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그림만인보' 연재를 중단하고도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책으로 엮어낼 물건인지 아직 확신이 없는데, 모진 세상 사람들을 불러내 과분한 상을 타기도 했다. 그런데 또 그 연재물을 묶고 다듬어 <얼굴>이란 책을 세상에 내보려 한다. 무렴하다. 분신한 사람, 목매단 사람,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람, 총 맞아 죽은 사람, 굶는 사람, 전쟁터로 간사람, 식물인간이 된 사람, 남들이 간첩이라고 우기는 사람, 이주노동자 또는 통틀어 블랑카로 불리는 사람, 그리고 이십 구 만원 밖에 없다는,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까지… 사람, 사람, 사람…."
 |
|
| ▲ 시사만화계의 풍운아 손문상의 작업(?)모습과 2003년 언론노조가 선정한 '민주언론상-보도부문특별상'을 받은 작품 모음집 <얼굴>의 표지 |
|
| ⓒ2005 우리교육 |
| <얼굴>에는 우리 시대 다양한 속살이 있다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손문상의 <얼굴>을 본다. 시사 만화집 <얼굴>을 통하여 우리시대의 얼굴, 그 다양한 속살을 본다. 사회의 그늘에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들. 권리를 박탈당하고 짓눌린 사람들의 그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죽음을 택해야만 했던 사람들. 소수의 그릇된 욕망보다 다수의 건강한 이익을 위하여 풀꽃 같은 희망을 건져 올리는 사람들.
정치적 목적이나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만의 어떤 이익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돋는 희망마저 꺾어버리는 부끄러운 얼굴들을 본다. 뻔뻔스럽고 부끄러운 얼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누구보다 잘 사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이 시사만화집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묵묵히 이 사회를 이끌어 냈던 소신 있는 사람들과,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우선 배려하였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한 컷의 만화와 짧게 덧붙여진 시적인 표현은 시사만화계의 풍운아 손문상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희망의 카드와 메시지다. 우리 시대의 자화상, 그 다양한 속살을 들여다본다.
펜 하나로 신랄하게, 그렇지만 더욱 더 따뜻하게
<얼굴>은 2003년부터 부산일보에 <그림만인보>라는 타이틀로 연재한 것을 묶고 다듬은 것이다. 또한 이 작품으로 2003년 민주언론노조가 선정한 '민주언론상-보도부문 특별부문'을 수상했다. 이 시사 만화집에 수록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
 |
|
| ▲ "내가 이기나 창이 이기나 하는 마음으로 창을 던진다"-허희선 |
|
| ⓒ2005 우리교육 | 창을 던져 그것이 꿈일 수 있기까지 휘청대는 지축은 절망이 아니었다. 양손의 무리 속에서 너의 왼손을 안위하지 않고 날아가는 창의 포물선을 따라 불안한 시대 진정 당당했던 선사(先史)의 기억으로 되돌아오는….
장애인 육상선수 허희선이 희망의 창을 던졌다. 세살 때 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은 그는 2003년 9월 13일 열린 전국체전 남자육상 창던지기에서 장애인으로선 사상 최고 성적인 2위에 올랐다. 그의 꿈은 장애인 최초로 육상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것. "내가 이기나 창이 이기나 하는 마음으로 창을 던진다"는 그에게 장애의 벽은 높지 않다. 왼손잡이 투창선수 허희선편
왼손잡이 투창선수, 장애인 허희선을 부끄럽게도 나는 전혀 몰랐다. 손문상을 통하여 비로소 알게 되었다. 비단 허희선 뿐이랴. 세상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바쁜 생활 속에서 어느새 잊혀지는 사람들을 그려내어 우리에게 다시 만나게 하는 그의 묵묵한 열정이 돋보인다. 그의 날카로운 펜은 우리 시대의 ‘공공의 적‘이랄 수 있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꼬집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편이 되어 따뜻하여 더욱 가치 있다고 할까?
손문상의 한 컷, 인물캐리커처를 통하여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조금 살펴보면 이렇다.
몸을 비워 다른 생명을 살리는 지율스님이나 네 명의 성직자. 돌아오지 못하는 영혼 윤이상과 돌아오지 못하는 이 송두율을 만날 수 있으며, 죽지 않는 노동자 박창수를 또한 만날 수 있다. 우리말의 큰 스승 고 이오덕 선생과, 세상 낮은 곳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남긴 권정생 선생, 농사꾼 전우익도 그가 그려낸 얼굴들이다. 한진 중공업 노조 고 김주익 선생이나 박창수, 이라크 한국인 첫 희생자인 김만수, 곽경해의 죽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하며 안타깝다.
행동하는 지식인 고 김진균 선생도, 큰 광대라고 이름 붙여진 고 박동진 명창도 만날 수 있으며 ‘효리신드롬’의 이효리도, 배우 최민식이나, 할 말 하는 딴따라 신해철도 만날 수 있다. 전혀 모르는 얼굴들이지만 마음은 오직 하나로 뭉쳤던 촛불광장의 사람들을 만나는 감동스럽게 만난다. 뿐만이랴. '최틀러?라고 작가가 말하는 최병렬'도, '우리 시대의 공공의적 전두환'이라 제목이 붙여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감회(?)도 남다르다고 할까? 감회, 감동, 뭉클함, 분노… 어찌 다 열거하랴 싶다.
 |
|
| ▲ '대물림 귀족 이건희, 이재용 부자'편은 언론의 주목을 특히 많이 받고 있는 한 컷이다. '다시 일어서라 박찬호'. 박찬호는 어두운 IMF시절에 우리들의 위안이었고 빛이었다. 2005년 그의 화려한 부활에 박수를 보내며...둘 중, 누가 성공신화의 진정한 주역인가?...생각해보았다. |
|
| ⓒ2005 우리교육 |
| 시사만화계의 풍운아 손문상, 시사만화집 <얼굴>
손문상은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학과 재학 시절부터 '운동'에 항거하는 방법으로 만화를 도입함으로써 시사만화계의 풍운아로서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졸업 후 경인지역 노동미술활동과 언론개혁확대를 지평으로 확산하는 등, 그는 여러 언론매체에 우리 시대 자화상을 그려왔다. 또한, 여전히 여러 언론매체에 날카로운 그만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림을 연재하고 있다.
손문상의 만평은 그림 자체의 신랄함과 함께 적절한 배경처리가 뛰어나며 시대적 이슈를 적절히 짚어낼 줄 안다. 또 그림도 그림이지만 한 컷, 한 컷마다 덧붙인 인물 묘사의 글 솜씨 또한 빼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손문상의 남다른 열정과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 시사 만화집 <얼굴>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뜻 무심히 넘겨보고 말지도 모를 그림들이지만 한 컷 만화와 짧은 설명이 담긴 묘사는, 그가 그려낸 주인공들마다 책 한 권씩은 족히 나옴직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책 내용에 앞서 세 편의 긴 글이 있다. 작가의 머리말과 언론인 손석춘, 권영길 의원의 추천사가 있는데 그가 그간 걸어 온 시사만화가로서의 여정이나, 사회각층에서 주목받는 손문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글이다.
아울러 후기 식으로 실린 못 다한 이야기 두 편과 송두율을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회고의 글’은 몇 번을 읽어도 아리게 남는 글들이다. 손문상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할까. 어떤 분의 말처럼 시사 만화집 <얼굴>은 송곳처럼 파내려간 우리 시대의 속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