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마광수 장편소설
마광수 지음 / 북리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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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날 1월20일 동네 서점 가서 살펴보고 주문은 알라딘에서 할 생각이었는데 서점 아가씨랑
주인이 친절히 구는 바람에 아무 것도 안 사기가 미안해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함께 사 왔다.
로버트 찰디니 교수가 -나는 치알디니보다 찰디니가 좋고 로베르또 바지오보다 바조가 좋고 조
디마지오보다 디마조가 좋고 보카치오보다 보카초가 좋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말한 상호성의 법칙은
아주 위력적이다.
미안해요, 알라딘. 담부턴 종업원들이 바빠서 손님 하나하나 신경 써 줄 수 없는 대형서점 가서
훑어보고 주문은 알라딘에서 할게.
집에 와서 첫사랑부터 읽어서 어제 밤 1월24일 끝냈다.
광마님의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책인데 안타깝게도 그리 재밌지가 않았다.
재미는 광마일기,광마잡담,발랄한 라라,사랑의 학교 쪽이 더 나았다.
왜 재미가 없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위에 말한 네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광마님 특유의 유머감각과
풍자가 첫사랑에선 빠져 있어서인 거 같다.
그래선지 작품이 퍽퍽하고 메마른 느낌이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도 발랄한 라라에 실은 단편 심각해씨의 비극 에선 풍자적으로 다루셔서 읽으며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첫사랑에선 사실주의적으로 다뤄서 이 세상이 이렇게 한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소름돋고 웃음도 전혀 안 나왔다.
그러고 보니 광마님 작품 가운데 나랑 맞는 작품들은 몽환적,낭만적이고 나랑 안 맞는 작품들은
-권태,즐거운 사라,로라,첫사랑-대개 사실주의적인 거 같다.
그만큼 현실세계가 팍팍하고 답답하며 매력없다는 뜻으로 봐도 될 거 같다.
광마님, 아무쪼록 힘 내시고 담엔 유머랑 풍자를 많이 담은 책 써 주세요.
마지막으로 책 끝부분에 실린 작가 연보를 읽다 안 건데 첫사랑은 1998년 사회평론에서 나왔던
자궁 속으로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나야 자궁 속으로를 안 읽어서 괜찮았지만 자궁 속으로를 읽었던
독자들을 위해 책 앞부분 눈에 잘 띄는 곳에 이 책은 자궁 속으로의 개정판입니다라고 적어 놨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예 안 밝히는 것보다 낫지만 어차피 밝힐 거면 작가연보보다는 책 앞날개나 책 목차 앞쪽 쯤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보일까말까 싶은 작은 글자로 본 제품 사용 뒤 부작용 생기면 책임지지 않습니다 라고 적은
건강보조제 광고 본 기분이다. 


북리뷰 출판사 빨리 고치세요.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경험을 한 독자들에게 찍히고
외면받습니다.
책 앞에다 자궁 속으로 개정판이란 걸 밝혀도 읽었던 사람 가운데 어느 부분이
바뀌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다 사고 나처럼 자궁 속으로를 안 읽었던 사람에게도 이 출판사는 꼼수를
안 쓰는 곳이구나 하고 점수 딸 수 있는 기회인데 왜 이를 스스로 저버립니까?
북리뷰 출판사와는 이런 일 처음이고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광마님 작품 여럿 내 준 고마운
출판사니까 고의가 아닌 실수로 생각해 주겠지만 축구로 말하자면 제게 옐로우 카드 하나 먹었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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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1-01-2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랑 수필집들도 나랑 짝짜꿍이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