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우리 인간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켜봐줄 누군가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다른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94쪽

불안을 다스리는 데는 사색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다. 문제를 글로 적거나 그것을 대화 속에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그 문제가 지닌 근본적인 양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문제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것들, 말하자면 혼동, 문제의 악화, 준비 없이 당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고통 등을 예방할 수 있다.-96쪽

그렇지만 위안은 근심을 치유하는 대책 중에서 가장 잔인한 형태다. 장밋빛 예언들은 금심에 빠진 사람으로 하여금 최악의 결과를 무방비 상태로 맞게 할 뿐 아니라, 고의는 아닐지라도 그런 위안의 말에는 최악의 결과가 닥칠 경우 매우 비참할 수도 있다는 암시까지 담겨 있다.-152쪽

우리는 필요한 것을 거부하고 불가능한 것을 원하는 것 못지않게 불필요한 것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것을 거부함으로써도 쉽게 그릇된 길로 접어들 수 있다. 그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이성의 몫이다.-173쪽

은퇴 이후로 독서가 나를 위로한다. 독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게으름의 짓누름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언제라도 지루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그리고 언제라도 지루할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고통이 엄습할 때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그 날카로운 예봉을 무디게 만든다. 침울한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려면 그냥 책에 기대기만 하면 된다.-186쪽

만약 사랑에 빠질 ‹š 그 사랑에 대해 적당히 기대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그 정도로까지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314쪽

마음의 평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완성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완성을 추구하다 보면 으레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을 피하게 된다.-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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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품절


그레이스는 책을 좋아해서 독서에 집착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혼자 있을 수만 있다면 무엇을 읽건 상관없었다. 독서는 피난처였고 방패막이었고 가족을 멀리할 구실이었다.-172쪽

그는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문화적 환경에서 자란 것이 축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축복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었다. 두 개의 언어와 두 개의 문화를 알고 있으면 가슴속에 두 개의 세계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수지는 언제나 허전함을 느꼈다. 마치 한쪽 문화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쪽 문화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문화에 대한 지식이 쌓여도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데미안이 '축복'이라고 표현한 것이 그녀를 영원한 주변인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어느 쪽 문화에도 감동받지 않고 어느 쪽 문화에도 속하지 않는 진공 속에 살았다.-268쪽

한때는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던 물건이 사라진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니 어쩌면 그럴 수 가 있을까? 그런데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면 그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사랑은 책임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381쪽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섬뜩하다. 활기 넘치고 행복해 보이는 노란색 평범한 해바라기가 아니라 번민에 휩싸인 듯 고개를 숙인 두 얼굴을 클로즈업한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우울하다. 태양을 향해 손을 내미는 광인의 마지막 몸부림이다.-4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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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9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12-2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주문했습니다.^^

2006-12-23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12-2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아, 지금도 즐겁게 보내고 계시겠죠? ^^
 
커피 향기 -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
게르하르트 J. 레켈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구판절판


브리오니의 목표는 평온이었다.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과 화해하여 평온을 찾는 것. 그는 모든 물질적, 정신적, 정서적 욕구를 거부하는 콥트교 수도사들이 얻고자 애쓰는 것과 같은 행복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방념의 상태, 즉 풀어 놓고, 흘러가게 하고, 용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사소한 것, 일상에서 맛보는 잔잔한 기쁨에 온 마음을 쏟았다.-21쪽

그는 아주 큰 잔에 에스프로소를 내리고 거기에 코냑을 부었다. 질이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코냑은 마음을 열게 한다. 이 칵테일을 세 잔만 마시면 무슨 일이든 겁날 게 없다. 그래서 그는 세 잔을 거푸 마시고 택시를 탔다.-82쪽

사람들은 오랫동안 못 본 사람을 뭘 보고 알아보는 걸까? 그 사람이 에전의 그 사람인지 아닌지, 사람이 달라졌는지, 아예 다른 사람인지, 뭘 보고 확신 할 수 있는 걸까? 상대를 자세히 뜯어보면 주름을 알아볼 수 있다. 주름 밑에는 모든 감정의 변화와 웃음과 슬픔을 곧이곧대로 해석해 내는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 피부는 달라진고, 다른 피부가 된다. 피부는 표면적인 것이지만 주름은 그렇지 않 다. 주름은 갈수록 더 깊어지고,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독특한 것이 되어 간다. -83쪽

브리오니는 커피 잔을 들었다. 하지만 커피가 거의 식은 상태라 잔을 도로 내려놓았다. 찬 커피는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다. 커피의 온도가 높아야만 혀가 달콤한 성분을 감지할 수 있다. 손님에게 찬 커피를 내놓는다는 건 곧 쓴맛만 보여주겠다는 얘기다.-132쪽

빛깔만 봐도 특성을 알 수 있어요. 차는 투명하고, 무슨 색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게 모호하고, 빛에 노출되는 정도와 농도에 따라 색이 달라져요. 반면에 커피는 색이 곧 커피의 정체를 드러내 주지요. 차는 뜨거운 물과 필터만 있으면 되고, 천 년도 넘는 세월 동안 그 자체로 만족해 왔어요. 하지만 커피는 기계를 요구하고, 정교한 추출을 요구하고, 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장비를 요구해요. 차는 영감을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무욕의 상태에 이르게 해 주지요. 부처 같다고나 할까요. 반면에 커피는 격앙시키고, 목적의식을 갖게 만들고, 도전하게 만들어요. 모하메드처럼 세계 지배를 요구하지요 -322쪽

그가 차를 좋아한 건 오로지 찻잔 때문이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자기 자신의 중심을느끼고, 그 음료의 중심을 느끼고자 두 손으로 받치고 들었다 내려놓는 극동 지역의 찻잔. 손잡이가 없거나 두께가 아주 얇은 찻잔은 정신 집중을 요구한다. 차를 마실때 문제가 되는 건 존재와 지각과 초월이다. 커피의 경우는 다르다. 내용물을 보호하고 열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잔은 두껍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는 안전을 위해 잔 받침을 든다. 사람들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잔을 입술에 갖다 댄다. 커피를 마실 때는 오로지 잔에 담긴 내용물과 그것이 우리 내면에 풀어 놓는 효과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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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걸.
- 세네카-8쪽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장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유서 깊은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갖다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기에,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것을 심오한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이라 부를 만하다.-38쪽

유혹이란 일종의 연기와 같아, 자연스러운 행동에서 청중에 의해 결정된 행동으로 옮겨가게 된다. 배우가 관객의 기대를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하듯이, 유혹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사랑받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적으로 반박하려면, 연애의 경우에는 배우가 관객이 무엇게 감동을 받을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이대면 된다. 연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연스러운 행동과 비교할 때 그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62쪽

주어진 일의 성취에 자존심과 가치를 투자했을 때에만 그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수치감을 느낀다. 우리가 무엇을 승리로 해석하고 무엇을 실패로 여기는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라는 이야기다.-77쪽

여자들은 홀로 있는 남자들의 절망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충성과 이타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로맨스라는 면에서 잘나가는 유형의 남자들을 의심할 만한 이유도 되겠다. 그런 남자들은 넘치는 매력 때문에 내가 겪었던 이런 희비극적 과정을 알지 못한다. 말 한마디 붙여볼 기회도 주지 않고, 사과 주스 팩과 내 머릿속의 결혼 계획만 뒤에 남겨놓은 채 다음 역에서 내려버린 여자 때문에 며칠씩 마음 아파하는 그 과정을.-99~100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파스칼-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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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05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ㅡ 리뷰 앞의 번호들은 쪽수인가요?
보통씨의 동물원에 가기에 대한 평이 엇갈려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토트님 평을 보니 사색하기에 괜찮은 책인 것도 같고...부담 없는 책인가요?

토트 2006-11-0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쪽수에요. 그리고 리뷰 아니고 책 내용을 발췌한 거에요.^^
보통씨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라 좋았지만 다른 책에 나오는 내용이라 굳이 안사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구판절판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 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히 느낀다. 이 새롭고 이상한 외로움을 알게 된 그는 그래서 괴로워한다. 이런 이유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자기 내면에만 머무르게 해야한다. 자기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 강령하면서 이상야릇하고, 그러면서도 완벽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49~50쪽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50쪽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대부분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기를 원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간단명료하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힘들고 불편하게 느낀다. 사랑 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증오하게 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연인을 속속들이 파헤쳐 알려고 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는 아무리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한다.-51 쪽

인간의 삶에는 아무런 값도 매겨져 있지 않다. 삶은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졌고, 값을 치르지 않고 얻어진 것이다. 그러면 사람의 가격은 얼마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때때로 삶이란 전혀 가치 없거나 만약 있다고 해도 아주 미미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내가 처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 자신이 결국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오지 않는가.-102쪽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마빈 메이시를 ?아내지 못했는데, 이는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과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 보고 난 후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지독한 고문이다. 난롯불만 타고 있는 방에서 갑자기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멈출 때 느껴지는 정적과 텅 빈 집 안에 너울거리는 그림자-이런 혼자라는 공포와 마주하기보단 차라리 철천지 원수를 들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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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8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프리컨 2006-10-2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낯이 익다 싶어서 책을 클릭했더니,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저자였네용. 인상적인 책이었거든요.요 책은 일단 보관함으로...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용?^^

토트 2006-10-2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맞아요, 길들여지면 벗어나기 힘들죠. 그래서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거 같아요.
레프리컨님/ 네, 이 책도 좋아요. 이 작가 마음에 들어요.^^ 레프리컨님도 주말 잘 보내고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