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게 국민학교 6학년 때인 1989년이었다.

엄마가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궁금하셨는지 마교수님 책 몇 권을 사 오셨다.

자유문학사에서 나온 수필집<나는 야한여자가 좋다>랑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장편소설 <권태>였다.


나도 엄마랑 같이 읽었는데 <권태>는 재미없었지만 <야한여자>는 퍽 좋았고 나는 광마의 팬이 됐다.


그 다음 중학교 들어간 다음 행림출판에서 나온 <광마일기> 읽었고 그 뒤로도 지금까지 꾸준히 광마 책을 읽어 왔다. 내가 읽은 광마 책 다 더하면 정확히는 몰라도 스무 권은 되리라. 또 광마가 쓰신 책은 아니지만 소개한 책들도 꾸준히 읽어 왔다.


게다가 요즘은 광마가 강력추천한 중국 청나라 초기 문인 포송령의 <요재지이>를 김혜경 한밭대 중문과 교수님이 2002년 여섯 권으로 옮긴 민음사판으로 읽고 있었는데, 지금 3권 거의 다 읽어 간다, 이렇게 돌아가실 줄이야.


속좁은 이들의 생트집으로 감옥 가시고 우울증 앓으실 땐 참 안타까웠고 <광마일기>나 <광마잡담>,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에 나오는 이야기를 내 머리속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해 보기도 했다.


내가 광마님을 몸소 뵌 건 딱 한 번 뿐인데 2011년 북촌 어느 미술관에서 광마께서 그리신 그림 전시회에서였다. 그 때도 건강 나쁘신 거 같아서 씁쓸했었다.


말년에 표절 말썽과 밀도가 떨어진 책 대량 집필로 나쁜 모습을 조금 보이시긴 했지만 그것도 수구세력들 때문에 노후생활이 불안정해진 탓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하고, 전과기록 때문에 연금을 못 받는 처벌을 받으셨다, 내게는 여러 모로 좋은 글 많으 남겨 주신 은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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