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과학 - 내가 아는 도로, 알아야 할 도로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4
신부용.유경수 지음 / 지성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횡단보도나 신호등 하나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도로가 일직선이면 그만큼 시간이 단축될 뿐더러 기름값이 적게 들어 에너지 절약효과도 클 텐데 굳이 곡선이어야 할까? 사망사고가 난 곳에서 사고가 되풀이 되는 이유는? 소문처럼 귀신이라도 붙은 걸까? 우리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다는데 대체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의 도로에 들어가는 돈은?….'

도로를 이용하면서 이 정도의 생각은 누구나 하였을 법하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도로에 대해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도로는 이제 현대인들에게 필수다.

산업발전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보급과 경제발전의 주역으로서의 도로의 기능만 앞세우다보니 오늘날의 도로에는 교통사고를 일으킬만한 치명적인 함정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도로와 교통사고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을까? 우리의 도로는 지금 어떤 모습이며 어떤 길을 걸어 왔는가? 도로의 증설만이 교통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환경까지 생각하는 최적의 도로를 만들 수 있을까?

정작, 도로의 주이용자인 우리는 도로에 대하여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와 함께 할 도로에 대하여 우리가 이 시점에서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안전한 교통생활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도로위의 과학>은 '내가 아는 도로 알아야 할 도로'라는 부제와 함께 도로의 모든 것을 들려준다.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현재의 도로는 물론, 인류와 함께 해왔던 역사속의 도로들, 즉 도로의 발생부터 인류에게 그간 있어온 수많은 도로의 모습을 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또한 자동차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로의 모습까지 다각도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의 도로와 교통정책은 물론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의 도로를 본다.

책은 전체적으로는 큰 길의 시작과 함께 우리가 날마다 만나고 이용하는 현재의 도로에 중점을 두었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도심의 거리를 걸으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많은 구조물들부터 현재의 교통정책들까지 담겨있다. 또한 도로건설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까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놓아서 이제까지 잘 모르고 있던 도로에 관한 많은 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저자는 도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도로는 가능한 한 적게, 그리고 좁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에 편하고 안전하고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것이 도로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특히 승용차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승용차를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사회는 황폐해지고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책 속에서

세계 보건기구에 의하면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 세계 120만 여명으로, 현대 역사상 최대의 재앙이라는 2004년의 동남아시아 지진해일피해 사망자 15만의 8배에 해당된다. 그것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또한 교통사고는 현대인의 사망이유 9위이며 이렇게 계속되면 2030년에는 3위에 이른다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40~50배에 해당하는 사고 부상률 까지 계산하면 5000만을 웃돌며, 이는 우리나라의 총인구를 웃도는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통사고 사정은 어떤가? 2003년에는 교통사고가 약 25만 건이 발생했는데, 7212명이 사망하고 37만 650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가 없는 사고는 통계에 잡히지 않으며… 한해 38만 명이 부상을 당한다면 10년이 지나면 부상자가 380만 명. 20년이 지나면 760만 명. 우리나라 인구 4800만 명 기준 20년을 돌아보면 6명에 한명 꼴로 부상을 당했다는 이야기다. 한 가족 구성원이 3.5명이라고 할 때 두 집 건너 한집은 부상자가 났다는 통계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살 수 있을까?"- 책 속에서 요약

세계의 각 나라들마다 교통사고의 증가에 위협을 느끼며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교통선진국들의 다각적이며 다양한 실례들 중에 마음을 끄는 것은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인 스웨덴의 비전제로 운동(Vision Zero)이다.

스웨덴의회는 1997년에 교통사고 사망자를 단 한명도 내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비전제로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런 노력으로 인구 900만에 자동차보유는 400만대로 2002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6.0명이며 영국과 함께 세계 최저의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15명이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사고발생시 응급처치에 관한 것인데 교통사고도 많을뿐더러 응급처치가 미약하고 구조자체가 불편한 우리가 적극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정책이다.

사고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차원의 정책은 종종 있어왔지만 단 한건의 교통사망사고도 있어선 안 된다는 정책을 국가에서 먼저 채택한 적은 세계적으로도 그간 없었다고 한다. 교통선진국들 중에는 선거공약으로 교통정책을 내놓는 후보들이 많으며 이렇게 공약한 교통정책은 정치로 이어진다고 한다. 또한 개인이 사고를 냈을 경우에도 운전자에게 눈에 띌만한 잘못이 없으면 도로설계의 잘못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급발진 등으로 사고가 나도 권리 찾기에 힘든 우리나라로선 부러운 사례들이 많이 보인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도로에서 위협적인 팻말을 자주 만나고 있다. '교통사고사망지점'임을 알려주거나 '사고 많은 지역'임을 알리는 캠페인 팻말들이다. 이것은 교통사고를 줄이거나 사망자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적극적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개인은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 날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안전한 교통생활환경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제까지 보았던 도로가 다시 보이고,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알고 있으면 운전이 훨씬 즐거울 것이다.

'카파라치들은 어디로 갔을까?' '교차로와 속도감시 카메라'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은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까?'…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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