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나이사전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유동숙.박숙희 엮음, 이재운 기획 / 책이있는마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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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나, 매일 사용하는 수저, 즉 숟가락과 젓가락의 나이는 몇 살일까? 부인과 마누라는 몇 살이며, 언니나 올케, 혹은 오빠의 나이는 몇 살일까? 가시나니 깍쟁이 등의 나이도 궁금하다.

쌀과 숟가락의 나이는 약 3000살인데 젓가락의 나이는 비로소 백제로부터 시작된다. 항상 함께 사용하여서 당연히 같은 나이려니 생각하다가 책 속의 자세한 설명으로 역사적인 상식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박스기사 참조).

부인의 나이는 대략 3127살, 마누라의 나이는 현재는 120살 가량이지만, 지금의 나이 이전에 649년을 궁중에서 주로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언니나 올케, 오빠의 나이는 대략 105살로 같은 나이라 말의 생성배경이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깍쟁이의 나이는 613살이요, 가시나의 나이는 놀랍게도 1429살가량이다. 이렇게 우리들이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말들의 나이를 찾아 과거로 거슬러 가보는 여행은 어떨까? 그런데 비단 호칭어뿐이랴. 우리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말들의 나이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시험 등에서 떨어지면 '미역국 먹었다'고 하고, 시야가 좁은 사람더러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어떤 물건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샀다면 '바가지 썼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예사로 쓰고 있는 표현들이다. 그렇다면 이들 표현들은 어떤 배경으로 언제부터 썼을까?

말에도 나이가 있다

"말에도 생명이 있어서 새로 태어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상고 시대부터 싹튼 말이 있고, 삼국시대에 생긴 말이 있었다. 고려, 조선, 개화기, 일제 강점기, 광복 이후로 나누어 조사하다보니 우리말로 태어나는 말도 많았지만 없어진 말들도 많았다. 한문과 함께 들어 온 중국어, 칭기즈칸의 기마부대와 함께 들어 온 몽골어, 일제가 퍼뜨린 말, 미국이 끌어 들여온 말, 최근에는 컴퓨터와 관련된 말이 거의 매일이다시피 새로 태어나고 있다."

순수하게 우리문화에서 비롯된 말만 담지 않았다. 오랜 동안 한자를 써와서 어쩔 수 없을 것이며 컴퓨터나 바코드처럼 외국의 문화와 함께 밀려들어 온 것들이고 보면 '우리말'이라는 표현은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의 출생지야 어떻든 이 특별한 사전에 실린 말들은 모두 우리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말들이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나이 사전>은 전체적으로 고조선, 삼국,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광복이후로 각각 시대별 구분을 하였다. 또한 뒷부분에 일반 사전처럼 가나다순으로 찾아보기 쉽게 정리하여 저자가 구분해놓은 시대별로 읽어나가든, 그때그때 궁금한 말만 찾아보든 큰 어려움 없이 궁금한 말의 나이를 알 수 있도록 편하게 만들었다.

이런 시대적 구분은 어느 시대든 특정의 시기의 말만을 중점으로 알아가다 보면 그 시대의 역사, 풍습 등을 아울러 볼 수 있어서 말의 나이를 통하여 나름대로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가령 개화기편을 보면 그 당시의 한반도의 급변하는 정세의 위기감이 느껴진다.

말 한마디에 담긴 역사적 배경

내용 또한 알차다. 제시어의 출생과 소멸 시기를 명시하고 다시 그에 대한 보편적인 설명, 역사적 배경이나 흐름을 설명하며 잘못 쓰여 지고 있는 문학적인 실례까지 설명하여 바로 잡아 주고 있다. 그리고 모든 내용은 국내외 문헌을 토대로 하고 있어서 풍부한 상식까지 얻을 수 있다.

가령 일제 강점기에 들어 온 지퍼(zipper, slide fastener)에 대한 설명은 생성 시기나 나이를 미국(1893, 약 112살)과 한국(일제 강점기, 1945년, 약60살)으로 각각 구분하여 알려주며 누구에 의하여 어떤 경로로 처음 발명, 소개 되었는지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세계사까지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이렇게 말 하나마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런 말들을 쓰는 우리들도 이제는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 특별한 사전을 펴내는 동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책을 쓰는 동안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이 있다면 말이 살아야 글이 산다, 글이 살아야 정신이 산다는 것이었다. 바른 글을 쓰기 위함은 물론이려니와 우리말의 나이에 배어 있는 정신과 문화의 숨결을 느껴 보자는 생각에서 엮어진 이 책이, 글 쓰는 이들의 책상 한 귀퉁이 작은 자리라도 차지할 수 있기를 고대 한다

더 나아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아끼는 모든 이들이, 일제 강점기 때 더러워지고, 물밀 듯이 들어오는 외래어에 패이고, 뜻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신조어에 숨통이 옥죄여 잎이 누래진 우리말과 글이라는 커다란 나무를 푸르게 살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머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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