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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고재학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한 달 전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볼일을 보러가는 중이었다. 내 옆에 앉은 여자는 30여분동안 통화를 하더니, 또 다른 누군가와 내릴 때까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연신내역에서 교대역까지의 한 시간 가량의 통화. 여자는 통화를 하면서 탔고 통화를 하면서 내렸다.
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다. 아니 도리어 일부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휴대폰 예절(?)이어서 남들이 간섭하면 도리어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또한, 이 여자처럼 지하철 안에서 긴 시간 통화를 하지 않아도 차 속에서 끊임없이 핸드폰 버튼을 조작하여 특별한 볼일(인터넷게임 등)을 보는 사람들은 우리주변에 아주 흔하다.
게다가 요즘에는 DMB폰의 활발한 보급으로,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을 꽂지 않고 제 안방에서처럼 TV를 시청하는 몰지각한 사용자도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은 휴대폰 중독의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 중독'이란? 휴대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하여 항상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해야만 마음이 편해질 만큼 몰입정도가 심한경우를 말한다.
최근 호주 퀸즐랜드 대학에서는 '휴대폰 중독에 관한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휴대폰에 중독된 사람은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불안해하고 금단 증상까지 보였으며, 강제로 휴대폰을 끄게 하면 심적인 동요를 일으켰다. 그리고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지 않으면 무시당한 것처럼 격한 행동을 하고 자기비하를 일삼기까지 했다.
이제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인한 해악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태어나면서 디지털 기기들과 쉽게 접하게 되는 우리아이들은 그 정도가 무척 심하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실태와 중독을 진단한다!
일상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달콤한 휴대폰, 그 이면의 씁쓸함
우리나라에 휴대폰이 보급된 지 10여 년. 총인구 4849만여 명 중 휴대폰 가입자는 4000만이라니 놀라운 수치다. 2005년 말 기준, 전체 청소년 중 90%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관련 사업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잠정 집계한다. 아이들에게 휴대폰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휴대폰은 원래기능인 통신수단보다 친구와 대화하는 메신저다보니 나란히 앉아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대화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또한 아이들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휴대폰의 기능들로 대신한다. MP3플레이어, 카메라, 계산, 다이어리, 모닝콜, 전자사전 등.
그런데 이 정도는 비교적 순수한 아이의 수준이다. 어떤 아이들은 무분별한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 폭력물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은밀한 사진을 나누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몰래 음란물 동영상 등을 보는 아이들도 있다니 그야말로 아득해진다.
청소년들의 휴대폰 중독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음란물과 폭력물의 확산으로 인한 분별력 상실' '문자 남용에 따른 사고의 단순화와 글쓰기 능력의 퇴화' '과다 몰입에 따른 집중력과 학습능률 저하' '창의력의 감소' '소통의 단절' '전자파로 인한 건강 상실'등 무척 심각하다.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는 그동안 디지털 강국 신화에만 급급한 채 청소년들의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은 대한민국 부모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보았을 자녀들의 휴대폰 중독의 문제점에 대해 다양하게 다룬다.
1부와 2부는 우리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실태와 중독에 관한 보고서다. 청소년들의 휴대폰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1318세대의 휴대폰 코드를 검토,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일반화된 휴대폰 중독의 상황과 함께 부모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담았다.
3부와 4부는, 학습 부진과 집중력 감소로 직결되는 휴대폰 중독 증세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 모색과 대안을 다루고 있다. 부록으로 청소년들의 인터넷 휴대폰 은어들을 설명, 다양한 장소에서의 휴대폰 사용 지침, '휴대폰 중독자가측정표'등을 실었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아이와 내가 힘들지 않았을지도
이 책의 저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둔 가장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어른들처럼 휴대폰으로는 통화만 할 정도인 전형적인 기계치.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심각할 정도로 휴대폰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실체가 궁금하여 문제점들을 찾아 나섰다고.
이 책은 저자의 막연한 주장이 아닌, 아이들에 대한 저자의 간절한 바람에서 나온 것. 책 속에는 휴대폰 때문에 고민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솔직히 많이 놀랐다. 이렇게 많은 휴대폰 가입자? 휴대폰 중독 때문에 자살까지?
올 여름, 나 역시 휴대폰 때문에 아이와 몇 달 동안 신경전을 벌어야만 했다. 아이가 휴대폰을 사용한 기간은 불과 3개월.
다양한 서비스를 해주는 통신회사에 고마워하며 아이가 호기심으로 마구 누른(아이는 무료서비스인줄 알고 눌렀다고 하는데) 덕분에 엄청난 요금을 물었고, 이 과정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달콤하게만 여겼던 휴대폰 이면의 씁쓸함에 아이는 다소 실망한 듯, 스스로 더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그러자면 휴대폰은 생활필수품으로 다시 아이 손에 들려질 것이다.
때문에 아이가 바람직한 휴대폰 사용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느꼈다면 단 한 가지뿐이다. 진즉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이나 나나 휴대폰의 해악으로 상처받는 일은 훨씬 줄어들었거나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에는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