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걸.
- 세네카-8쪽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장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유서 깊은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갖다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기에,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것을 심오한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이라 부를 만하다.-38쪽

유혹이란 일종의 연기와 같아, 자연스러운 행동에서 청중에 의해 결정된 행동으로 옮겨가게 된다. 배우가 관객의 기대를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하듯이, 유혹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사랑받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적으로 반박하려면, 연애의 경우에는 배우가 관객이 무엇게 감동을 받을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이대면 된다. 연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연스러운 행동과 비교할 때 그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62쪽

주어진 일의 성취에 자존심과 가치를 투자했을 때에만 그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수치감을 느낀다. 우리가 무엇을 승리로 해석하고 무엇을 실패로 여기는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라는 이야기다.-77쪽

여자들은 홀로 있는 남자들의 절망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충성과 이타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로맨스라는 면에서 잘나가는 유형의 남자들을 의심할 만한 이유도 되겠다. 그런 남자들은 넘치는 매력 때문에 내가 겪었던 이런 희비극적 과정을 알지 못한다. 말 한마디 붙여볼 기회도 주지 않고, 사과 주스 팩과 내 머릿속의 결혼 계획만 뒤에 남겨놓은 채 다음 역에서 내려버린 여자 때문에 며칠씩 마음 아파하는 그 과정을.-99~100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파스칼-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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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05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ㅡ 리뷰 앞의 번호들은 쪽수인가요?
보통씨의 동물원에 가기에 대한 평이 엇갈려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토트님 평을 보니 사색하기에 괜찮은 책인 것도 같고...부담 없는 책인가요?

토트 2006-11-0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쪽수에요. 그리고 리뷰 아니고 책 내용을 발췌한 거에요.^^
보통씨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라 좋았지만 다른 책에 나오는 내용이라 굳이 안사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