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신상진 지음 / 삼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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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했던 마음이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책의 주인공은 독서치료와 상담이 직업인 여성으로 중학교 2학년부터 탈선을 하기 시작한 자신의 아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기술하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자신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중략) 피해자이면서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떤, 지금도 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대신하고 싶었다. (중략)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이 3년 여에 걸쳐 겪은 실제 사건의 기록이다. (중략) 이제 눈 떠보니 모든 것이 선물이다.  - p.193~196 '작가의 말'에서 인용


왕따나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는 과정에서 그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인 정수는 중학교 시절 잘못 만난 철규라는 선배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결국 가출하기도 하고 부모님 몰래 집에서 돈을 훔쳐오기도 했다. 정수 엄마가 만난 철규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한 잘못보다는 어떻게든 돈으로 마무리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의 부모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지만 아마도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은 정수가 집에서 훔쳐나온 돈을 은행에서 찾는 과정이 찍힌 CCTV를 조사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정수는 절대로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정수 엄마는 정수를 못미더워한다. 하지만 정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는 꼭 저녁시간에 나와서 밤 늦게나 새벽에 들어오는 일을 반복한다. 결국 집을 가출하고 연락도 없이 오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철규의 조언대로 정수는 엄마에게 큰 소리로 반항하는 태도를 보였고 정수 엄마는 같이 화를 내며 싸우기도 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낀 것은 가출 후 집에 왔는데 머리가 이상하게 깎여있고 온 몸 구석구석에 있는 상처를 보고 나서부터다. 심지어는 담배불로 지진 흉터까지. 보다 못한 정수 엄마는 철규 부모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그 와중에 철규 엄마는 무릎을 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합의금을 들고와서 적당히 끝내자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철규가 정수를 데리고 다니면서 부모에게 반항하라고 가르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죽인다는 협박을 하는 통에 정수는 집으로 연락을 할 수도 없었고, 집에 와서도 있는 그대로 해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철규는 정수를 모텔에 감금해 놓기도 했다. 철규의 등장 이후 정수와 정수엄마가 나누는 대화 중에 대부분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동문서답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읽는 동안 너무 답답했다. 우리 아이가 이러면 어쩔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정수 엄마가 이런 정수를 바라보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공감이 됐다. 엇나가는 정수에 대해 화가 나면서도 절대로 정수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고였다. 


사람이 힘이 들면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통을 재는 잣대는 너무나 짧고, 자신 안으로만 향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지고 있는 것 이상의 무거운 짐은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고통은 객관적이지 않다.  - p.56


그러던 정수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느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다. 엄마는 얼마 못버티고 그만둘 것이라 예상했지만 학교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회사일을 열심히 하였다. 그 와중에 부모님께 속썩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조언이 마음에 와닿아 회사일을 하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도 진학하게 된다.


가족의 건강함은 회복력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품고 가는 것. 지키지 않는 약속에 화를 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 가운데 살아서 성장하는 것이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일.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살아있음이 가장 의미있는 것이다.  p .191


마지막 장면의 모습들이 감동적이다. 그렇게 속을 썩이던 정수는 아빠와 나란히 앉아 TV를 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아마도 주변에 누나와 여동생 같이 대화를 거들며 웃음꽃이 피는 상황이 상상이 된다. 정수 엄마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가족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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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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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에 런던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1972년에는 영화로, 2004년에는 TV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고전에 반열에 오를 만도 한 이 작품은 인류에게 '전쟁'은 전쟁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인간의 관심과 관계, 그리고 시기와 질투심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16세 청소년의 시각에서 조명한다.



주인공인 진 포레스터는 데번이라는 학교를 다니며 기숙사에서 지냈던 학생이다. 이야기는 그가 15년 만에 학교에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1942년에 데번 학교에서 지냈던 장면을 회상한다. 그해는 전쟁으로 인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바로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급생은 입대가 확정된 상황이었고 하급생이었던 주인공의 또래들은 전쟁이 계속될지 말지에 대해 졸업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인공 또래들은 불확실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여러가지 행동으로 반응한다.


주인공인 포레스터는 같은 방을 쓰는 피니어스에 대해 열 여섯 살 특유의 경쟁심을 느낀다. 자신이 공부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피니어스가 일부러 모임을 만들어 시간을 뻇는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나무에서 물에 다이빙하는 놀이를 하다가 피니어스가 추락하는 사고를 겪은 이후 장애를 갖게 되는데 그 일이 자신때문이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포레스터와 피니어스를 두 축으로 하여 그들의 친구들인 브링커나 레퍼, 쿼큰부시 등은 지금도 여전히 인간 사회에서 존재하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보여준다.


우리 역시 용감하진 않았다. 전쟁에 서둘러 뛰어들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육군 사병으로 입대할 생각은 없는 듯했고, 해군 얘기를 하는 사람도 몇 명 되지 않았다. 알아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긴 전쟁이 될 거라고들 했으니까.  - p.185


열 여섯 살의 아이들은 전쟁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들에게 어떤 미래가 주어져 있는지 내다보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고 15년이 흐른 뒤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는 전쟁이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15년의 세월을 거슬러 뒤돌아보면서, 내 삶을 에워싸고 있던 그 두려움을 나는 이제 명확히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그동안 내가 무척 중요한 임무를 성취했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야 만 것이다.  - p.6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입대를 하기도 하고, 도피책으로 유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 고민의 고통만큼 전쟁은 치명적인 것(p.116)이었다.


입대한다는 것. 과감하게 문을 박차고 나가 과거를 벗어나는 것. (중략) 그 모든 것을 나는 군대라는 거대한 가위로 잘라내버리길 갈망했다. 싹둑!  - p.115


장르 소설을 주로 읽어서 그런지 속도감있게 읽기는 힘들었다. 문장마다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현실에 대해 공감하게 만든다. 출간된지 60년이 다되어 오는 소설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전쟁으로 인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다. 전쟁은 아니더라도 자신 앞에 놓인 불확실한 미래에 절망하는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의욕을 심어주기에 이 소설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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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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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기다렸다. 루나 크로니클의 세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한 신더, 빨간모자를 모티브로 한 스칼렛에 이어 세번째로 등장하는 크레스는 라푼젤을 모티브로 한다. 마지막 네번째 이야기로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한 윈터가 곧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달에 누군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은 오랫동안 옛날 사람들의 궁금증이 아니었을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이 지구에서 달로 이주한 사람들이 진화하여 지구의 인간들과 전쟁을 앞두고 있다는 가정 하에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시작되었다. 전작에서 신더의 신분이 드러나고 카이토와 레바나의 결혼식 결정 등으로 긴박감을 더해가던 중에 크레스의 등장은 신더에게 새로운 힘이 된다.


세번째 작품인 크레스로 루나 크로니클을 처음 읽게 된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1편인 신더부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크레스 자체만으로도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되지만 1부와 2부를 먼저 읽은 뒤에 보게 된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1부의 주인공 신더, 2부의 주인공 스칼렛이 3부에도 여전히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미래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책꽂이에 그동안의 시리즈 세권을 모두 꽂아두니 신더와 스칼렛에서 크레스로 이어지면서 그 분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저자가 인물과 사건의 배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 편인 윈터는 분량이 어느 정도나 될까. 소소한 궁금증이 다음편을 기다리는 시간들을 더 재미있게 할 것 같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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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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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가 당신을 엿보러 온다'라고 쓴 띠지를 읽으면서 책 표지를 보면 순간 소름끼치는 섬뜩함을 느꼈다. 게다가 이 녀석은 머리에 꽃까지 꽂고 있다. 웬지 내 뒤통수에 이 녀석이 거꾸로 매달려서 날 노려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일단 책을 맞이한 첫느낌은 그랬다.



호러와 미스터리을 적절하게 융합하는 작가라고 알려진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다. 돌이켜보니 호러 소설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몰라서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을 듣고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일이 많았다. 특히나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괴기담을 들려주는 이야기인지라 한밤중에 읽기에는 정말 힘들었다. 이야기는 정말 궁금하고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지만 밤에 읽기가 너무 무서워서 다음 날로 미루게 되는 그런 소설이다.


뭔가가 엿보고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 계속 이어진다면 얼른 이 책을 덮기 바란다. 그 증상이 가벼워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을 경우, 이 책을 다시 펼칠지 말지는 당신의 자유다.  - p.49


소설은 두개의 작품이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인공은 이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식으로 짜여져 있다. 마치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인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다큐멘터리식 구성으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괴담과 기담을 좋아하여 젊은 시절에 주위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대학노트에 적어두었다. 그 뒤로 작가가 되었고 이 대학노트를 바탕으로 단편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토쿠라 시게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 이 소설의 첫번째 등장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첫번째 이야기인 '엿보는 저택의 괴이'에서는 주인공인 토쿠라 시게루가 대학교 4학년 시절의 여름방학에 지방의 리조트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기초로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리조트는 산속 깊은 곳에 있어, 가는 길 마저도 나무가 우거진 좁고 어두운 산길을 통해서 갈 수 있는 곳이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사람들 중 시게루를 포함하여 세명은 웬지 모를 불안을 느끼지만 나머지 1명인 이와노보리 카즈요는 자연과 가까워져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바로 그녀가 첫번째 희생자가 된다. 이상하게도 리조트의 관리자인 미노베는 리조트 주변에서 '순례자'를 만날 경우 직접 대응하지 말고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주변을 그린 지도를 주면서 산책 코스 이외의 길로 산책을 할 때엔 주의를 기울려달라고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7월 성수기에 바쁜 일정이 마무리 되고 8월에 들어서자 카즈요는 주변을 다니다가 순례자를 만나게 된다. 카즈요의 이야기를 계기로 아르바이트생 네명은 관리자의 부탁을 무시하고 카즈요가 갔다던 그 길을 따라 산책을 시작하지만 모두 괴이한 경험을 하고 도망치듯 산을 내려온다. 그 뒤로 카즈요와 또다른 아르바이트생 1명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인해 점차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진다.


두번째 이야기는 첫번쨰 이야기의 몇십년 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을 소개한다. 이야기는 아이자와 소이치가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하면서 만나게 된 사야오토시 소이치와 지방에 전해지는 괴이한 전승에 관해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사야오토시 소이치는 자신이 태어난 지방에서 경험한 괴이현상을 아이자와 소이치에서 전해주고 나서 원인모를 이유로 죽게 된다. 죽음의 배후를 궁금해 하던 아이자와 소이치는 그가 태어난 곳을 방문하기로 결심한다. 그곳을 방문하여 만난 것은 바로 '노조키메'. 한자쓰기에 따라 엿보는 눈, 또는 엿보는 여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노조키메는 사야오토시 소이치의 고향에서 생매장당한 순례자 모녀의 원혼이 내린 저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저주의 과정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한사람씩 죽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자와 소이치가 대학노트에 기록한 이야기를 기초로 한 것이 두번째 이야기이다.


"어째서죠? 왜 이 노트를 읽으면 안된다는 겁니까?"

"......오니까."

"네?"

"그것이 엿보러 오니까......"


어설프게 스토리를 요약하는 것보다 솔직한 내 느낌을 적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첫번째 스토리에서의 토쿠라 시게루나 두번째 스토리에서의 아이자와 소이치 모두 궁금증을 못참는 성격인 것 같다. 특히나 무서워서 관둬야겠다는 쪽과 무서워도 알 것은 알아봐야겠다는 쪽이 싸워서 결국은 궁금증을 해소하는 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라면 어찌했을까 생각해본다. 궁금해서 못참을 지경이라도 나는 그 소름끼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자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조금씩 읽다가 관두기를 반복하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서장의 몇 문장으로 리뷰를 시작했으니 종장의 마지막 문장들로 리뷰를 마무리할까 한다.


내가 우연히 노조키메의 화자가 된 것인지 어떤지는 당신이 어떠한 체험을 했는가에 달릴 것 같다. 가령 무서운 일을 겪었다고 해도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야기의 처음에 경고했던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니까.  - p.436


만약 어떤 괴담이 현실이라면 앞서 말한대로 나는 절대로 직접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이 소설같이 간접적인 경험을 계속 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등골이 시큰해지는 상황이 여러번 반복되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책을 덮었을 때의 짜릿함은 꽤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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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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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북유럽 스릴러를 자주 읽게 된다. 북유럽 소설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이 몰입에 조금은 방해가 된다. 이름만 들어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알 수 없다. 소피 브링크만, 엑토르 구스만, 구닐라 스트란드베리, 랄프 한케, 라르스 빙에... 저자 이름도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읽다보면 얼추 캐릭터의 구조가 잡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등장인물 소개가 적힌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피 브링크만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단데뤼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으로 남편과 사별한 후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야기는 이 병원에 엑토르 구스만이라는 갱단의 두목이 입원하면서부터 시작한다. 40대 중반인 엑토르는 스페인 사람이었지만 북유럽 사람같은 인상을 주어 소피는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 병원에서 엑토르는 소피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고, 퇴원해서는 식사에 초대하며 친분을 갖게 되는데 소피는 그렇게 엑토르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좋았다.


또다른 주인공인 구닐라 스트란드베리는 엑토르 구스만의 뒤를 캐고 다니는 여성 경찰이다. 소피와 엑토르가 병원에서 친분이 생기자 엑토르의 행적을 조사할 목적으로 소피에게 접근한다. 구닐라는 순경이었던 라르스 빙에를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합류시켜 소피의 감시를 맡긴다. 비밀경찰 출신의 안데르스 아스크와 함께 소피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지만 라르스와 안데르스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옌스 발은 소피의 옛 애인이다. 지금은 러시아 등지로 무기를 밀매하며 살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옌스는 그동안 하던 거래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으면서 구스만 파와 경쟁하고 있는 한케 파의 연결고리를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본의아니게 소피를 수사하는 과정에 의문을 품게 되고 소피를 돕게 된다.


결론에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는 반전이 있기 전까지 스토리의 전체적인 윤곽은, 엑토르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은 그와 연인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피의 감시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다소 밋밋해 보이는 이 구성에 뭔가 반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즉 경찰은 선이고, 범죄집단은 악이라는 구조가 결말에서 어느 정도 와해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 것이다. 결정적인 사건은 구닐라의 부하인 안데르스가 라르스의 애인인 사라를 죽이는 일이다. 아무리 범죄자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사건의 비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는 이유를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결말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생사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복수를 한 듯 하지만 또다시 복수를 당하는 구조, 비유하자면 적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 총에 맞게 되는 구조가 이 결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수에 복수가 더해지고, 폭력에 폭력이 더해지면서 난장판과 같은 우리 사회를 지적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영원한 선도 없고 영원한 악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결국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닐까.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결말까지 이해가 안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엑토르가 그의 부하인 아론을 통해 자신의 대리권을 넘긴다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도 2부와 3부에서는 이 대리권의 의미가 드러나면서 소피가 구스만 파의 일원이 되어 활약한다든지, 또는 그의 아들이 커서 엑토르의 부하가 되는 등의 스토리를 상상하게 된다. 34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화도 결정되었다 하니 곧 극장에서 만나보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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