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자려고 했지만 너무 졸려서 그냥 자고 조금 전 정오부터 sbs스포츠에서 재방송해준 거 봄.


일어나서는 실수로 경기결과를 알게 될까봐 일부러 인터넷도 사람들도 피했다.


정오에 tv 보러 도서관휴게실로 갔더니 내가 싫어하는 놈이 그의 단짝과 한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그놈도 단짝도 20대 후반쯤 됐고 남성인데 난 그놈 단짝에겐 별 원한 없다. 아니 단짝에겐 오히려 약간 호의를 느낀다. 둘 다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거 같다. 


내가 이 놈 싫어하는 까닭은 이렇다. 지난 주 쯤이었나 휴게실에 내가 먼저 와 앉았는데 그놈이 단짝이랑 와서는 '아 덥다'하며 에어컨을 켰다. 휴게실엔 창문 네 개고 바깥은 덥다. 내가 창문 세 개를 닫고 그놈에게 '창문 좀 닫아주세요' 했다. 여기서 부연설명을 하자면 그놈이 창문 바로 앞에 앉았고 내가 창문을 닫으려면 그놈 공간을 침범하게 될 수가 있어 조심스레 건넨 말이었다. 그놈 반응은 이랬다. 고개 숙이고 바라보던 스마트폰에서 머릴 올려 날 노려보더니 '문 닫고 싶은 사람이 닫는 거지'하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 때 단짝이 '미안하다 얘가 나쁜 애는 아닌데 원래 좀 퉁명스럽다'는 표정으로 잽싸게 남은 창문을 닫았다.


그 뒤로 난 그놈은 시험에 떨어지고 재수 없는 일도 많이 생기기를 날마다 빈다.

아울러 그놈 단짝은 꼭 시험에 붙고 소원 이루기를 바란다.


tv를 켜고 sbs스포츠로 채널 맞추고 소리는 죽였다. 그랬더니 이놈이 신나서 단짝에게 경기 얘기를 한다. 난 최대한 현장감 살려 보려고 조심하는데. 여기서 내겐 두가지 선택이 있는데 하나는 그놈에게 가서 '난 경기결과 모르고 지금 보려 한다. 재방송이지만 내겐 라이브다. 부디 경기얘기는 말아주겠느냐?'고 하는 거고 둘은 손가락으로 귀 막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안 되게 조용한 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든 국민교육헌장을 외든 해서 바깥 소릴 막는 거다. 난 그놈에게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을 뿐더러 '휴게실 전세냈냐?'는 소리 들을 게 뻔할 듯해 귀 막고 최대한 조그맣게 애국가와 국민교육헌장을 읊었다. 누가 옆에서 봤으면 '중 비 맞으며 염불하는' 듯 보였을 거다. 그놈은 한 20분간 신나게 떠든 뒤, 이걸 어떻게 아냐면 내가 채널을 sbs스포츠로 맞추자마자 그놈이 축구얘기 떠들다 tv화면이 전반21분쯤 가리킬 때쯤에야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먹었다. 다행히 잽싸게 귀 막고 염불한 보람이 있어 난 라이브 상태로 경기를 지켜봤다.


쓸데없는 소리가 길었다. 본론으로 가자.

프랑스가 후반 들어 곧 터진 움티티의 헤딩골로 1:0으로 내가 응원한 벨기에를 이겼다. 골은 한 골만 나왔지만 경기 내용은 퍽 훌륭했고 좋았고 재미났다. 첫 월드컵 결승 진출을 놓친 벨기에에게 위로를 보낸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이 우승은 프랑스라고 개막 전부터 했는데 그 말이 이뤄질 모양.


보니까 경기장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즈 보칼리스트 믹 재거도 보였다.


이제 잉글랜드:크로아티아와 3.4위전 결승전 세 경기 남겼다.

벨기에:크로아티아 결승전 보고픈 내 바람은 깨졌지만 반쪽인 크로아티아만이라도 결승전 올랐음 좋겠다. 윔블던 주최측도 나랑 같은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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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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