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박사님 과학하고 놀기
정태섭 지음 / 지성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제3장 '방사선 X파일'을 주목하자

"X레이 찍다"라고 흔히 말하는 'X선', 혹은 '방사선'의 두 얼굴을 본다. 방사선은 야누스처럼 양극이 심하여 적절하게 잘 쓰면 인간의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인류를 파멸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을 죽였으며 살아남은 피폭자들에게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 몸속에 악마처럼 스며든 방사선의 영향은 2세에게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방사선을 무조건 죄악시 할 수만은 없다. 방사선은 오늘날 의학과 산업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고 소중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뢴트겐에 의하여 X선이 발견되고 그 1년 후인 1896년 한 해 동안, 방사선을 이용하여 몸 안에서 총알을 찾아내어 살게 된 사람의 수는 미국남북전쟁 시 총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뢴트겐에 의해 X선이 발견되기 전에는 '탐침'이라는 갈고리를 총알이 박힌 자리에 넣고 휘저어 총알을 찾아냈다고 한다.

'위험하지만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란 고민으로 스스로 피폭의 고통까지 감수하며 방사선을 발전시킨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방사선을 이용하여 떼돈을 번 사람도 있다. 방사선의 두 얼굴이 이렇게 뚜렷하게 다르다.

뢴트겐에 의해 X선이 처음 발견되자 독일의 어떤 재벌이 뢴트겐에게 "특허를 넘겨주면 거액의 사례를 하겠노라"는 제안을 하였지만, 뢴트겐은 "이미 있던 것을 알아낸 것이지 발명이 아니다. 인류를 위하여 유용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며 단호히 거절하였다고 한다. 이런 뢴트겐을 보고 남을 칭찬하는데 무척 인색했던 에디슨은 "과학에 있어서도, 의학에 있어서도, 산업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X선을 발견했으면서도 금전적인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칭찬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피폭의 첫 사망자 기록은 에디슨에 의한 에디슨의 조수 '달리'라고 한다. 에디슨은 1896년 X선 촬영기를 구해 만국박람회에 전시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에게 X선을 비추어주고 돈을 받는 일종의 영업을 하였다고 한다. 손님대신 조수 달리의 손을 기계에 대고 촬영을 하였으며, 사람의 뇌의 구조와 능력에 호기심이 많았던 에디슨은 달리의 머리에 수시로 X선 촬영을 하였다. 조수 달리는 피폭으로 머리가 빠지고 피부가 괴사하는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우리에게 방사능의 구체적인 연구발전을 남겨준 마리 퀴리와 그의 딸 이렌 퀴리 역시 방사능의 피해자였다. 이들은 방사능의 부작용과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연구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쉽게 놓지 않았다. 방사능에 의해 짓물러 있는 자신들의 손을 다른 연구관들에게 자주 보여주며 그 위험성을 늘 알리고 경고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주머니에는 방사성의 동위물질인 라듐이 늘 들어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백혈병으로 죽었다.

방사능을 이용하여 돈을 번 사람은 에디슨만이 아니었다. 뢴트겐이 X선 촬영으로 몸속 뼈까지 볼 수 있다는 논문을 처음 발표했을 때, 어느 신문사는 "당신들이 아무리 우아하게 치장해도 뢴트겐은 해골로 볼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삽화를 실어서 당시 여성들은 뢴트겐에 게 몰려가 데모까지 했다. 이때 영국의 한 속옷회사가 납 가루를 넣어 만든 내복을 만들어 '누구도 꿰뚫어 볼 수 없는 내복'이라는 선전을 하며 팔기도 했다고 한다. 그 옷은 불티나게 팔렸음은 물론 차폐복의 원조가 되었다.

1970년대 만해도 X선에 의한 인체촬영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초음파나 MRI등 방법이 다양해졌으며 방사선과라고 불렀던 이름을 이젠 영상의학과로 고쳐 부른다. 그리고 촬영을 해도 발견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피폭의 위험도 극히 적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인류에게 있어서 X선, 방사선은 도대체 무엇일까?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인간의 몸을 진단하는데 X선이 쓰이기 시작한걸까? 지금 현재 인류에게 가장 큰 화두인 X선에 얽힌 이야기들을 이 책의 3부인 '방사선 X파일'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 CT촬영기로 환자뇌에 있는 동맥류를 검사하다가 우연히 하트 모양의 동맥류를 발견했어요. 보통 뇌동맥류가 터지는 경우는 사망률이 50퍼센트 이상으로 매우 위험한데 이 하트 모양때문에 미리 예방할 수 있었어요...발렌타인데이에 주고 받는 장미와 쵸컬릿을 X선 촬영하다(책 속 사진 설명중에서)
ⓒ2005 지성사

영상의학 기계와 과학자들을 둘러싼 이야기

<아하 박사님 과학하고 놀기>는 영상의학과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우리가 병원에서 만났던 기계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막연한 거부감이 더 앞섰던 기계를 통하여 보는 우리 몸속 하트들이 신기하다. 저자의 설명대로 한장 한장 보다보면 하트모양의 무언가가 발견되면서 환자는 생명을 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계가 촬영해 낸 우리 몸의 일부에서 보여 지는 하트를 보며 그래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위에서 일부를 소개한 '방사선의 X파일'을 통하여 방사선에 대하여 이제까지 몰랐던 것을 비교적 쉽게 이해하였다. 짧으면서도 폭 넓은 이야기들이 참 유용하다는 생각인데 아이들과 함께 접근하여 읽는 내내 유용했다. 방사선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숨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과학에선 더더욱 방사선의 음과 양의 차이는 엄청나다. 아울러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방사선에 대하여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들이 막연히 거리감을 두었던 병원의 기계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방사선, 화폐 속 과학자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단순하게 세간에 많이 알려진 과학적인 상식들을 묶어 놓은 것이 아니라 비교적 덜 알려진 분야의 이야기들이어서 과학분야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접근이 될 듯싶다.

아이들의 꿈,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

'좀 별난 의사 선생님 정태섭'. 괴짜의사와 정 가이버라는 별명이 붙은 저자는 영동 세브란스 영상의학과에 근무하며 MBC 어린이 과학 프로그램인 <아하 그렇구나>를 진행하는 '아하 박사님'이다.

괴짜의사 정태섭은 아이들을 이끌고 별 탐사를 다니는 별박사인데 과학교사였던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통하여 다시 꿈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학교사인 그의 아버지는 어린시절 실수를 되풀이해도 실패 속에서도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도리어 실수를 통해 용기를 얻게 했다고 한다. 화폐수집가이기도 한 저자는 화폐 속에서 과학자의 얼굴을 찾아 그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우리나라 화폐에도 과학자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별자리를 보고 있는 저자의 어린시절 흑백사진 한 장이 남달라 보인다. 망원경에 눈을 댄 아이의 키와 렌즈가 맞지 않는다고 망원경주인은 아이의 머리를 눌러서 아이를 망원경에 맞춘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과 별자리 탐사를 나가면서 아이들 키에 맞는 몇 개의 발판을 빠뜨리지 않고 준비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무한한 호기심을 우리는 어떻게 해줄 것인가. 아이들에게 펼쳐져 있는 무한의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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