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멋대로 키운 아이 더 크게 성공한다 - 내 아이 성격에 꼭 맞는 성공 교육법
윤태익 지음 / 더난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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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단다. '칭찬은 해도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도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칭찬의 놀라운 힘을 강조하면서 칭찬을 많이 하라고 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찾아 칭찬을 아끼지 마라. 칭찬을 먹고 자란 아이가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좋은 점을 칭찬하라. 의도적으로 칭찬하라. 등등.

칭찬을 먹고 자란 식물이 훨씬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야말로 칭찬의 놀라운 힘이다. <제멋대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성공 한다>의 저자도 칭찬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말한다.

"칭찬은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한껏 불어넣어준다. 부모를 비롯해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칭찬들이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칭찬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 칭찬 역시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대개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칭찬을 하려고 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된다. 칭찬도 적절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헛된 자아상을 심어주어 현실감을 잃게 만든다. 최악의 경우에는 허영심만 심어주면서 소위 '왕자병' '공주병'에 걸리게 한다."

칭찬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에 조그만 일에도 서슴지 않고 칭찬을 하면, 정작 칭찬 받을만한 일을 했을 때 칭찬을 해도 그 효과가 반감된다. 아니 오히려 독이 된다. 저자는 칭찬이 지나쳐 '독'이 된 사례로 '특별한 아이'인 초등학교 6학년 은영이의 사례를 들려준다.

은영이는 제 또래에 어울리지 않게 지오디는 싫어하고 판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힙합보다는 발레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에게 제 또래 아이들의 문화나 취향은 시시하고 우습고 하찮게 보일 뿐. 때문에 제 또래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은영이 엄마의 고민이 크다.

하지만 은영이를 이렇게 만든 것은 은영이 엄마. 은영이 엄마는 은영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칭찬이 필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에도 "야아, 우리 은영이는 참 특별한 아이라니까", "역시 너는 좀 달라!", "정말 뛰어난걸!", "야, 대단하다!"와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은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지나친 칭찬을 늘 듣고 자라면서 또래들과는 다른 것만을 선호했다. 그에 따라 자신이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특별한 아이가 되어 버렸다. 정말이지 '칭찬도 제대로 해야 약이 된다'는 사례다.

많이 할수록 좋다는 칭찬,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에게는 어떤 칭찬이 효과적일까?

칭찬을 달콤한 미끼로 쓰지 말라!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이들의 유형을 3가지, 즉 '지적이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머리형', '마음이 따뜻하면서 감정적인 성격인 가슴형', '리더십이 강하고 통이 큰 장형'으로 나누어 부모들이 알아야 하는 문제들을 설명, 칭찬도 아이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한다고 조언한다.

지적이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머리형 아이들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칭찬에 반응한다. 따라서 "너무 고맙다", "역시 너밖에 없다"처럼 막연한 칭찬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가기 싫었을 텐데 심부름을 해주니 엄마가 일을 덜었구나.", "네 덕에 일을 빨리 끝냈어!"처럼 도와줘서 왜 고마운지를 표현하는 사실적인 칭찬을 하라고.

이런 유형의 아이에게 지나친 감정의 칭찬은 '엄마가 하는 말은 의례적인 것', '우리 엄마는 오버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칭찬 부작용이 있으니 적절한 칭찬을 해야 한다고.

마음이 따뜻하면서 감정적인 성격인 가슴 형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칭찬의 힘으로 기대이상의 결과까지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 인정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느끼고 주변의 말에 따라 자아상을 만들어 가기 때문. 칭찬에 가장 민감한 유형이다.

성향이나 인격을 칭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멋지다", "훌륭하다"와 같은 칭찬보다는 "네가 도와줘서 엄마가 참 편하고 좋다" 혹은 "도와줘서 힘이 되었단다"처럼 감정을 듬뿍 실은 칭찬을 하라. 칭찬을 해야 할 때 미처 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칭찬의 힘이 가장 많이 발휘되는 경우니 이런 아이를 두었다면 '칭찬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단다.

리더십이 강하고 통이 큰 장형의 아이는 본능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칭찬이 필요하다고. 몸의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유형의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보상이 백 마디의 말보다 효과적. "믿음직하다", "든든하다"처럼 단호하게 힘을 실은 칭찬이 좋단다. 그리고 말을 길게 하기 보다는 핵심만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지나친 칭찬을 도리어 잔소리로 여긴다거나 가슴형 방식으로 감정을 듬뿍 실은 칭찬은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우습게 여기니 주의하라고. 저자는 이처럼 아이의 타고난 성격에 맞는 효과적인 칭찬법을 제시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칭찬이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달콤한 미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키울 것인가, 자라게 할 것인가

저자는 칭찬만이 아니라 자녀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이 3가지 유형의 성격에 따라 각각 제시한다. 주제로 삼고 있는 이야기들은 요즘의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어서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책이다. 우선 당장의 고민은 물론 성격에 맞는 직업까지 조언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제 멋대로'는 '아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하라'의 의미가 아니다. '제 멋', 즉 타고난 본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아이는 억지로 키우려고 할 때 타고난 본성대로 자라지 못하고 부모의 의지대로 키워질 뿐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 스스로 제 성격과 본성에 맞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떻게 토양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알려주고자 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교육 방법들은 부모가 훨씬 더 적극적이고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제시하는 방법들을 100% 따라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나는 두 아이의 성격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간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것, 미흡했던 것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 참고할 것들도 눈여겨보면서 밑줄도 그어 두었다. 큰 아이는 가슴형인지라 칭찬에 인색한 편인 나는 현명한 칭찬법을 터득하여 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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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즐거움 - 6시간 수면에 감춰진 놀라운 힘
사토 도미오 지음, 홍성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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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 과학의 발달로 잠에 감춰진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잠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우리는 왜 잠을 잘까?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는 왜 꿈을 꿀까?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소비할 만큼 잠이 중요한 걸까? 적절한 수면시간은?

<잠의 즐거움>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고 궁금해했을 이런 질문들을 바탕으로 풀어 나가는 잠 이야기다. 제대로 알고 맘껏 자거나 필요한 만큼만 줄여야 하는 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많이 잘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을 앞두거나 새로운 일을 계획하면서 우선 잠부터 줄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잠의 실체는, 사람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생체시계가 있고, 그 시계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잠이 있다는 것. 또한 많이 잘수록 머리가 좋아진다고 무엇이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맘껏 푹 자라고 권한다.

답답할 때 맘껏 자면 문제가 풀릴까? 잠과 두뇌와의 관계는? 정말 많이 잘수록 머리가 좋아질까?

독일 뤼벡 대학의 본 박사는 실험자 전원에게 '영감'이 필요한 수학퍼즐문제를 풀게 한 다음, 풀지 못한 사람들, 즉 영감이 부족한 사람들만 따로 그룹을 지었다. A그룹은 그 후(시험지를 풀지 못한) 8시간 동안 잠을 자게 하고, B그룹은 그대로 야간에 8시간 동안 깨어 있게 하고, C그룹은 그대로 주간에 8시간 동안 깨어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각각 8시간이 지난다음 문제를 풀게 했는데 재도전의 결과는 놀라웠다.

잠을 충분히 잔 A그룹은 잠을 자지 못한 B, C그룹보다 3배 높은 비율로 퍼즐을 풀어 낸 것. 충분한 수면으로 전날까지는 없었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본 박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지인 <네이처>에 2004년 이 실험결과의 논문을 '충분한 수면이 뇌에 영감(靈感)을 가져다준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잠을 자기 전 주어진 퍼즐 문제는 잠을 자는 동안 새로운 기억으로 정리되어 뇌에 새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뇌가 이미 기억했던 많은 지식들과 만나게 되고, 그 상호작용으로 잠에서 깰 때 생각지도 못했던 답(영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잠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은 저자의 이 말이 훨씬 쉽게 수긍될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한마디로 고민이 있을 때는 푹 잠을 자면 된다. 이 생각 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아침, 심신의 컨디션이 최상인 때에 어젯밤까지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고, 처음부터 그렇게 깊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은 잘수록 향상된다. 잘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책속에서

그런데 잠을 무조건 많이 잔다고 반드시 숙면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이 자서 기분 나쁜 경우도 있고 평소보다 적게 잤는데도 기분도 좋고 몸 상태도 훨씬 좋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투자할 만큼 잠은 중요하고, 많이 자는 것보다 적당히 자면서도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숙면은 더더욱 중요하다. 숙면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잠의 놀라운 힘'의 혜택을 그만큼 받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숙면의 열쇠는?

낮 동안 쾌면의 씨앗을 뿌려라

이 책에서도 잠의 실체와 잠의 놀라운 힘, 그리고 숙면의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침실 분위기를 바꾸거나 침대나 베개 선택을 잘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밤 시간에는 가급 카페인이 든 음료는 마시지 말고 가볍게 술 한 잔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로마 오일 향을 풍겨 놓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숙면과 관계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숙면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숙면의 열쇠는 잠자리 환경과 같은 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의 태양빛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태양빛을 쪼여야만 분비되고 충분한 태양빛은 충분한 멜라토닌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높은 여성들에게서 우울증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고, 안개가 많은 유럽 지역에서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도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햇빛의 관계를 말해주는 경우다.

저자는 숙면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낮에 몸을 움직여 적당한 피로를 주고, 낮 동안 쾌면을 위한 씨앗을 충분히 뿌려 밤에 수확한다는 식으로 햇빛과 적당한 노동과 적극적으로 친해지라고 조언한다. 낮 동안 뿌린 쾌면의 씨앗이 많을수록 밤에 쾌면의 열매, 즉 질 좋은 잠인 숙면을 수확할 수 있다고.

외에도 잠의 정체와 잠에 감춰진 놀라운 힘, 잠을 제대로 자는 것, 잠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들려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우선 잠부터 줄였고, 몇 달 전 유행처럼 번졌던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다가 번번이 실패하던 참이라 저자가 알려주는 잠이 여간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잠에 대한 분석보다 제대로 자는 법과 잠을 통하여 건강하게 사는 법에 치중하고 있다. 많은 주제들 중 여성인 내게 '여성만의 잠'이란 주제는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나체로 자면 미인이 된다'란 주제도, '잠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라는 주제도 잠의 놀라운 힘을 알려주는 이야기로 솔깃하게 읽은 부분이다.

저자는 '잠자는 것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잠과 건강의 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잠충이'란 말도 있을 만큼 잠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우리 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제 바꾸어야 할 시각 같다. 인간이 타고난 생체시계를 거슬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할까?

인생의 3분의 1을 어김없이 내주어야 하는 잠 속에 가장 중요한 건강의 비밀들이 있었다. 건강한 삶의 가장 큰 조건은 음식과 운동에 앞서 제대로 자는 잠 속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잠은 사람의 귀천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신이 인간에게 베푼 가장 소중한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비단 이불을 덮고 잔다고 모두 숙면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요. 거친 잠자리라고 잠까지 거칠지는 않기 때문이다.

잠의 실체, 잠에 감춰진 놀라운 힘들이 그저 신기로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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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물 - 공무원노동 총서 04
데이비드 홀 외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옮김 / 노기연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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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에 정부는 '물 산업육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재 11조원 규모인 물 산업을 2015년까지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 물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것.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2개 기업 육성은 물 사업 민영화, 물 사유화와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와 물>은 '물 사유화 반대'를 목표로 투쟁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에서 발간한 책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정책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글쓴이들은 세계 각지의 물 사유화 반대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 사유화란 무엇인가? 물 사유화만이 깨끗하고 안정된 물 서비스를 보장하는가? 물 사유화 무엇이 문제인가? 물 사유화의 대안은 없는가? 세계의 여러 시민단체와 각국의 공무원 노조는 물 사유화를 왜 반대하는가?

물 사유화만이 깨끗한 물 보장?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 사유화를 결정한 아르헨티나는 수도 서비스사업을 담당하던 OSBA를 미국 엔론의 자회사인 아주릭스에 매각한다(1999년). OSBA는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국영기업. 도시의 빈민과 주변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수도서비스 제공, 산업폐기물통제와 하수도관련 문제를 법적 관할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사회적 책무였다.

아주릭스가 제시한 예치금 5억 달러는 다른 경쟁사 입찰가격의 3배. '70여개의 도시 상수도 서비스 공급, 4개의 폐수 처리장, 470개의 식수용 우물, 1만 킬로미터의 수도관과 7200㎞의 하수관 건설'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하지만 운영 첫해에 피상적인 '보강'만 했다. 투자는 회피하면서 양여권을 체결할 당시 투입한 돈을 회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돈을 빼돌리기 위한 간판회사에 불과한 '웨섹스 테크니컬'을 '기술자문회사'로 위장하여 설립, 돈을 빼돌리는데 주력한다.

결국 물의 생산과 공급, 폐수의 수거 및 처리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상수도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시설들도 심각하게 훼손, 하수처리시설까지 마비되었다. 불과 2년 만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남아프리카 주요 해방단체인 아프리카 민족회의 ANC는 '민중에게 자산을!' 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민중이 원하는 정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얼마 후 민중들이 위임한 권력을 저버리고 이와 반대되는 물 관련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고 만다.

(복잡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전의 물 서비스와 정치, 경제이야기는 생략하고) ANC 정부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여러 서구 정부들의 신자유주의 경제권고안에 따라 물 공기업의 사유화, 민영화를 개시한다. 세계 거대 물 기업인 수에즈와 바이워터 같은 대기업의 로비가 물 사유화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 사유화 정책으로 물 요금이 올랐고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이 번졌다. 물 값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과 영세업체들이 속출, 참여한 기업의 이윤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세계은행의 조언대로 물 요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물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물 요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한다.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어떤 조치조차 없이 말이다.

이 결과 1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을 공급받지 못했고 2천만명 이상이 물을 찾아 살던 곳을 떠난다.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을 찾아 헤매면서 개울물까지 먹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콜레라가 창궐, 12만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정부의 중심 잃은 물 정책 때문에 인권이 침해받은 사례다.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겉으로는 멀쩡한 경로로 물 서비스권을 인수받았지만 이윤추구라는 대기업의 검은손을 감추고 있었던 경우고 남아공의 경우는 미숙한 정부와 가난한 재정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적인 단체가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간섭하고 쥐락펴락한 경우다. 물론 뒤에는 어김없이 수에즈 같은 세계적인 물 기업이 관여하고 있었다.

물은 인권! 인권은 상품이 될 수 없다

물 사유화의 문제점을 생각하기에 앞서 물이 무엇인지 물의 본질을 생각하면 답은 쉽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물은 생명수이자 인간으로서 갖는 가장 기본적인 중요한 권리다. 따라서 안정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국가를 이루는 기초인 국민들에게 국가가 해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 아닐는지.

즉, 안전한 물 공급은 국가의 의무지만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다. 따라서 물 사유화는 우리 개개인의 인권을 정부가 사유화한다는 것이 된다. 인권은 상품이 될 수 없고 인권의 기본인 물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세계화와 물>에서 소개하는 물 사유화에 실패한 여러 나라들의 상처는 물 사유화의 인권 침해와 그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물 사유화 문제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꽤나 중요한 문제임에도 일반인들이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다(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꽤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또한 우리나라 수도 서비스 일부분을 세계 거대 물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광화문을 지나다가 '물 사유화->수도 값 폭등, 한미 FTA반대한다!'라는 농성 팻말을 본적이 있다. 물 사유화가 무엇인지, 한미FTA와 물 사유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전혀 모르던 중에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이 책을 펴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물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알았는가.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정책, 물 사유화의 문제점, 인정사정 없이 이윤만을 쫓는 세계 대기업들의 검은손,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지만 이윤추구가 목표일뿐인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기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사유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인권을 침해받은 일이라는 것. 그리고 인권과 관계되는, 정부의 물 정책에 대한 관심이다.

물값 비싸 맘대로 먹지도 못하게 된다면...

물 사유화는 식수만이 아닌 물과 하수처리 전반과 관계된다. 물 사유화가 되면 지금처럼 식수용 물을 사먹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릇 하나 씻는 데 드는 물 값은? 세탁기 한번 돌리는 데 얼마? 최대한 저렴하게 세수하는 방법은? 남아공처럼 비싼 물 값을 내지 못하여 물을 맘껏 마시지도, 물을 쓰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책에서 만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사유화는 결국 안정된 물을 공급받는다는 미명아래, 안정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고사하고 물 값 인상으로만 이어져 가장 가난한 민중들의 목부터 조르고 있었다.

여러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물 민영화를 왜 반대하는가? 우리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민간의 참여를 높인다는 민영화는 곧 사유화의 미명일 뿐입니다. 사유화, 바로 거대자본이 공공부분을 전유하여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사유화가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싸고 안전하고 깨끗하게 필요한 만큼 누구나 물을 먹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필자들이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공무원 노조가 추구하는 과제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2006년 9월 16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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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人列傳 - 여성, 세상을 알다
임종국 지음 / 아세아문화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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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는 어떤 이유가 됐든 질투하는 아내를 숫제 죽여버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때 시체를 산에 아무렇게나 버려 들짐승 밥으로 주기도 했다고. 그래도 항의 한마디 할 수 없는 친정, 아니 항의는커녕 시체라도 돌려받으려면 딸을 죽인 신랑에게 마소(가축)라도 바쳐야만 가능했단다.

그런가 하면 고려 중엽에는 사대부들 사이에 남의 아내나 첩을 강탈하거나 훔쳐서 자기 것으로 점유해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결혼도감', '과부처녀', '추고별감'이란 관제나 직제를 만들어 강제로 모집한 제 민족의 여자들을 원나라 등에 공녀로 바치기도 했던 이 파렴치한들 중에는 일부다처제를 주장하는 뻔뻔스런 인사까지 나올 정도였단다.

'칠거지악'으로 여인들을 집안에 묶어 두고 열녀를 생산하였던 나라. 남아선호사상이 빚어낸 '씨받이'의 나라 조선은 어땠을까?

조선에는 객첩(客妾)과 헌첩(獻妾)이 있었고 약탈혼과 보쌈이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임진왜란 직후 적들에게 짓밟힌 아내의 정조가 치욕스러워 이혼하기를 당당하게 요청하는 뻔뻔스런 남자들이 줄을 이었다나!
객첩, 헌첩은 무엇인가. 객첩(客妾)은 나그네를 환대하는 뜻으로 자신의 아내나 첩, 혹은 딸을 제공하던 풍습이다. 헌첩(獻妾)은 자신의 출세나 영달을 위하여, 또는 자신의 허물을 무마하려고 제 아내나 딸을 바치는 풍습. 어느 정도였느냐면, 지방의 양반자제가 장원급제를 하고 귀향하는 길에 상납받는 여성들은 10여 명은 보통이었다나!

물론 이렇게 상납받은 여인을 책임질 필요도 없었다.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더더욱 없는 그저 1회용일 뿐.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낯선 남자에게 바쳐진 여인들은 어떻게 됐을까?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지켜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전쟁 중에 짓밟힌 아내나 딸에게 이혼과 자결을 강요하는 사회이고 보면 이후 여인들의 삶은 뻔하다.
 
책에서 만난 어이없는 풍습중 하나.

남해안 낙도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외도를 권하는 풍습이 제법 성행하고 있었다. '물질'이나 '길쌈'으로 돈이 모이면 통영 혹은 여수나 부산 같은 곳으로 남편을 원정케 해서 주색으로 호색으로 호강시켰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절할 일은 남편이 되도록 먼 곳에서 오래 놀다 와야만 그녀들의 체면이 섰다던가? 이 자랑 하나를 위해 그녀들은 밤낮없는 노동으로 손발이 거칠게 되었다. 이렇게 거꾸로 뒤집힌 윤리의식은 아내들이 인격도 없는 가축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책 230P '여성, 가두어 기르는 가축')

참으로 웃기는 일인데 엄연하게 있었던 풍습이요, 심지어는 남편의 폐병에는 아내의 심장이나 간이 좋다는 미신 때문에 자살을 강요당한 여인들도 비일비재했단다. 그야말로 당시 여성들은 '가두어 기르는 가축 같은 존재', '남자의 소유물, 즉 동산(動産)의 일종으로 취급될 뿐'이었다. 물물교환 되듯 팔리는 여인들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책을 통하여 만나는 한국여성인권유린의 실례는 끝도 없다. 이런 사례들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하여 쌀 한 말, 혹은 보리 한 가마에 팔려가기도 했던 딸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하게 할 만큼 어이없고 충격적이었다.
 
그야말로 '칠거지악'과  같은 관습으로 묶어 집에서 기르는 가축같은 존재, 남편과 아버지의 일종의 동산(動産)이었던 한국 여성들인 것이다. 이런 오랜 결과로 나타난 여성들의 자기찾기,1920년대 억압받고 유린당한 여성들의 목숨을 건 선택을 보자.

...자유와 평등, 인격에 눈을 뜬 부작용이겠지만 이혼은 1920년대 말에서 근래에까지도 사회에서 하나의 변괴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여자들은 또 하나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남편 음식에 양잿물을 섞는 독살사건이다. 1930년대 서대문에 수감된 살인범은 남자 53명에 대해서 여자 47명으로 여자가 약 90퍼센트인데, 그중 66퍼센트가 본부(本夫) 살해범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남녀 살인범의 비율을 보면 남자 100명에 대해서 여자가 4명이다. 이를 보면 한국에 여자 살인범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데, 더욱이 본부 독살은 1920년대 한국 특유의 범죄였다. 가히 한국의 범죄 특산물이라고 할 정도로 본부 독살이 많았다. (본문에서)


부끄럽지만 아직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하루가 멀다 않고 신문에 올라오는 기사들은 이혼과 이와 같은 본부 살인. 저자는 당시의 신문기사와 사례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구한말에서 1930년대까지 이 땅의 여성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속도감 있게 들려준다.

<여인열전-여성, 세상을 열다>로 만나는 '한국 여성 가혹사'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정도였다. 부모들의 사사로운 잇속으로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되어 과부가 되어 평생 수절해야만 했던 지난날 한국 여인들의 한을 내 어찌 이해하랴.

70년 전 남편을 독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평등과 인권(성)을 주장해왔지만 황혼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여전한 현실이고,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인하는 일까지 최근의 일인지라 같은 여자로서 책을 읽는 동안의 비통함과 무거운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이 책에는 가부장제의 굴레와 일제의 가혹한 통치 아래 자신의 삶을 찾으려던 신여성들의 도전과 좌절(1부), 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매매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 기생들과 새로 등장하는 일본 게이샤들의 요지경 세태(2부), 여염집 부녀들의 애환과 애정 풍속 등등, 다채로운 여성사(3, 4부) 관련 글들이 풍성하게 실려 있다.

윤심덕, 김일엽, 박경원, 나혜석, 배정자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진, 한국 근대 신여성들의 격정적인 일대기를 시대 흐름 따라 읽는 맛도 좋았다. 이들뿐이랴. 질곡의 구한말 천주교에 대한 믿음으로 순교의 꽃을 피운 김마리아나 또 다른 여인들 이야기나 무명의 수많은 여인들의 다양한 일화도 재미있다. 성종(조선)의 처녀 재판이나 구한말 기녀들의 이야기도 파란만장하고 재미있는, 한국여성사였다.

<여인열전-여성, 세상을 열다>는 <임종국선집> 중 7권. 친일문제연구에 전념을 다하던 중 폐기종으로 타계한(1989년) 임종국 선생을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고인이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정리한 것이다.

3, 4권에 해당하는 <한국인의 생활과 풍속>(1995년 상, 하)이 나온 지 꼭 10년만이다. 앞서 5, 6권 <여심이 회오리치면>(상, 하)가 2006년 1월에 출간되었다. 여러모로 의미와 가치가 남다른 책이다.

"임종국선생의 원고들을 선집으로 편찬하면서 새삼 선생의 시대를 앞서간 문제의식과 연구 성과, 그리고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일문제에 관한 선생의 연구 업적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분야 연구에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친일청산을 향한 선생의 외로운 개척자의 길은 이제 역사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어디 그뿐이랴! 2,30년 전만 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사회사나 여성사에 대해서도 선생은 대중적 서술 형태를 빌어 기초를 닦아 놓았다. - 임종국선집을 출간하면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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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1
류정월 지음 / 샘터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는 웃음을 해설하는 책이다. 어떤 웃음을? '조선시대 우스개와 한국인의 유머'란 부제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 진득하게 녹아있는, 끈끈한 이런저런 웃음들이다. 그냥 재미있게 웃고 깔깔 웃고 말면 되지 어떻게 웃음을 해설한다지?

격식과 체면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에 유머를 즐긴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우스개를 즐겼던 것일까? 우스개들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생겨났을까? 조상들이 남긴 우스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들은 조상들이 남긴 우스개를 왜 알아야만 할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대략의 주제들이다.

아무래도 사흘내리 굶을지언정 남에게 손 벌리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양반들이 웃음을 즐겼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양반, 대학자들이 농담 따먹기를 예사로 즐기고 있다. 그 사람들 중 이항복과 권율, 강희맹과 서거정의 이름이 내게는 낯익다.

이들은 <태평환화골계전><필원잡기><촌담해이>와 같은 우스개집을 편찬하기도 하고 서로 서문을 써주고 있다. 특히 서거정의 외가 쪽 사람 중에는 ‘채수’가 있는데 채수는 금서가 된 귀신소설 <설공찬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강희맹 역시 이름난 사람들과 끈끈한 혈연, 지연의 관계를 맺어 학문과 농담을 함께 즐기고 있다.

막역한 사이였던 이들은 틈만 나면 우스개를 즐겼다. 이중, 이항복은 '농담의 천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우스개를 즐겼는데, 그의 장인 권율과 마주앉아 틈만 나면 함께 빈정대고 희롱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만난 우스개 하나.

잠을 막는 방패였던 옛날 우스개들, 그 속을 맘껏 거닐다

무더운 여름날 입궐하게 된 이항복이 장인에게 "오늘은 날씨가 무척 무더우니 견디시기 힘들 것이라. 버선을 벗고 신을 신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위해주는 그 마음에 감복한 권율은 그리했다. 왕 앞에 대신들과 한참이나 있던 이항복이 나가 간청하기를 "날씨가 몹시 더워 나이 든 재상들이 의관을 갖추고 있기 힘들 것인 즉, 신만이라도 벗게 해주는 게 어떤가"하고 간곡한 주청을 한다.

선조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하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영의정부터 차례로 신을 벗는다. 하지만 권율만큼은 쩔쩔매면서 신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조는 권율이 차마 임금 앞에 신을 벗지 못하는 것이라며 내관에게 신을 벗겨드리라고 명을 내린다. 막상 내관이 신을 벗기자 맨발이 드러났다.

"사위 이항복에게 속아 이리되었사옵니다."

이 말에 선조도, 많은 대신들도 배꼽을 움켜잡고 웃었다고 한다.

하늘같은 왕과 체면을 앞세우는 여러 대신들 앞에 장인을 골탕 먹인 사위 이항복은 과연 '웃음의 천자'답게 이 책에서 만나는 여러 우스개들 속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항복의 장난기와 재치는 워낙 명성이 높았으니 선조도, 대신들도 이전에 자신들이 속은 것처럼 속아버린 권율을 보면서 배꼽을 쥐고 웃었겠다. 재미있는 한 장면이다. 신을 벗어야 할 만큼 무더운 그날의 무더위를 이항복의 재치에 배꼽 쥐며 웃는 순간 시원하게 날렸음직하다.

이항복이 누구고 권율이 누구인가? 재치만점 양반대감으로 아이들도 잘 아는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 이항복은 그렇다 치자. 그의 장인 권율이 누구인가. 권율은 임진왜란 도원수로 육전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싸움터에서 용맹스러운 장군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권율을 이렇게 만나는 뜻밖의 기쁨이랄까?

강희맹, 서거정은 또 누구인가. 이들은 대문장가로 후손들에게 알려진 학자들이다. 그래서 얼핏 꼬장꼬장한 선비를 떠올리기 쉽다. 정직한 정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세종- 성종조에 총애를 받았고 서거정은 집현전 학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감들이 다른 사람들과 나눈 우스개들 속에는 남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며 '사흘 동안 똥비를 내려주소서'라며 하늘을 향하여 장난을 공모하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의외다.

유명한 문장가들이 남긴 우스개집(우스개모음집)을 통하여 만나는 우리 옛 조상들의 웃음이 그야말로 의외였고 다시 보게 되는 조상들의 면면이 실로 살갑다. 그런데 이 근엄한 선비들은 왜 우스개를 즐겼을까?

"우스개집의 서문에는 우스개의 다양한 쓸모를 언급하고 있다. 풍습이나 역사를 이해하거나, 세상살이의 근심을 풀어내거나,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잘못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등. 그러나 대부분의 우스개에는 우스개가 졸음을 깨우는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 효과는 우스개집의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잠을 막는 방패'라는 의미의 <어면순(禦眠循)>,'잠을 막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의미의 <어수신화(禦睡新話)>,'잠을 깨우는 기록'이란 뜻의 <파수록(破睡錄)>, 역시나 잠을 깨는 잡다한 이야기라는 의미의 <성수패설(醒睡稗鐸)>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잠을 쫒는다는 것을 내세워 제목을 붙였을까?-책속에서


한국인의 유머, 그 원형인 옛날 우스개들 쉽게 해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웃기는 세상'이란 표현이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순수하게 웃기는 기분 좋은 웃음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즉 어이없고 이해할 수 없거나 분노하고 억울한 경우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사람들은 웃기는 세상과 어이없는 사람을 가지고 우스개를 만들어 낸다. 요즘처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집값을 가지고 만들 수도 있다. 자국민들의 비만이 염려스러워 전이지방 섭취는 금하면서 타 국민들을 죽음의 늪으로 밀어 넣는 광우병소에 대해선 수입 압박을 하는 미국을 조롱하는 우스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렇게 만들어진 우스개들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특별한 설명 없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다. 하지만 100년, 200년이 지난 훗날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고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우스개에는 그냥 웃고 마는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삶과 역사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우스개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를 들어 저자는 옛날 속을 활보하며 만나는 우스개속의 그 시대적 배경과 풍습, 제도, 경제, 정치, 인맥 등을 우리들에게 유머와 곁들여 설명한다.

웃기는 코미디언이 웃자고 한 한마디가 유행을 주도하고 웃음치료사까지 등장, 잘 웃기는 사람이 각광받는 웃음전성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의미가 남다른 책읽기였다.

이 책에는 선비들, 즉 한문을 깨우친 사람들만 즐겼던 우스개만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옛사람들의 우스개만 소개되는 것도 아니다. 이름 없는 백성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우스개와 오늘날의 우스개도 함께 아울러 소개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조상들이 남긴 많은 풍성한 저서들을 맘껏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청소년기에 야사선집 12권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뜻밖에 이 책에서 낯익은 야사와 음담패설 몇 개를 만났다. 세상을 조롱한 야사든, 남녀 간의 끈끈하고 은밀한 성을 풍자한 음담패설이든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맛, 그 이해의 깊이는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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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3 2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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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2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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