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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양서파충류 도감 (양장) -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온 개구리와 뱀 ㅣ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11
심재한 지음, 이주용 그림 / 보리 / 2007년 6월
평점 :
낮에는 튼튼한 뒷다리로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오는 맹꽁이는 뒷다리로 땅을 잘 파기 때문에 '쟁기발개구리'로도 부르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봄잠을 잔다. 그러다가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땅에 물기가 오르면 잠자는 것을 멈추고 튀어나와 짝짓기 준비를 한다.
양서류는 울음소리로 짝짓기를 시작한다. 맹꽁이도 양서류이니 울기 시작하면 짝짓기를 해야겠다는 신호다. 그러니까, 동화에서처럼 장맛비에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알을 낳을 수 있는 물이 풍성하니까 짝짓기를 하자고 암컷에게 구애를 하는 것이다.
맹꽁이 수컷 역시 암컷을 꼬드기려고 '맹 맹 맹 맹' 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맹꽁이 한 마리가 '맹' 하고 울면, 옆에 있던 맹꽁이가 더 크게 '꽁' 하고 운다. 그래서 맹꽁이가 떼로 울면 '맹 꽁 맹 꽁' 하고 들리는 것이지, 우리가 코를 쥐고 '맹 꽁' 하는 것처럼 한 마리가 '맹 꽁' 하고 울지는 않는다.
어떤 녀석이 '맹' 하고 울고, 어떤 녀석은 '꽁' 하고 우는 걸까?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맹'이나 '꽁'이 또 다른 비슷한 소리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한 마리가 '맹' 하고 울면 옆에 있던 또 다른 맹꽁이가 '꽁'하고 더 크게 운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재미있다. 그럼, 개구리 중 가장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청개구리는 어떻게 울까?
우는 모습과 울음소리를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묘사
저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사는 개구리 중 몸집이 제일 작은 청개구리가 가장 크게 운다. 밤에 '깩 깩 깩' 하고 우는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낮에도 시끄럽게 운다. 그런데 청개구리의 사촌쯤 되는 수원청개구리는, '깩 깩 깩, 깩 깩 깩' 하고 낮은 소리로 바삐 우는 청개구리와 달리, 날카로운 쇳소리로 '챙, 챙, 챙, 챙' 하고 더디 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때 암컷은 목청껏 우는 수많은 청개구리 중에서 가장 크게 우는 수컷에게 뛰어가 짝짓기를 허락한다는 것이다. 즉 울음소리로 잘나고 못나고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니 몸집 작은 청개구리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겠다(두꺼비도 마찬가지다).
모내기철부터 여름 내내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양서류의 울음소리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최대 무기인 만큼 이처럼 중요하다. 이 책 속에는 각 종류별 울음소리와 울 때의 행동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무당개구리 수컷은 턱밑을 불룩거리면서 '윙 윙 윙 윙' 하고 맑게 운다. 떼로 모여 울면 '휘리링 휘리링' 하고 우는 것처럼 들린다.▲모내기철에 참개구리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꾸르륵 꾸르륵' 하고 왁자하게 운다.▲금개구리는 참개구리보다 한 달 쯤 늦은 6월에 짝짓기를 하는데 논둑이나 연못 가장자리에 앉아 물을 바라보며 운다. 울음주머니가 없어 '쯔 쯔 끼이익' 하고 조그맣게 목으로 소리를 낸다.▲옴개구리는 밤이 되면 물가나 물풀, 바위 위에 올라가 서로 떨어져서 우는데 '촉, 촉, 촉' 하고 운다.▲산개구리를 전라도에서는 '뽀오옹악, 뽀오옹악' 하고 시끄럽게 운다고 '뽕악이'라고도 한다.▲한국산개구리는 '똑 똑 똑 똑' 하고 우는데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 같다.▲울음소리가 황소울음처럼 크고 우렁차다 하여 황소개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우우~웅, 우우~웅' 하고 굵고 낮은 소리로 운다. - 책 속에서
각각 다른 울음소리 묘사도 재미있지만, 물을 바라보고 운다거나, 떨어져 운다거나,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떼로 몰려 울다가 사람이나 천적이 나타나면 겁을 집어 먹고 흩어져 도망간다는 식의 설명이 각 종류마다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책을 넘겨 읽는 내내 무척 흥미로웠다.
개구리 울음을 '개굴개굴'로 표현하는 동요 등이 많아 당연히 개굴개굴 울겠거니 했던 터라, 종류마다 다른 울음소리 설명은 아무래도 오래 남을 듯하다. 그런데 울음소리뿐이랴. 이 책은 양서류와 파충류의 종류별 각각의 생김새, 짝짓기나 산란, 올챙이과정, 천적과 먹이, 보호색 등 양서류 각 종류마다 고유한 특성을 재미있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양서 파충류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양서류는 4550여종. 우리나라에는 개구리 무리가 15종 살고 도롱뇽 무리가 6종 산다. 파충류는 온 세계 6500여종이 사는데 우리나라에는 거북 무리와 도마뱀 무리, 뱀 무리 등 31종 정도가 산다. 양서류나 파충류도 우리 고유종이 몇 종 있다. <세밀화로 그린 양서 파충류 도감>은 그 중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모든 양서 파충류만을 다룬다.
어린 시절부터 청개구리를 많이 보아왔지만, 울음소리와 필요에 따라 몸을 바꾼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꼬리치레도롱뇽 새끼의 까만 발톱도 직접 보고 싶을 만큼 궁금하고, 황소개구리도 잡아먹는 것을 꺼리는 무당개구리의 생태도 어지간히 흥미로웠다.
책을 읽기 전까지 세밀화로 그린 도감보다 사진을 넣은 도감에 훨씬 믿음이 갔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 그 이상의 것들을 남기고 있었다. 사진이 찍는 그 순간만을 기록하는 것과는 달리 세밀화로 가려진 부분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밤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양서 파충류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풍성하게 볼 수 있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가 가까운 밭둑에 흔하게 살던 도마뱀은 이제 인적이 드문 곳에서마저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예전의 도마뱀들은 소꿉놀이를 하는 주변에까지 와서 기웃거릴 만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함께 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흔적이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스스로 꽁꽁 숨어버린 것이리라.
이 책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양서파충류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한다. 우리가 양서 파충류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서류는 물과 땅을 오가며 살기 때문에 양쪽 환경이 모두 매우 중요하다. 양서류는 살갗으로 숨을 쉬어서 더러워진 물이나 공기, 가스 따위를 그대로 몸 속으로 빨아들인다. 또 알을 물속에 낳기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면 올챙이가 깨어나지 못하거나 깨어나더라도 기형이 되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양서류는 환경이 파괴되거나 오염되면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보다 먼저 그 영향을 받아서 양서류를 '환경지표동물'이라고 한다. 기형 개구리가 생기거나 개구리가 줄어들면 지구 환경이 그만큼 나빠진다는 뜻인데, 이는 사람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다.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