소인 것이다.

그래 더는 꼰대 같은 말도 듣고 싶지 않아지고, 몸에 걸치는 브랜드가 보이냐 안 보이느냐로 고상의 유무를 따지며, ‘네가 게맛을 알아?’란 유행어도 3년이면 잊혀지는데 도를 아십니까?’로 십여 년간 같은 블록을 왔다갔다하는 치들의 머릿속을 헤아리거나 죽어도 못하겠거나 생각하는 일들 모두 각각의 몫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이 가동 센서로 세상을 감지하면서 철저하게 개인의 패턴을 만들어 가고 그것을 유지 또는 보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취향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주류건 비주류건 상식 안이건 밖에 있건, 그윽한 향기를 품건, 밍밍하건, 구역질나건 어떤 것이든 그 각자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절대적일 리 없는 타인의 취향은 상하를 논할 수 없는 그런대로의 가치로 획일화에서 멀어질 수 있는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다르면 다른 대로 좋고, 비슷하거나 같거나해도 매력이 있는, 그러니 작가 하루키의 취향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게 하는 즐거운 경우라 할 수 있다.

 

 

하루키의 명성이야 지구 끝까지 따라가도 그림자 곱절만큼 따라 잡을쏘냐 싶으니 설사 고약한 취향이라 하더라도 그저 특별하게만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더라도 모를 듯한 미지의 사람 같아서 좋다. 시시콜콜하게 쏟아내는 유머 하나에도 내내 자문하게 하거나 수많은 자극이 되어주고, 상상하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

 

 

 

 

 

문득 왜 우리가 죽을 때까지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떠오른다. 어쩌면 책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무뎌질 수밖에 없는 취향을 좀 더 날렵하게 가공하고 윤색해야할 윤활유 역할을 해주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키는 작가라는 특수한 직업인이라 세상을 보다 다르게 보고 체험하려는 갑절의 노력이 있다지만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행할만한 노력들을 생각해보면 책을 읽고 각종 매체, 취미 생활과 여행, 사교와 같은 경험이 아니고서야 심히 취향을 갈고 닦을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갈수록 그리 다양해지지 못한다. 그렇다면 단언컨데 책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히 한 개인과 사회와 현상에 대한 역사로 안내해주므로 그러니 많이 읽을수록 자신의 오류를 발견할 가능성은 열리고 수정할 수 있는 자극제가 돼 준다. 더러는 종이가 아깝다고 느껴지는 한심한 책을 만날 때도 그런대로의 경험이 될 것이며, 운이 좋을때는 지진이 일어날 것 같은 깊은 울림의 증명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책이 주는 짜릿한 순간이다. 책은 일방적인 텐션을 주긴 하지만 우리에게 수많은 가지의 발현을 돕는 아주 좋은 취향의 윤활제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해주고 더불어 끝내주게 부지런한 삶을 살으라 겁주는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솔직할 수 있는만큼 솔직해서 그가 좋아하는 맥주한잔 함께 나누고 있는 청량함이 느껴진다. 있는 모습 그대로 즐거워 할 줄 알며, 건강한 비판을 하고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면서 늙어가도 추하지 않고 오히려 귀여운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어른이다. 나이든 남자들에게 풍기는 전형적인 향기가 나지 않고, 계속해서 근원적 가치를 따져 묻지 않는 종교인 같은 장엄함이 없어서도 좋다. 그만의 취향으로 살아가고 언제나 굳게 다물어 있는 입술의 다부짐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으니 참 근사한 어른을 만난 기분이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서 하루키가 보이는 일상의 태도에는 아침의 숲길 풍경 같은 맑은 기운이 흐른다. 오랫동안 다른 곳을 살아낸 풋풋함 때문일까? 끊임없이 다름과 같음을 골라낼 줄 아는 혜안이, 소소한 가치와 타인의 취향을 새끼고양이 혓바닥 다루듯이 섬세하게 관찰하는 천상 소년의 눈 같다. 느린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게 하고, 하나의 조각품 같은 정형의 세계를 기묘한 방향에서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의 성품을 감지하고, 익숙한 듯 다른 서로의 안목을 욕망하며, 남다르다고 믿는 자의식에 취할 줄 알고, 또 내가 갖지 못한 목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부지런함을 신경 쓰게 되는 것일 테다. 영원히 오감으로 느끼며 투쟁하듯 흡수하고 버려내야 할 과정들을 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 하루키는 그 일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자주적인 사람이라 믿게 해주는 고마운 착각이라도 생길테니까. 언젠가 내게도 더 배우면 뭐하나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 여기 이런 어른도 있는데 왜 나이 따위로 더이상의 삶을 바라지 않느냐 채근댈 수 있는, 항상 옆에 두고 싶은 책이 하루키의 책이다. 어떤 식으로든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언젠가는 하루키와 같은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와 같은 진정 누군가로부터 닮고 싶어지는 어른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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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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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람들이 그 순간 내가 살아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라는 투의 자신을 체험하는 순간, 인생의 전환점같은 깨달음을 맞이한 순간의 경이로움을 말할 때 나는 퍽 의아했다. 그리고 말의 시작과 끝점에 이르는 단 한 점의 느낌도 이해하지 못한 자괴감에 빠졌다. 아니, 의아하기 보다는 살아있음의 말의 느낌 정도를 알 도리가 없어서 당황하고 의기소침해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라는 말이 주는 모호함 만큼이나 내가 내게 행하는 사랑의 가늠을 대관절 어떤 식으로 알게 되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가령 누가 봐도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됐을 때 그 때 사람들은 , 난 참 바보같이도 나를 사랑하는구나하고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격렬한 고통 뒤에 찾아온 러너스하이의 쾌감을 느끼게 될 때 아 내가 살아있어!’ 라고 왜 느끼게 되는 걸까? 도통 어떤 명확한 감정들이 나를 증명하는 정도로 남게 되는지 모르고 살고 있다.

 

 

 

딱하게도 이 두 문장과 등치시킬 만한 순간이 아직 찾아오지 않아서 희열 비슷한 것도 느끼지 못한거라면 또 부지런히 살아볼 요량이지만, 이 나이쯤 살아봤으면 또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싶어지면 돌연 한심한 노릇이어서 나는 좀처럼 감정의 고도를 올리기에는 무딘 인간이아닌가 싶어지는 결론에 이른다. 감정의 불구일까 아니면 기대치가 너무 높아 고작 이 정도에?’ 하고 무심코 넘겼을 일인지 답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치과에 가서도 소리 한번 내지른 일이 없다면? 아프지 않았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고통에 신음하는지를 모르겠어서 고민하다 잘 참는다는 칭찬을 듣곤 했으니 끝내는 이런 소심함이 결정적 이유였을까감정을 숨기는 병이 깊어지면 내가 나를 느끼는 일 조차 저 멀리 은닉시켜 버리는 타고난 자학기질 때문일지도.

 

 

 

남이 흔히 경험하는 감각의 체화 따위도 아직일지 영원히일지 요원하기만 해서 자조 섞인 희망을 이제는 넘겨짚듯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직 모르는 건 죽어도 모르겠지만, 남들이 고백하는 경이로운 순간에 대한 기록은 언제나 처음 먹어보는 과일의 즙을 훕- 하고 빨아먹는 순간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이런 남부러운 체험들이 쌓이다 보면 내게도 이럴 땐 남들처럼 살아있다고 느껴야겠군 하고 나도 모르는 기분이 처음으로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작가가 말하는 과거와 현재의 일화들은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 격려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모험 같은 이야기다. 아지트에 모여 가져온 과자 한 봉지에 여러 손이 모이고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공간의 신비한 공기, 영원한 시간이 흐른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점점 매순간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지독한 개인으로 살아가기를 즐기는 사람 같다. 자신에게 유용한 깃대를 참 부지런히도 찾는 성실한 작가의 인생을 선택했으니까. 

그는 어떤 때 한 편의 짜릿한 느와르를 보여주기도 하고, 텅 빈 객석 앞의 초라한 배우 같기도 했다가, 요란한 퍼레이드를 즐기는 밸리댄서의 몸짓을 선보이기도, 호환마마로부터 달아나는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얼치기 소년 같기도 하다. 삶은 어찌나 너와 내가 서도 닮았으면서도 다른 것이던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그러고 보면 송연해지는 엄격함 때문에 참기 힘든 때를 버텨내야 하는 순간이 많지만, 그만큼 참 달콤하기도 해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쯤 얼마든지 무시하고 무작정 내달리고픈 유한한 착각을 심어 주기도 한다각자를 고유한 개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살아가는 것, 하루하루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는 일이다.

 

 

 

특히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는 대단히 발랄하고 주도적으로 즐겁게 살아가려는 작은 실천들이 돋보인다. 이는 마치 내가 나 아닌 다른 존재로 의식되어 살아가기를 꿈꾸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삶이다. 김연수작가를 보면 언제나 소년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역시나 끊임없이 꿈꾸는 자이기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를 곱씹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결국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서 내게도 좀 더 나은 삶을 찾아보라고 언질을 주는 것 같다. 그렇다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내가 아닌 나를 발견하기까지 숱한 를 만나게 된다는 것, 나이를 먹으면 그 땐 또 다른 내 모습이 있을터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보며 어떻게 하면 내게 자극이 될 꺼리를 찾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해 보았다. 당연하게도 내 삶을 마음껏 누릴 권리는 내게 있고제때 누리지 못하면 유죄라는 믿음은 조급하지만 묘한 기대감을 준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보고 내가 나를 느껴내는 일부터 배워야겠지만, 한 걸음 더 내딛어야겠다는 다짐은 내내 드니 큰 소득을 얻어 간다.

 

 

문득, 오늘 아침 나뭇잎에 고인 이슬이 어깨 위에 떨어진 찰나 같은 것- 을 두고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그래서 내 삶의 작은 은총에 감사하게 됐다면 조금 나아졌다고 말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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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분야든 요리만한 다양함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요리사라는 직업만큼 알면 알수록 깊이가 넓고, 웅대하다는 것을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 제목처럼 맛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절반이나 된다라면, '정말 그렇던가?' 떠올려 보다가, 이윽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걸 보니 삶은 정말 먹고 사는 맥락으로 흘러가는 게 맞지 싶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먹는 것이 추억을 가공하는 중요한 재료라면 그 때 그 요리로 기억될만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는 직업은 얼마나 근사하단 말인가.

작가이자, 요리사인 박찬일 쉐프의 아련한 추억담, 얽힌 음식 이야기들, 머릿속에 나열되자마자 배가 꼬르륵 요동을 치는듯 하다. 인생의 단맛 쓴맛 상큼한 맛, 오만가지의 삶의 재료가 버무려 나오는 추억의 깊은 맛 때문에 이 입맛 달아난 여름 밤 군침이 돈다.   

 

 

 

 

 

아이 임경선은, 한번도 떼쓰지 않고 컸을 만큼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겉으로 속상하거나 한 일을 표현해본 적 없는 의젓하고 조숙한 아이로 컸다. 돌아보면 자신의 처지가 일면 가엾고 외로운 것이어서 자신의 딸에게만은 마음껏 떼쓰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로 자라길 소망하는 바람으로 키운다.

그러고 보면, 나역시 내정적이고 맏으로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이 있어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크다. 엄마와 별로 공감하며 유대하지 못하고, 결혼도 안했으며 자식도 없는 마당이지만 임경선의 연애하듯 노는 엄마와 딸의 일상들은 이상하게 막 궁금해지고 공감이 크게 갈 것 같다. 다섯살이 되기 전이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시절인데, 이렇게나 크고 좋은 선물을 받게 될 윤서가 진짜 너무너무 부럽다. 

 

 

 

 

 

 

 

 

런던을 한번도 가슴 속에 품은 적 없이 그저 참 멀디 먼 나라라고만 인식하는 일인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지고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나라로 꼽히는 런던이란 도시를 궁금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을 반기지도 않던 런던의 무심함에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분명 활기 넘치는 에너지에 이끌려 다시 돌아왔다고 고백 한다. 다시 돌아온 이후에 만난 이웃들과 나눈 대화, 풍경들, 소소한 일상의 재발견을 두고 런던의 매력을 다시 알아간 런던의 낮과 밤이 함께 한다. 어느 도시야 매력이 있겠지만 가장 에너지 넘치고 가장 멋있는 나라의 도시에서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걸까, 자못 궁금해진다.   

 

 

 

 

 

과학자 최재천의 책을 읽고 보면 머리 아픈 과학 이야기였던가 싶게 그저 일상의 과학을 체험한 기분이 든다. 언제나 쉽게 설명해 주려 노력하는 인상을 받는다. 진화 이야기가 그러했고, 일상생활과 접목된 우리 삶 가까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아마 최재천이 추구하는 궁극의 스타일일 것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접근하고 풀어설명하는 것, 그가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생명과, 개인적인 기호들, 사소한 풍경 따위들이 최재천 스타일로 재해석 될 것이 기대되는 걸 보면 과학 따위쯤이야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어느 날의 구걸하던 소년, 그가 내미는 손길에 알지 못하는 이끌림을 느끼고 다시 되돌아와 시선을 주고, 말을 걸고, 매주 월요일마다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하는 이 사소한 용기는 30년이나 넘게 유지된 어마어마한 미담이다. 이런 삶을 사는 두 사람의 우정은 정말 꽤 근사한 인생이 아닌가. 사소한 용기라고 했지만 정말 작은 용기는 아니었음은 자명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월요일마다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 30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인지, 서로의 인생에 조금씩 관심과 사랑을 나눠 가지며 쌓아간 그 무엇들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제목만으로의 따뜻함에 번지는 미소가 절로 주위를 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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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2-08-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신간평가단 에세이 부문 파트장입니다.
먼댓글이 잘못 달렸습니다. 그래서 에세이 주목신간에 노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확인하시고, 에세이 주목신간에서 먼댓글을 다시 달아 주세요.

puriul 2012-08-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파트장님 ^^ 제가 아직 대충이라 일부러 연결해놓지 않았어요. 마지막날에 연결할게요~ 감사합니다

라일락 2012-08-05 00:2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마지막 날에 다시 확인할께요.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