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
오자와 다카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미토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고민되는 책 한 권을 읽게 됐다. 바로 오자와 다카하루의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미토스)로 화장품의 실체를 밝히는 책이다.

'화장품, 계속 발라야 하는 걸까?' '어떤 화장품을 믿어야 할까?' 20년 넘게 화장품을 써 온 나로서는 여간 고민스러운 선택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화장품의 실태, 그 놀라움도 나에게는 여전히 고민스럽다.

석유에서 뽑아낸 '합성계면활성제'가 화장품의 주원료라고? '합성폴리머'까지? 비누로 잘 지워지지 않는 화장품을 지워내는 클렌징 오일은 합성계면활성제의 함량만 다를 뿐 주방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주방세제로도 얼굴을 닦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주방세제는 합성계면활성제 30~40%를 물에 녹인 것이오, 클렌징 오일은 합성계면활성제 10~20%를 물에 녹인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장품의 공해와 독성에 대해 조금씩 밝혀지면서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화장품을 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믿고 선호하는 '무첨가' 화장품의 실체는 어떤가!

"화장품, 특히 영양크림은 물과 기름을 유화시켜 만든다. 기름은 산화되고 냄새도 난다. 따라서 화장품에는 방부제와 향료 등이 첨가되어야 하는데 '자연=무첨가' '무첨가·무향료=안전'이라는 등식은 화장품 첨가물을 기피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화장품에 변질되지 않고 썩지 않는 원료가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 합성폴리머가 등장, 합성 폴리머로 에센스와 로션을 만들고, 식염수로 스킨의 점성도를 조절해 '무첨가' '무향료'라고 하거나...." - 책 속에서

넣을 것 다 넣은 무첨가 화장품? 게다가 합성폴리머까지? 기저귀, 생리대, 습기제거제 등에 쓰이는 '합성폴리머'는 1970년대에 폭발적으로 개발됐다. 수용성 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성 셀룰로오스 등이 모두 합성 폴리머다. 에센스와 로션뿐일까. 특별한 효과를 자랑하는 기능성 화장품일수록 합성폴리머는 많이 첨가된다. 무첨가 화장품은 물론 다양한 화장품에 합성폴리머가 쓰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충격이다.

주름개선화장품은 사기?

미용과학평론가요 화장품 전문가인 오자와 다카하루는 이 책에서 '주름개선제는 사기'이며 '바보가 쓰는 화장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름개선제의 진실을 보자.

신진대사가 빠른 표피의 세포 재생은 한 달 정도. 중장년층은 2~3개월 가량 걸리는데 화장품 하나로 1~2주 만에 주름이 펴지고 어떤 제품은 하룻밤 사이에 주름살이 펴진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며칠 만에 진피까지 재생, 촉촉한 피부로 사라진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니 죽는 날까지 불로장생을 찾아 헤맨 진시황이 알면 살아 일어나 땅을 치고 통곡할 법하지 않은가!

"피부가 젊어져 보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피부에 물을 넣으면 되는 것이다. 우선 화장품에 들어있는 합성계면활성제가 피부장벽을 파괴하고, 파괴된 피부장벽을 통해 합성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수면이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피부는 부풀어 불룩해지고, 주름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주름개선제는 합성계면활성제와 합성 폴리머가 주원료인 서양식 보습화장품을 모방한 것이다. 수분은 피부에 흡수되지만 합성폴리머는 거대분자이기 때문에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약간의 물기를 가지고 피부표면에 남는다. 그리고 서서히 물기는 증발해 생고무 같은 (매끈한) 피막이 되고, 이 피막이 피부 속에 있는 수분 증발을 막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이런 원리에 의해 합성폴리머 피막으로 표면은 매끈하고, 합성계면활성제 수용액으로 안쪽은 팽팽해져 주름이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때 합성계면활성제의 농도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합성계면활성제 농도가 진할수록 효과는 빨리, 눈에 띄도록 확실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름개선제의 원리를 전혀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 합성계면활성제가 많이 들어간 제품일수록 그 효과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의약부외품화에 이용당하는 미백화장품

이 정도의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충격이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파헤치고 있는 화장품의 실태는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로션, 에센스, 미백화장품, 클렌징 오일, 염색약 등의 실체와 제조현실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 일본의 현실일 뿐이라고? 글쎄 그럴까?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는 화장품의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다. 몇 년 전부터 기초화장만이 아닌 색조화장을 하는 남성들도 많아지는 현실이고 보면 화장품은 이제 생활필수품이나 다름없다.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화장품. 그러나 정작 우리는 화장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은 화장품의 실체는 물론 화장품에 대한 바람직한 관심과 역할을 충분하게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는 다 읽은 후에도 마음이 자꾸 쓰이고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건강한 피부와 바람직한 화장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관심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몇 년 동안 미루어 오다가 2006년 1월에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의) 전성분표시제가 그것.

전성분표시제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을 표시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화장품제조와 직접 연관이 있다. 책에서는 일본의 전성분표시제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단어지만 소비의 주체자로서 꼭 알아야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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