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촬영 빙자 변태성욕 충족"…검찰 선정 '황당사건' 

검찰은 올해 처리된 사건 가운데 '황당 사건'에 '사극촬영 빙자 변태성욕 충족'과 '목숨내기 장기' 사건 등 5건을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사극촬영 빙자 변태성욕 충족 사건

A씨와 B씨는 여성의 종아리, 엉덩이 등 신체의 일부를 보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도착증인 패티시즘 중독자였다.

이들은 아이러브스쿨, 싸이클럽 등 인터넷사이트의 패티시즘 관련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성적 취향이 점차 가학적·피학적 성도착증인 새디즘마조히즘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변태적인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택한 방법은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선망하는 젊은 여성들을 모집, 사극 촬영을 빙자해 여성들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는 것이었다.

A씨는 가짜 기획사를 차리고 촬영감독 행세를 시작했다. B씨는 기획사 직원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나이트클럽에서 사극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선망하는 20세 전후의 여성들을 상대로 아르바이트비를 주겠다며 접근했다.

이들에게 걸려든 여성들은 가짜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테스트와 오디션을 받았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여성들은 '상궁으로부터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는 무수리 연기'를 약정하고, '부모의 동의를 받았고 촬영 과정에서 생긴 상처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촬영 중 소리를 지르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등 계약 위반시에는 계약금의 3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계약서를 썼다. 계약과 함께 이들 여성이 받은 아르바이트비는 20만 원이었다.

A씨는 실제 촬영하는 것처럼 행세하며 큐사인을 보냈고 B씨는 여성들에게 종아리를 걷게 한 뒤 길이 80㎝의 나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면서 '잘못했습니다 마마님. 용서해주십시오 마마님'이라는 대사를 외우게 하는 방법으로 50∼74회 가량 종아리를 때렸다.

피해 여성들의 종아리에 든 멍은 6개월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 A씨 등은 여성들의 다리에 촛농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기도 했으며 또 피해 여성들에게 망사 스타킹을 신고 벗는 행위를 반복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성욕을 충족하기도 했다. 이렇게 피해를 본 여성은 모두 100여 명.

이들은 서울남부지검에서 불구속 기소돼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명문대 출신으로 BMW 오픈카를 몰고 다니는 등 상류층으로 행세하면서 나이트클럽에서 부킹 등을 통해 여대생들을 물색하여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목숨내기' 장기 사건

무속인 A씨와 B씨는 내기장기를 뒀다. 내기의 대상은 '목숨'이었다. 장기에서 이기는 사람이 진 사람을 죽이기로 한 것.

장기를 두던 중 평소에 다리 통증이 있었던 B씨는 "나는 허벅지 마비증상이 있다"라고 말하자 A씨는 "그래? 그럼 칼로 찔러도 아프지 않겠네"라면서 평소 가지고 다니던 맥가이버칼로 B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찌르기 시작했다.

피를 흘리며 계속 장기를 두던 B씨는 수세에 몰리자 A씨에게 "한 수만 물러 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화가 나 다시 맥가이버칼로 B씨의 왼쪽 허벅지를 또 다시 찌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숨내기 장기는 목격자의 신고로 실제로 목숨을 잃는 사고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짝퉁 명품지갑 뇌물 사건

지난 4월 부산의 한 시의회 상임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A 의원은 자신에게 투표를 해 달라면서 동료 의원 22명에게 프랑스·이태리 명품 가방과 지갑을 택배로 보냈다.

이후 뇌물공여 사실로 수사를 받게 된 A 의원은 명품 가방 등이 진품이 아닌 모조품으로 가격이 얼마되지 않는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조사 결과 A 의원이 제공한 가방 22개는 진품일 경우 2000만 원에 달하지만 사실은 아들을 시켜 모두 130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방이 압수될 때까지 명품으로 알고 있던 동료 의원들은 짝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불법체류자 부부, 영아 유기 사건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 부부인 A씨와 B씨 사이에서는 지난 10월 파타우 증후군으로 한 쪽 다리가 없고 장이 밖으로 나와 있는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A씨 부부는 딸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딸을 병원에 버려둔 채 도망을 쳤다. 이들은 곧 검거됐지만 아이의 인수와 양육을 거부했다.

만약 이들이 강제출국될 경우 아이는 국적법에 의거, '대한민국에서 발견된 기아'로 간주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내의 미아 보호절차에 따른 치료 및 처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A씨 부부가 자신들이 낳은 딸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로서의 도리를 저버리고 영아를 유기한 점, 강제추방시킬 경우 중국에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A씨 부부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뒤 중국으로 강제출국 당하면 아이를 데리고 가 양육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현재 아이에 대한 치료 및 보호 절차를 중국 영사관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운전 차량 인도가 죄인 줄 몰랐어요"

개인택시기사인 A씨는 음주운전을 하고자 하는 B씨로부터 "내 차 앞으로 택시를 운전하면서 음주운전 단속이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면 택시비 상당의 대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들은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수시로 연락을 취해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B씨는 약속한 대가보다 적은 돈을 주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B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모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차량을 인도해 주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법률상식만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범행"이라고 말했다.

배혜림기자 b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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