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가 파헤친 조선왕릉의 비밀 2 - 여기자가 파헤친
한성희 지음 / 솔지미디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도대체 유적지인 능 근처마다 왜 갈비집이 저렇게 많지?"

"조선시대에는 농경사회라서 소를 중요시 여겼고 국가에서 관리했기때문에 함부로 소를 잡을 수 없었고 백성들이 평소에 고기 맛을 보기가 어려웠지. 그렇지만 왕릉은 제례를 위해 소를 자유롭게 잡을 수 있었고 고기 맛을 볼 수 있는 곳이었어. 고기는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왕릉 제사 덕분에 능 근처에서 소갈비 요리가 발달됐고 지금까지 이어진 거라구"-책속에서


홍릉갈비, 태릉갈비...갈비 집 간판 중에는 왜 능 이름이 많이 들어갔을까? 오래전부터 무척 궁금하던 것인데 뜻밖에 이 책에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선사시대부터 농업을 중시해 온 우리에게 소는 무척 중요한 일꾼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경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쟁기질하는 소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 소의 가치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땅이 없어도 소 한 마리 있으면 소 쟁기 품을 팔아먹고 살수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개인재산이지만 소는 함부로 팔 수 없었고 처분할 때도 관청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자연 소고기는 귀할 수 밖에!


그러나 일반 백성이 소고기 맛을 볼 수 있는 때가 있었다. 능제, 즉 왕릉제사가 있을 때였다. 능제에는 소를 잡았고 이때 고기를 몰려 든 백성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이때 살코기를 발라내고 남은 뼈로 국물을 내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곰탕의 시작이다.


고기를 먹어 본 놈이 고기 맛을 안다고 이후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자 고기 맛을 비교적 쉽게 맛볼 수 있는 왕릉 주변에서 다양한 고기요리가 생겨난다. 포천의 이동갈비의 내력은 모르겠는데 홍릉갈비나 태릉갈비, 수원갈비는 이렇게 생겨났다. 모두 조선의 왕릉이 많은 곳들이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다. 앞으로 아이들과 갈비를 먹으러 갈 때마다 왕릉 이야기 하나씩은 해주어야겠다.


왕릉과 우리 역사, 어떻게 알아가면 될까?


왕릉은 왕과 왕비가 묻힌 무덤이다. 왕실 무덤이라 가장 많은 정성을 기울이다보니 당시의 뛰어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왕릉을 조성했다. 또한 내세와 발복사상에 기초하여 여러 가지 조형물을 넣어 조성. 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왕릉에는 조성될 당시의 역사, 풍습, 가치관, 건축학 등 당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많다. 우리가 역사를 알기 위해 왕릉을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왕릉. 어떻게 알아 가면 좋을 까? 우선 왕릉의 이름을 해석해보는 것이다. 왕릉의 이름만 보아도 왕릉 주인의 살아생전의 삶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온릉과 사릉을 보자.


온릉은 단경왕후의 무덤. 단경왕후의 친정아버지는 연산군과는 처남매부간이다. 단경왕후는 중종의 첫 번째 부인이지만 왕비의 고모가 연산군의 부인이기 때문에 반정으로 중종이 즉위한지 7일 만에 폐위된다. 왕비는 죽는 날까지 남편 중종을 그리워하며 눈물 적셨다고 한다. 때문에 왕비가 죽자 ‘따뜻하다’는 뜻의 ‘온’을 넣어 '온릉'이라 이름 붙였다.


사릉은 정순왕후의 무덤. 정순왕후는 단종비. 삼촌 세조에 의해 폐위되고 죽은 단종의 무덤을 향하여 평생을 시름에 젖어 살았다고. 그래서 ‘생각하다’는 뜻의 ‘사’를 넣어 ‘사릉’이라 이름 붙였다. 이렇게 왕릉이름을 따라 역사를 알아 가다보면 '역사는 딱딱하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역사가 한결 부드럽고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이다. 현직 기자이면서 문화재 해설가이기도. 글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묻어난다. 또한 현장 해설을 담고 있어서 왕릉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그서 그간 딱딱하고 어렵게 여기던 역사와 한층 가까워 질 수 있다.


역사에 관한 책은 왠지 어렵고 딱딱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역사관련 저자들이 남자들이다보니 여자 독자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또한 남자들만의 시각에 의한 역사관련 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 책이 알려주는 역사에 대한 친근함은 더 강하다.


저자는 왕릉이 왜 중요한지, 왕릉 조성과정부터 왕릉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역사에 친근함을 느끼도록 이끌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역사를 알아야만 하는 간절한 이유와 만나게도 된다.

 

참, 그간 왕릉 관련 책은 풍수학적인 시각으로 아주 조금 언급한 책만 있었고 이 책처럼 왕릉만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이점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장감이 생생한 사진까지 풍성하게 만날 수 있어 ‘읽는 맛, 보는 맛, 알아가는 맛. 새기는 맛’이 남다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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