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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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의 저자는 19명으로, 이들은 여행 떠나기 전 1년 동안 자주 만나 토론하면서 '여행의 목적과 주제'를 준비하였다고 한다.

이들의 24일간의 남미여행은 여행이 주는 낭만과 여유 보다는 여행의 목적을 답사에 두고 냉정하고 공정한 시각으로 여행지를 관찰하고 사진 찍기 등의 자료 수집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행지에서도 매일 토론하면서 가장 냉정한 관찰자의 시각을 두고자 노력하였던 이들은 또한,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자주 모여 발표와 토론을 하고 글로 옮겨 다시 퇴고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였다고 한다. 이런 과정으로 <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는 한권의 책이 되었다.

이들은 왜 하필 남미를 택하였으며, 여행자의 낭만적인 여정보다 답사자의 관찰과 사진 같은 자료 수집을 우선하였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리를 가르치고 있는 현장의 교사이기 때문이다. 내 발로 뛰어 다니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통해 더욱 자신감 있고 실감나는 수업을 베풀어 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뒤흔들, 아이들의 꿈을 채워 줄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머리말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남미로, 잉카는 '타완틴수요'로! 부르는 것부터

서문에서 이들은 두 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라틴 아메리카를 중남미나 남미로 부르자는 것과, 잉카를 그들 고유 이름인 '타완틴수요'로 부르자는 것. 중남미나 남미가 동아시아, 서남아시아처럼 지리학적인 순수한 구분이라면, 라틴아메리카는 침략자 라틴족의 문화에 대한 오만이며, 따라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까지 포함하고 있다. 잉카는 어떤가?

'타완틴수요'는 마추픽추를 건설한 나라로, 유럽 인의 침략 당시 남미에서 가장 강력하고 넓은 영토를 형성하였다. 인구는 당시 조선보다 몇 배가 많은 2천5백만 명이었다. 타완틴은 4, 수유는 방향을 뜻하니 4방국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유럽 인들은 침략 당시 안데스를 중심으로 했던 이 광대한 나라를 잉카 제국이라고 불렀다. 잉카는 '왕'을 지칭하므로 잉카 제국은 '왕의 제국'이라는 뜻이다.

유럽 인들이 타완틴수요를 잉카 제국이라고 부른 것은 타완틴수요를 한 왕실의 나라로 폄하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위대한 제국에 흠집을 내고, 국민과 왕실을 분리시키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일본이 일제 강점기에 조선을 '이씨 조선'이라고 부르며, 500년 이상 유지해 온 조선의 역사를 '이씨'라는 한 가문의 역사로 축소시키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잉카 제국'이라는 이름 대신 원래의 이름인 '타완틴수요'나 '타완틴수유'로 불러 주어야 마땅할 것이다."-책 중에서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고 여행지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여행자의 시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며, 여행자가 어떤 시각을 갖는가는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결과는 달라진다.

이들은 왜 남미를 택하였을까?-우리가 남미와 만나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지구의 반대쪽은 어떤 곳이며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남미대륙을 직접 체험해보자는 것이다. 남미 대륙은 지구에서 가장 광대한 열대 밀림과, 안데스 고산지대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고,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 전개되기도 한다. 또한 안데스는 최근 서태평양의 활화산대를 연구하는 중요한 열쇠다. 첫째와 둘째 이유다.

셋째와 넷째는, 고산지대에 꽃피운 문명을 찾아보자는 것으로 12세기 잉카문명을 꽃피웠던 남미대륙은 지금도 여전히 고산 문화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독자적인 대륙문화를 발전시켰던 이들이 어떻게 전통을 잃어버렸는가를 찾아보는 것은 세계사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신대륙 발견과 침략, 식민통치의 3세기를 거치며 원주민은 대부분은 그들의 노예가 되어 그들의 발전과 부의 축적을 위하여 인권이 짓밟혀졌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그들만의 것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현재 침략자의 종교와 언어는 물론 우리들이 그들의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식민통치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들이 남미의 전통복장이라고 알고 있는 옷은 침략자 에스파냐의 농민복장이며 가르마를 탄 가랑머리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문화와 남미 대륙 문화의 이식과정을 본다.

우리가 먹는 작물의 절반인 고추, 감자, 옥수수 등은 남미의 고대문명에서 발전된 것으로 세계의 많은 작물들의 기원지가 남미다. 하지만 오늘날 남미의 농업은 어떤가? 지금도 여전히 브라질 플랜테이션 농장에서는 커피와 사탕수수 등 유럽인들을 위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아르헨티나의 팜파스에서는 유럽인들이 가져온 소나 양을 사육하는 농목업이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이런 것들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구의 노동력을 이용한 것인가? 농업이 요람이었던 남미가 오늘날 착취농업으로 전락하고 만 이유는 무엇인가? 남미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왜 여전히 가난하며 발전은 한없이 더디기만 한가? 대다수 원주민들의 가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이것은 다섯째와 여섯째 목적이며 마지막으로 지구산소 주요 공급원인 열대우림 아마존을 둘러싼 개발과 보존을 묻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이런 물음을 바탕으로 한 여행의 결과물이다. 세계사와 남미의 고대문명, 지리, 현재의 국가, 사회적인 문제 등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이며, 풍성한 사진까지 알찬 답사자료다. 이들 19명의 교사들이 교실에만 머물지 않고 남미에 직접 찾아가 인문학적으로 배웠던 것을 확인하고 관찰하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열정과 소신이 아름답다.

이 밖에도, 검은 강과 흰 강이 수 킬로미터를 나란히 흐르는 장관, 아마존 강 역사의 중요한 시점이 되는 돌고래 이야기, 체 게바라와 추키카마타의 구리 광산,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가 해군을 훈련시키고 있는 이유, 달의 계곡과 팜파스, 드넓은 소금 사막과 기둥도 침대도 모두 소금으로 이루어진 소금호텔, 사람 키보다 큰 선인장이 가득한 섬과 설탕산과 오렌지산, 커피와 와인과 삼바와 땅고(탱고), 세계 최고의 폭포 이과수 등 이야기들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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