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가? 철저하게 무관심한가?
잊을만하면 냉동 꽃게 등에서 납이 발견된다. 어디 꽃게뿐이랴. 싼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팔아먹는 양심불량 상인들이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치란다. 중금속 수치가 위험수치를 웃돈다는 특종이 충격을 주더니 생각보다는 위험하지 않다는 발표가 뒤따랐다. 다시 이번에는 문제의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었다고 하여 식당에서 김치를 향하는 젓가락이 머뭇거려지고 있다. 어디 하루 이틀 이야기인가.
단지 값싸고 위생상태가 불결한 중국산뿐이랴. 앞서서 농약을 사용하여 콩나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부대찌개 재료로 가축에게나 먹일 수 있는 미군부대 음식쓰레기를 가공하여 식당에 공급한 상인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업용 재료로 고급이미지의 제품을 생산해낸 악덕업자가 있었으며, 단무지나 만두파동 등 헤아릴 수가 없다. 식품 포장재를 둘러싼 발암성분이나 아이들 과자, 햄 등의 가공식품에 함유된 화학성분 역시 우리들이 끊임없이 관심 두어야 할 특종이다.
할인점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싸고 음식에 관한한 위생적인 면에서도 재래시장보다 더 그럴싸해 보이는 할인점이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업제품은 물론, 식료품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할인점은, 우리에게 얼마나 진실한 소비의 동반자인가? 무엇이든 싸게? 그렇지만 어느 날 툭 불거진 할인점의 진실은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상태였다. 국적 불명이었다. 음식을 둘러 싼 잘못을 돈벌이에 급급한 그들에게만 던질 것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자. 매스컴에서 일단 조용하면 먹어도 되고 구매해도 되는 것으로 우리는 안심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음식관련 특종이 우리를 불시에 후려칠지도 모른다. 그럼 정작 우리는 음식물의 소비주체자로서 우리 앞에 오는 음식물의 정체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음식을 둘러 싼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죽는 날까지 무언가를 먹어야만 하는 우리가 자신이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는가.
식품을 둘러 싼 수많은 문제들은, 발암물질이 검출되면 그때야 부랴부랴 수입을 금지한다든지, 식품에 관한 현실적인 어떤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적합하지 못한 재료를 음식으로 둔갑시킨다든지, 싸게 수입한 식품을 엄청난 이익을 내며 팔아먹는 악덕업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식물 소비주체인 우리들에게도 분명 문제는 있었다.
이 책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음식에 관한 47가지 진실>은 음식물의 소비주체인 우리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담고 있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47가지 진실만이 아닌 그보다 훨씬 많은 진실을 들려주며 고발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충격과 분노와 함께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는 아마 나처럼 대부분 분노하고, 너무 무관심했음에 부끄러워 할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씁쓸함은 떨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럴지도 모르겠다. 그럼 대체 무엇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거야?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 자기들부터 먹어 보라지. 아무리 돈 버는 게 중요하다고 먹는 걸로 사기를 쳐? 언제까지 불시에 덮칠 특종에 막연히 분노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소비주체로서 알 것은 알아 제대로 된 권리 찾기에 나설 것인가. 이 책이 나온 이유 중 하나이다.
쉽게 접하는 현장 이야기부터 국가 정책까지...
..육류의 유통과정에서 이런 경향이 심했고, 결국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 광우병이 등장해 겉보기에는 싸보였던 가격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매장에서 소비자의 눈에 맨 먼저 띄는 것은 신선한 농산물이다. 이 신선한 인상은 매장 전체에 대한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된다. 과일과 채소 다음으로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썩기 쉬운 식품은 빵과 우유다. 이런 물품은 보통 가게 맨 안쪽에 놓여 있는데 이것을 사려면 매장을 완전히 가로질러 가야만 한다.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잘 알려진 몇 안 되는 식품의 가격만 제대로 알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유와 식빵 등 비교적 가격이 고정된 물품의 가격을 왕창 할인함으로써 대형 할인매장의 가격이 무척 싸다는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
-'대형할인매장-칼자루를 쥔 쪽은 누구?' 편에서 부분 발췌
이 책의 저자가 영국인이어서 그 나라의 실정과 바탕으로 미국 같은 나라들의 정책을 거론하지만, 오늘 날 인류를 둘러 싼 많은 문제들을 국경을 따로 하여 생각할 수 있는가.
너무 포괄적인 이야기들이어서 약간 힘들게 읽었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것들이다. 또한 우리가 끊임없이 불안해왔으며 막연히 궁금했지만 도대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현장은 다르지만 우리들이 생활에서 직접 느끼는 식료품과 관련한 현장의 이야기들부터 거대 식품 산업에 대한 나라의 정책까지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자.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먹을 것에 대하여 매스컴에서 특종을 때릴 때만 부르르 분노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으며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 책은 현장에서 조금만 눈 여겨 보면 이제까지 미처 몰랐던 것이 보이는 것에 눈 트임을 가능케 할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음식물의 소비 주체자로서 떳떳하게 건강한 음식물의 권리를 요구하게 할 것이다.
'음식은 정치적이다! 거대 식품산업과 정부의 이권 결탁 메커니즘을 파헤쳐서 우리 식탁이 어떻게 오염되어 가는지 고발한 화제작'이라는 표현이 뒤표지에 나온다.
이 책을 통하여 내 스스로 너무 안심하고 있었던 식품의 실체를 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아쉽고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유해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있긴 있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무언가 막연히 알고 있던 것에 대하여 눈이 트여가고 있어서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더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