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31, 수원 삼성)이 2군 경기에서 자신과 가족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퍼부은 팬에게 항의하기 위해 관중석에 올라갔다가 퇴장당했다. 덧붙여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안정환에게 1000만원이라는 무거운 벌금을 매겼다.
그런데 얼마전에 공교롭게도 안정환과 동갑내기인 이승엽(요미우리)도 상대 선수에게 발을 밟히는 일을 당했다. 이 일로 인해 하라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항의했고 단장과 구단주까지 나서 해당 선수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지만 정작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이승엽만큼은 마치 남의 일인양 넘어갔다.
이를 두고 몇몇 언론에서는 이승엽과 안정환을 비교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안정환이 이승엽처럼 참았더라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과 안정환의 행위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기에 이러한 보도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이승엽이라고 성질이 없겠는가? 이승엽도 일본야구가 웬지 모르게 또는 대놓고 자신에게 보여준 차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고 명백한 오심에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아픔을 겪으면서 익숙해졌고 지금은 더이상 문제삼지 않을 뿐이다.
반면 안정환은 이승엽과 사정이 다르다. 이승엽처럼 상대의 거친 태클에 대해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 대한 모욕을 준 팬에게 화를 낸 것이다. 이승엽이 과연 경기도중 자신이 아닌 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어도 가만히 있었을지? 이승엽의 조용한 됨됨이를 봐서는 가만히 있을 것도 같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꽤 된다.
무엇보다도 이승엽과 안정환이 보여준 행동에는 극과 극일 정도로 차이가 있지만 그 본내에는 '가족사랑'이 숨겨져 있다. 이승엽도 "내 자식과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쓰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에서 참았다고 말하고 있다. 안정환의 행동 역시 가족사랑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모름지기 가장이라 함은 자신의 몸은 부서져도 자신의 가족에 대한 피해는 두고보지 못하는 법이다. 이승엽의 경우 자신이 몸 하나 다치는 것에서 그쳤지만 안정환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승엽과 안정환의 비교는 더더욱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안정환의 비교 대상은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다. 지단과 안정환 모두 선수이고 공인이기 이전에 감정을 가진 인간인 이상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단과 안정환의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명백히 지단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마테라치도 마찬가지였다.
또 안정환도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징계내용은 잘못된 감이 없지 않다. 연맹 측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는 대신 무거운 벌금을 매겼겠지만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것 못지 않게 선수가 관중석으로 뛰어드는 것 역시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차라리 벌금은 기존처럼 200만~300만원으로 줄이고 두세경기 추가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어야 했다.
아울러 안정환과 그의 가족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팬에 대해서는 향후 경기장을 찾을 수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경기진행에 문제가 되는 선수 못지 않게 관중 역시 징계를 받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흔한 일이기도 하다. 모든 관중에게 신원조사를 할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한다면 징계 같지 않은 징계이긴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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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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