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과학 - 과학엔터테이너 최원석의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7
최원석 지음, 이부용 그림 / 살림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에 한 콜라 회사가 학교 근처 등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시음 행사를 한 적이 있다. 콜라 매출 만년 2위인 펩시가 부동의 1위인 코카콜라를 맛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른바 '펩시 첼린지'라는 콜라 시음 대회였다. 이것은 텔레비전 광고로도 제작되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눈을 가린 사람 중 대다수가 펩시콜라를 선택했다. 시청자들에게 '자기네 광고니까 당연히 저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실은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현장, 즉 '펩시 첼린지'에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펩시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미 공식화된 소문이다.

더욱이 재미있는 사실은, 시음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펩시콜라를 선택했음에도 코카콜라보다 판매율이 여전히 낮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눈을 가리고 펩시를 선택한 사람들이 매장에서는 코카콜라를 선택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미국 베일러 의대 몬태규 교수팀이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상표를 알면 맛이 달라진다?

박사팀은 우선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것처럼 실험자들의 눈을 가리고 콜라를 맛보게 했다. 그런 다음 mri 분석을 했다. 결과는 펩시콜라를 마셨을 때 뇌의 반응이 훨씬 활발했다. 즉, 만족감을 관할하는 부위인 '배쪽피각(ventral putamen)의 활성화가 펩시콜라를 마셨을 때 훨씬 활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구매는 코카콜라가 여전이 앞선다. 이것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제품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광고는 한 제품의 생명이고 진실이다? 상표가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 상표를 알면 맛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많이 팔기를 바라는 한 기업의 광고 아이디어에 불과할 것 같은 '펩시 첼린지'의 뒷이야기는 광고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광고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과학 엔터테이너 최원석의 <새빨간 과학>'이란 제목과 '사람을 매혹하는 15초 과학의 위장술'이란 부제만 보아서는 이 책이 최근 몇 년,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는 생활 과학서 정도로만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광고' 이야기다.

저자는 광고를 실험대에 올려 낱낱이 해부한다. 물리학을 전공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과학 대중화를 위한 활발한 활동(ebs 자문, 일간지 기고)을 하고 있는 저자가 '15초의 과학'이라는 광고 속에서 과학적인 것들의 과학상식과, '15초의 과학'임에도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광고의 과장과 허위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과자 및 가공식품들. 끝없이 부드러워지고 맘껏 바삭바삭해지기를 바라는 과자 속에 식품첨가물과 트랜스 지방이 과다하게 들어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하게 아는 사실이다. 2000년의 화두인 웰빙바람 속에 아이러니하게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는 식품첨가물과 트랜스지방으로 우리 사회는 많은 논란에 휩싸였고 진실공방이 뜨거웠었다.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식품, 식품 광고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식약청의 일련의 조치들과 '단 1g도 넣지 않습니다'와 같은 기업들의 양심을 미루어 이젠 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뭐가 뭔지를 확실히 모르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자주 거론되는 몇 가지 용어만 빼고는 용어 자체도 어렵고 규정도 복잡하여 도대체 무엇이 왜 나쁜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적인 용어, 어려운 이름들이 포장재와 광고에 끝없이 등장한다. 또한 광고주가 교묘하게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광고를 치장하기 때문이다.

칼슘이 포함되어 있어 뼈에 좋다는 우유가 있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예방된다'거나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고 적지 않고 '뼈 건강을 생각한다' '뼈가 좋아한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러잖아도 뼈에는 우유가 좋다는데 칼슘을 더 첨가하였다니 골다공증은 100% 예방할 수 있을 거야'라고 믿으며 일반 우유보다 비싼 칼슘 첨가 우유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니들이 광고를 알아?... 광고를 보는 눈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왜 코카콜라를 선택할까? ▲과자는 달콤한 독일까? ▲ 한방 화장품과 천연 화장품이 더 좋다? 자연산은 안전? 인공산은 위험? ▲우유 찬성론자들과 회의론자들의 진실은? 저지방 우유가 저렴한 외국에 비해 우리가 비싼 이유는? ▲비타민 c, 칼슘, 미네랄 함유 음료 광고들처럼 정말 보통 사람들의 영양분 섭취가 그렇게 부족할까? ▲바르는 비타민 c와 코엔자임의 진실은? ▲한우, 국산 돼지고기를 먹고 힘내자는 광고 이전에 육식이 몸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과연 친환경적일까? 무조건 재활용만이 해결책?

이 책은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식품과 일상용품 등의 광고를 중점적으로 실험하고 해부하여 중요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어 본다.

어떻게든 구매를 하게끔 해야 하는 광고주(기업)의 목적과 어떻게든 좋은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의 목적, 그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숨겨진 것들을 <새빨간 과학>은 꽤 진지하고 과학적이며 흥미롭게 접근하여 파헤친다. 과학적인 상식과 최근 이슈가 되었던 것들이 풍성하여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는 청소년부터 일반인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무한정 리필되는 광고의 풍성함속에 살고 있다. '어떤 연예인이 어떤 광고에, 몇 번' 나오는가에 따라 그 연예인의 인기도가 판단될 정도이다. 그래서 광고는 '니들이 게 맛을 알아?'와 같은 유행어를 낳았고 이 한마디로 신구씨는 광고계 스타가 되었다.

유행어를 끝없이 양산하고 수많은 광고 스타가 나온다는 사실은, 광고가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광고를 보는 우리의 눈이 이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새빨간 과학>은 '광고를 알 만큼 알고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한 제품을 대신하는 광고를 제대로 알아야 현명한 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의 주체인 우리들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광고를 너무 쉽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현명하고 객관적인 소비 주체라고 자부하면서 실은 광고를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광고에 그대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광고를 일단 분석해 볼 것을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현명한 선택에도, 과학적인 사고에도, 객관적인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책속의 수많은 광고의 진실과 거짓들이 내게 마치 이렇게 묻는 듯했다.

'니들이 광고를 알아?'(앗! 어느 새 입에 붙은 것이 광고 유행어다.)

----------덧붙여

사실 박카스나 비타500이 내세우는 건강성분인 타우린과 비타민C는 어떤 업체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다른 카피 제품들이 따라 올 수 없는 두 제품의 맛에 성공의 비결이 있을 것이다.

맛있다 보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러한 자양강장제를 마치 물 마시듯 마시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타우린과 비타민C가 몸에 좋은 성분이기는 해도 과다 섭취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항산화작용과 해독작용이 있어 피로회복제로 사용된다. 마른 오징어의 흰색가루에 풍부한 것이 바로 타우린이다. 하지만 타우린을 과다 복용하게 되면 설사나 위궤양 등의 부작용이 있다.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알려져 있으나 과다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산화제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다른 문제는 방부제인 안식향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C의 1일 권장량은 70㎎인데 왜 이렇게 많이 넣는 걸까?(100ml 기준 700~1200㎎) 이는 소비자들이 비타민을 마치 부작용이 없는 보약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없다면 부족한 것보다는 많은 것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E 등의 항산화제 비타민 보충제가 사망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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