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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에 떨리는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면 "바람이 분다...살아봐야 겠다"던 발레리의 시 한구절이 떠로른다. 나는 이 구절을 너무 좋아해 지금까지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어려움이 있을 때일수록 잔잔한 날보다 바람 부는 날이 더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된다....(중략) 바람개비가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듯이 나도 바람의 힘으로 신명을 얻고 시를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바람은 바람(風)이면서 바람(願)이다.-249페이지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 편에서.
바람을 좋아한다는 시인의 고백을 듣는다, 시인은 어렸을 때부터 바람을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바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때문에 바람이 부는 날이면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어디론가 나선다고.
스페인의 타레가가 정원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듣고 <알함브라의 궁전>을 작곡했던 것처럼 시인은 바람소리를 들으며 <바람부는 날><바람을 맞다>란 시를 적었노라고 고백한다.
나도 시인처럼 바람을 좋아한다. 시인처럼 바람속에서 살아갈 힘을 더 얻기 때문이다. 바람이 모질면 모질수록 좋다. 너무나 모질어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만큼 바람이 심한 거리를 걸을 때면 눈에서는 설핏 눈물이 솟고 그럴 때면 어떻게든지 살아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바람부는 세상에 대한 오기가 솟고 바람이 많은 내 삶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시인처럼 바람이 부는 날이면 때로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람속으로 들어가 나도 모르게 삼켜버린 것들을 재채기 하듯 토해낸다.
<천양희의 시의 숲울 거닐다>는 요즘 며칠간 내가 빠져 본 시인들의 시를 통한 삶과 사랑의 세계였다. 황량한 삶의 바람속에 서있던 터라 위로가 되는 귀절마다 밑줄을 긋게 되었다. 그리하여 훗날 바람이 거새다는 것도 잊을 만큼 거친 바람속에서 헤매기만 할 때 위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시인들과 많은 시를 만났다.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은 내가 좋아하는 시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들의 삶과 사랑, 때로는 시의 주제가 되고 때로는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때로는 희망이나 절망의 이유가 되는 시인들의 많은 일화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을 잘견하는 것...자기가 태어나기전보다 세상을 조근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이제까지 성공은 내가 우선 풍성하고 편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때문에 내 눈앞에 나의 것이라고 정해진 것들을 가져다 놓기에만 전전긍긍했던 것 같다. 때문에 나의 삶의 벌판에는 이토록 모진 바람이 늘 불고 있는지 모른다.
며칠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오늘 밤도 겨울바람이 불고 바람은 문틈으로 스며들어 삶의 무게로 시리기만한 어깨를 더욱 시리게 한다. 바람이 분다,,,하지만 더욱 모질게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