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작가 조정래님의 최신작.

고문 끝에 억지로 전향되고 석방된 두 대남공작원과 그들 주위 사람들 이야기.

읽으며 세 달인가 네 달 전에 본 영화 송환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시간적 무대는 소련이 무너진 80년대 말 90년대 초반.

평생을 바쳐 지킨 이념의 허무한 종말 앞에서 방황하는 두 노인을 통해 삶이란 무언지를 묻는다.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이 이 독후감을 읽을 지도 모르므로 두 노인의 방황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한 노인은 안 됐고 한 노인은 그래도 행복하게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옥의 티 하나. 70쪽에 초등학교라는 낱말이 나오는데 이 낱말은 90년대 중반인가 후반에 등장한다.

따라서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이 시간적 배경인 이 책엔 맞지 않는다.

치밀한 사실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름끼치도록 실감난 묘사가 주특기인 조작가님의 특징으로 미뤄봐서

2006년 현재를 사는 독자들을 위해 일부러 초등학교라고 적으신 게 아니라 실수라고 보여진다.

좋아하는 작가님 책이고 평균 이상의 재미와 교훈도 갖췄지만 대하소설 3부작과 장편소설 불놀이 만큼의

재미,박진감, 몰입감,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하므로 별은 세 개만.

특히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질펀한 욕설, 맵고도 짜릿한 풍자의 행방불명은 많이 서운하다.

그런 게 조선생님 글 읽는 재민데 말이지.

아울러 분량도 퍽 짧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술 2006-07-3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 놓고 다시 읽어보니 아래에서 셋째 줄 행방불명보다 실종이 더 알맞은 표현인 거 같네요. 이 책 문예지에 연재할 때 조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아주 신랄하게 사회주의의 실패를 파헤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결과물을 읽어 보니 중간에 조선생님이 방향을 바꾸셨습니다. 신랄함은 온데간데 없고 아쉬움,허무함과 아늑한 따뜻함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약간 실망했습니다. 참, anachronism을 뭐라고 번역해야 좋을지 아시겠는 분 계시면 제게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시간 오류? 앞서 말한 초등학교 같은 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