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무크타르 마이 지음, 조은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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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타르 마이’는 파키스탄의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다.

28세 되던 해인 2002년 6월 22일.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집안의 처녀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남동생이 감금당한다.

마스토이 부족에게 동생의 용서를 구하러 간 무크타르 마이. 하지만 마스토이 부족은 그녀를 집단윤간 하라는 잔인무도한 평결을 내린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네 명의 마스토이족 사내로부터 집단윤간을 당한다. 그리고 반나체로 길거리에 내던져진다.

사실, 동생 사쿠르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처음부터 자신들보다 신분이 낮은 계급의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운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여자들처럼 무크타르 마이도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간혹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십중팔구 피해자인데도 더 큰 보복을 당했다. 여자를 죽이고 온가족에게 테러를 저질렀다.

"나를 구한 것은 솟구치는 분노다!"

"수일동안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날뛰었다. 이렇게 계속 누워서 숄에 얼굴을 처박고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죽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어느 순간 그 몸부림 사이로 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이것은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어떻게 죽을까만 붙들고 살았었는데, 사내들이 유린한 이 몸을 끔찍하게만 여겼었는데, 나를 그 죽음의 그물로부터 구출해 낸 것은 뜻밖에도 솟구치는 분노였다. 분노가 삶의 의지를 부추겼다. - 본문 중에서


그들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고 고소를 하지만 명예범죄의 실상을 알고 있는 경찰은 문맹인 그녀에게 백지진술서에 사인 할 것을 강요, 사건을 조작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입을 통하여 사건의 실상이 밝혀진다.

목숨을 담보로 한 무크타르 마이의 생생한 증언에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인권단체와 세계인들은 분노하였다. 세계의 들끓는 여론에 난감해진 파키스탄 정부는 그제야 재수사하기에 이른다. 2002년 8월 31일, 마스토이 부족의 남자 6명은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잔악한 그들에게는 남성들의 잣대로 조각된 전통이 있었다. 수도 없이 자행되는 여성범죄에 대해 처벌만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닌, 범죄자들을 보호함으로서 여성범죄를 도리어 부추기는 악의 핵, 철통같은 전통이었다.

범죄자인 그들은 이 전통을 믿고 항고, 2005년 3월 3일 6명 중 1명만 무기징역을 받고 나머지 5명은 무죄 방면된다. 이에 무크타르 마이는 즉시 항고를 했고 사건은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무크타르 마이는 현재 여성인권의 수호신이 되어 여성인권과 여자들의 문맹퇴치에 온힘을 쏟고 있다. 그녀는 성금으로 받은 전액을 고향마을에 여자학교를 짓는 데 썼다. 문맹의 여성들이 자신의 딸에게 끔찍한 굴레를 되풀이하여 물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일부 남성들은 맘대로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는다. 때문에 글을 모르는 여자들은 자신들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평생을 억울하게 살아간다. 무크타르 마이 역시 문맹이어서 조작된 진술서에 사인을 했고 백지 진술서에 사인을 강요당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다.

남자들의 시빗거리로 교환되고 복수물로 제공되는 파키스탄 여성들

부족의 수많은 남자들과 집안의 남자들을 놔두고 왜 하필 28세의 그녀가 동생의 용서를 구하러 가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녀는 함께 간 삼촌과 아버지가 보는 가운데 윤간을 당했다. 부족회의에서 그녀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명예범죄 때문이다.

파키스탄에서 여자는 상품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어린 동생이더라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빗거리에 복수의 대상물로 교환되고, 무크타르 마이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용도로 쓰여진다. 여자들을 납치하여 감금한 후 장기적으로 집단윤간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회에서 남편이 인간 이하의 학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음료수를 다 마신 후 밟아 눌러 차버리는 것처럼 여자에게 초산을 끼얹어 흉측한 모습으로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게 한다. 교묘하게 지나(불륜녀)의 죄를 씌어 감금시키기거나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파키스탄 인권협회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04년 사이에만 거의 2800명의 여성들이 살해됐고, 최근 10년 동안 1500명의 여성들이 초산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강간, 납치, 폭행 등 자잘한 여성범죄는 비일비재하다." - 역자후기 중

이 책을 읽는 내내 분노가 치밀었다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은 여성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고통 받고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불행을 대변, 소리 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여성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무크타르 마이의 목숨을 담보로 한 증언이 없었다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더 가혹하게 되풀이 되었을 여성범죄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2002년 8월부터 지금 현재까지 수많은 세계인과 여성인권단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무크타르 마이 사건'의 진실과 파키스탄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실상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다.

명예범죄라고 불리어지는 여성범죄의 실상, 헌법과 관습법, 이슬람법이 공존하는 파키스탄의 악습 속에 범죄자인 남성이 도리어 보호받는 현실, 남근숭배와 남성우월주의의 모순이 세대를 이어 여성을 상품 취급하는 사회, 신분에 따라 차별되는 관습 속에 희생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무크타르 마이에 의해 생생하게 밝혀지고 있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분노가 끝없이 치밀었다. 수많은 그녀들의 아픔에 눈시울이 흐려져 몇 번을 덮어야만 했다. 무크타르 마이가 겪은 일이나 지금 현재도 자행되고 있을 많은 여성범죄의 실상은 그 누구도 함부로 넘길 수 없는 비극이었고 끔찍한 일이었다.

무크타르 마이의 핏빛 고백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크타르 마이의 용감한 고백이 세계 또 다른 나라에서 유린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구제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하는 말을 마리 테레즈 퀴니가 받아써서 출간한 그녀의 책은 2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무크타르 마이는 자신을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고,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여성이며,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여성으로 여길 뿐이다" - 르 피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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