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 지음 / 삼인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율 스님의 질문을 이 사회는 어떻게 이해했을까?
 
지율스님의 두 권의 책 <초록의 공명> <지율, 숲에서 나오다>는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은 간결한 형태의 일기와 시, 편지글들이고 환경운동가 이전에 사진가였던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페이지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어서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쉽게 넘겨가며 읽다가 걸려드는 것들이 있어서 결코 쉽지만 않은 것이 또한 이 책들이었다.

목숨까지 내걸 만큼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고 절실하단 말인가? 자연환경도 결국 그 가치를 알아주고 혜택을 누릴 사람이 없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인간으로서 지나친 이기일까?

"… 신자유주의의 흉내를 내어 '신 개발주의'라는 말을 쓰거나 혹은 건설업 위주의 경기 부양책 때문에 지율 스님 사건이 생겼다고 단순하게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사건이다. … 지율은 한 종교인이며, 구도자이고, 한 여성이고,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이 시대를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율에겐 관심이 많고, 지율이라는 몸을 빌려서 던져진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 도롱뇽이 죽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롱뇽도 살 수 없는 상황, 즉 지금의 흐름이 계속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질문이기도 하고, 또한 어른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석훈(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의 질문을 이 사회는 어떻게 이해했을까? 중에서)


최근 몇 년 간 지율스님은 우리들에게 천성산과 도롱뇽이 의미하는 질문과 답으로 존재했다. 나 역시 환경보호론 쪽이고 불자지만 근본적인 입장이 같다고 무조건 수긍하기보다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좀 더 알아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고 냉정한 판단을 하고 싶어서 이 두 권의 책을 선택하였다.

<초록의 공명>은 지율 스님의 두 번째 책으로 2004년 4월 이후 천성산 홈페이지에 틈틈이 올린 글과 지율스님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아 엮었다. 글들은 비교적 짧고 간결하며 쉽다. 하지만 자연의 일원으로서, 같은 생명체로서 잘려 나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글들이어서 그 여운이 깊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첫 부분은 2004년 3월 초부터 1백일 단식을 끝낸 2005년 2월 3일까지 매일의 심경을 기록한 일기 형식이다. 이어지는 가운데 부분은 지율스님의 자연과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주관과 가치기준을 좀 더 확실히 엿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자유로운 단상과 성찰에서 오는 자연과의 교감, 여러 곳에서 강연하였던 원고모음이다.

끝부분에 외부 인사들이 기고한 글과 신문기사 등을 수록하였는데, 다양한 시각의 이 글들은 그간 우리에게 있어 왔던 지율과 천성산과 도롱뇽으로 대표되는 사건(?)의 줄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그러나 지율스님의 책이라고 하여서 자신의 방법만이 옳다고 옹호하는 시각이나 자신에게 공감하는 글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닌, 비교적 냉정한 시각의 글들도 보인다. 몇 년 간의 과정을 정리하기에 유용하다.

<지율, 숲에서 나오다>는 '도롱뇽소송' 과정까지 이어지는 책으로, 80여 일간의 단식을 비롯한 43일 동안의 삼천배, 부산역에서 출발하여 천성산으로 이어지는 삼보일배 등의 과정을 담았다.

첫 부분에는 단식과정의 심경을 볼 수 있는 일기형태의 글이 이어진다. 또한 자연의 일부인 우리들이 어떻게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의 필요성과 함께 지율 스님이 직접 카메라에 담은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불쑥 다가온 지율 스님이지만 자연과 교감하였던 한 개인의 맑은 속내와, 2년 여에 걸쳐 천성산의 구석구석을 탐사하여 얻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한 환경문제에 대한 지율의 객관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볼 수 있다.

책 뒷부분에는 도롱뇽 소송과 관련된 이야기와 세계 각 환경단체들의 동참문이 실려 있다. 아울러 세계의 환경보호운동에 대한 실례가 실려 있어서 환경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쉽게 파악해볼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에는, 급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그간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정리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전체적인 맥락의 글들이 많이 보인다. 무엇을 얻든, 공감이든 안티든 독자 각자의 몫일 것이다.

환경지키기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공명(公明)-사사(私事)로움이 없이 공정(公正)하고 명백(明白)함

사실 지율 스님만의 초록공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의 환경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우리들의 공명이어야 맞지 않을까?

우리들은 내 고향의 변해버린 정취와 추억을 회상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첨단의 대중매체가 편하고 유용한 사람들이다. 또한 삭막해진 환경과 산업발전의 부산물로 얻어진 내 아이의 아토피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오염에 몸을 담그고 살아가는 아픈 현실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최근 몇 년간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던 지율 스님인가? 지율은 스님이라는 특정종교인의 자세보다는 자연의 한 존재로서 자연의 또 다른 생명들과 함께 건강하게 호흡하고 살아가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생태주의자다. 지율의 초록 공명으로 우리들의 자연에 대한 본성을 모두 대신 할 수도 없고, 대중매체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들이 우리 모두의 시각일수도 없으며 목소리와 뜻을 전부 대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지율의 목숨을 건 단식의 초록공명이든, 다양한 대중매체든 우리들 스스로의 자성과 성찰을 위한 보조자료일 뿐이고 이런 것들을 참고하거나 도움삼아 우리들 저마다 스스로의 공명은 스스로 찾아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보자. 지율에게 깊이 공감하든, '안티지율'이든, 비구니 승려라는 종교적인 것도 모두 나중으로 두고 한 개인이 같이 살아가야하는 자연을 지켜내려는 가장 근본적인 목소리를 스스로 판단해보기에 썩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다.

"지난 1백 일 단식 이후, 몇 달을 지나오면서 저는 이 사회가 움직이는 보다 큰 동력을 보았으며 줄곧 '어떤 운명' 앞에 서있는 저와 천성산을 보았습니다. 저와 천성산은 누구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정치와 거대한 자본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톱니바퀴의 축에 끼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며, 권력과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진실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제 몸에는 그들이 지나간 수없이 많은 바퀴자국이 있으며 상처는 오히려 제 안쪽에서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초록의 공명> 머리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