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마찬가지로 잠 때문에 새벽3시 생방송은 놓쳤지만
일어나서 인터넷 안 보고 내게 축구결과 말할 듯한 사람 다 피해서 라이브 상태로 정오에 도서관 휴게실 tv를 켜고 소리를 죽인 뒤 채널을 맞췄다. 어젠 sbs스포츠였는데 오늘은 kbsn스포츠에서 재방송한다.
잉글랜드가 홈유니폼인 흰옷, 크로아티아는 원정유니폼인 까만옷을 입었다. 그러고보니 올 월드컵 크로아티아가 홈유니폼인 흰바탕 빨강네모 격자무늬 유니폼을 입은 게 조별예선 나이지리아전 딱 하나 뿐이다.
크로아티아를 응원하는 나도 감독의 옷맵시와 생김새는 잉글랜드가 훨씬 낫다고 인정한다. 크로아티아 감독은 실력과 인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생김새만큼은 심술궂고 거만하게 보인다. 잉글랜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꽤나 기품있는 신사처럼 보인다.
4분만에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잉글랜드 트리피어가 그림같은 골을 넣는다. 골키퍼가 손써 보기 어려운 그런 골. 그 뒤로도 주도권을 잉글랜드가 쥐어서 곧 추가골이 나올 거 같은 모양새였다. 37분쯤 카메라가 크로아티아 관중석을 보여줬는데 걱정어린 표정으로 응원할 힘도 없는 듯 했다. 어떻게어떻게 추가골 없이 전반 끝나고 후반 초반에도 잉글랜드가 앞서다 후반 중반 동점골을 넣었고 이때부터 주도권은 크로아티아가 쥐었다. 이번엔 크로아티아에서 골 나와 90분 안에 끝날 듯한 모습이 이어졌는데 끝내 골 없이 연장에 들어갔고 연장후반에 결국 골이 나오며 크로아티아가 이겼다. 주도권을 쥐었을 때 골을 넣어야 이긴다는 축구의 가장 단순하고도 굳이 설명할 까닭도 없는 원리를 다시금 가르치는 경기. 후반 중반까지 주도권 있을 때 잉글랜드가 한 골 더 넣었으면 그대로 끝날 듯한 분위기였다.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오고 위기를 견디면 기회가 온다는 축구의 또 다른 격언에도 잘 맞는 경기였다.
크로아티아는 이기긴 했는데 토나먼트 세 경기 다 연장까지 치러서 프랑스보다 체력이 많이 고갈됐다. 98준결승팀끼리 만나는 결승전은 아무래도 프랑스가 유리할 듯 하다. 그러고보니 나이키 유니폼 입는 팀들끼리 결승전에서 만나는 건 내 기억에 첨인 듯. 14 독일:아르헨은 둘 다 아디다스, 10 스페인:네덜란드는 아디다스:나이키, 06 이탈리아:프랑스는 퓨마:아디다스, 02 브라질:독일은 나이키:아디다스, 98 프랑스:브라질은 아디다스:나이키였다. 94부터는 유니폼 제작사가 어딘지 나도 모르겠다.
1. 오늘 교체로 들어온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는 내가 아는 껌씹으면 경기하는 유일한 축구선수다. 야구에선 곧잘 봤지만 축구하며 껌씹는 선수는 첨봤다.
2. kbs도 sbs도 패스성공수를 패스성공률이라고 적는다. 수는 단위가 개이고 률은 단위가 %로 엄연히 다른데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틀렸다. mbc도 틀리는지 결승전은 mbc로 보며 눈여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